‘픽업트럭의 본고장’이라고 하면 어느 나라가 떠오르는가? 아마 많은 이가 ‘미국’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맞다. 픽업트럭은 유난히 미국에서 사랑받는 차종이다. 국내서도 차박 등의 인기로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아직 미국에서의 대중적 인기에 비하면 한국 소비자에게 픽업트럭은 다소 마니아들의 모델로 생각되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현대차도 자신들의 첫 픽업트럭 모델, 싼타크루즈를 국내가 아닌 미국에 출시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싼타크루즈의 미국 현지 사전예약 기록이 화제가 되고 있다. 많은 언론에서 싼타크루즈가 현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에 성공을 거뒀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어떤지 국내 네티즌의 이목도 쏠리는 상황이다.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자.
현대차 싼타크루즈는
어떤 모델일까?
싼타크루즈는 SUV와 픽업트럭의 장점을 결합한 스포츠 어드밴처 차량으로 2015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콘셉트카의 모습으로 처음 소개됐다. 아쉽게도 국내 출시는 미정이며, 전량 북미 현지의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된다. 북미 최다 판매 SUV 중 하나인 투싼을 베이스로 개발된 것도 특징 중 하나다.
현대차 관계자는 출시 당시, "싼타크루즈는 강력하면서도 효율적인 파워트레인과 뛰어난 기동성을 갖춘 모델로, 미국 고객의 요구를 완벽하게 충족시킬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긍정적인 미래를 점치기도 했다. 더불어 "싼타크루즈를 통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기존에 없던 영역을 개척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겠다"라며 당찬 포부를 말했다.
초기 반응 역대급이라는
기사가 쏟아졌다
그렇다면 싼타크루즈에 대한 실제 소비자의 반응은 어땠을까? 싼타크루즈가 미국에 출시된 후 국내 일부 언론들은 현지에서의 반응이 역대급이라는 소식을 전해왔다. 실제로 공식 영상 댓글의 외국인들 반응도 대부분 좋았는데, “완벽하다”, “매력적인 차다”라며 호평을 쏟아냈다.
물론 작은 차체 크기가 아쉽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오히려 일상에서는 큰 트럭보다 작은 차체의 싼타크루즈를 더욱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도 함께 포착됐다. 그런데 실질적인 싼타크루즈의 사전계약 대수는 어땠을까? 정말 역대급이었을까?
올해 생산 목표의
절반 정도를 달성
싼타크루즈의 실제 사전계약 대수는 올해 목표 생산 대수인 3만 대의 절반 정도로 밝혀졌다. 실제로 현대차 측은 “5월경 시작한 싼타크루즈 사전 예약에서 목표 생산 대수의 50%를 달성했다”라며 “본격적인 양산에 앞서 생산 일정을 검토 중이다”라고 전했다.
사람마다 이 수치에 관해 보는 관점이 다를 듯하다. “절반이면 역대급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고, “5월경에 시작한 사전예약인데 벌써 목표 생산대수의 절반을 달성한 거면 굉장한 것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한편 비슷한 기간 경쟁 모델로 일컬어지는 포드 매버릭도 출시됐는데, 매버릭의 사전예약 기록은 어땠을까?
포드 매버릭은
어떤 모델일까?
매버릭은 상위 모델인 레인저, F150 등과 다르게 모노코크 방식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포드의 새로운 픽업트럭 모델이다. 현대 싼타크루즈 역시 모노코크 방식의 픽업트럭으로, 미국 현지에서는 매버릭의 최대 경쟁 모델로 평가한다.
매버릭은 포드 포커스, 브롱코 스포츠에 사용된 전륜 및 사륜구동 C2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최근 디자인을 공개하고 사전계약에 돌입했으며, 아직 국내 출시 계획은 알려지지 않았다.
사전계약 10만 대
진짜 대박은 매버릭이었다?
최근 포드가 매버릭의 사전계약 대수가 10만 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에 포드 트럭 마케팅 매니저는 "수요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었다"라며 “아직 신차가 양산되기도 전인 초기 단계지만, 매우 좋은 징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매버릭의 초반 인기에 도움을 줬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요즘 자동차 제조사들이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미국에서도 신차 출고 지연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수개월씩 차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하루라도 더 빨리 차를 받기 위해 사전계약에 적극적이라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형식적인 절차”
VS “그래도 긍정적”
한편, 미국에서의 사전계약을 형식적이라고 보는 반응도 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사전계약은 구속력이 없고, 보증금도 소액이기 때문에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드는 이 같은 사전계약 기록이 긍정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앞서 머스탱 마하-E, 브롱코 등의 사전계약이 성공적이었고, 이들의 사전계약 흥행이 실제 계약까지 이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매버릭 역시 북미 자동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을 확신한다는 의미가 담긴 주장으로 보인다.
“압도당한 건 사실
그래도 관심받고 있다”
매버릭의 흥행에 대한 국내 관계자들의 의견은 어떨까?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초반 사전계약에서 매버릭이 싼타크루즈를 압도했지만, 싼타크루즈가 완전히 경쟁에서 밀렸다고 보긴 힘들다”라는 분석을 더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완전히 밀렸다고 말하기에는 자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미국 소비자들이 오히려 싼타크루즈에 기대 이상의 관심을 보인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라는 것이다. 물론 싼타크루즈가 나름대로 흥한 건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판단은 이 글을 읽는 독자의 몫이다.
지금까지 현대자동차 싼타크루즈와 포드 매버릭의 사전예약 기록을 살펴봤다. 물론 아직 4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음에도 현대자동차 자신들의 올해 생산 목표인 3만 대의 절반가량을 사전 예약 대수로 채웠다는 건 나름 긍정적인 결과다.
하지만, 경쟁 모델인 포드 매버릭의 ‘10만 대’ 사전예약 기록은 가히 충격적이다. 미국 브랜드의 모델이 미국에서 더 잘 팔리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야심 차게 출시한 싼타크루즈의 입지가 조금은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다. 독자의 의견은 어떤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