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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오토포스트 Oct 04. 2021

"요즘 도로에서 정말 문제입니다" 전동 킥보드 사고사례

전동 킥보드 비접촉 사고 영상 / 보배드림

운전하다 보면 가끔 고라니를 마주칠 때가 있다. 난데없이 튀어나온 고라니도 물론 자동차를 보고 놀라긴 했겠지만, 운전자의 경우에는 정말 심장이 덜컥 주저앉는다. 고라니로 인한 교통사고도 문제고, 여기에 로드킬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심 속에도 고라니 같은 존재가 있다. 바로 킥보드, 일명 ‘킥라니’가 그 주인공이다. 


모든 서비스가 상용화 초기에 그렇듯, 전동 킥보드 역시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심각한 안전성 문제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한 사례는 조금 다른 결을 갖고 있다.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운전자가 뺑소니범으로 몰리는 상황이다.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자.

전동 킥보드 비접촉 사고 게시글 / 보배드림

갑자기 나타난 킥보드

차량을 보자 놀라서 넘어진다

긴말할 것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최근 커뮤니티에 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글쓴이가 올린 게시글의 제목은 ‘킥보드 비접촉 뺑소니? 도와주세요”다. 제목부터 싸한 느낌을 감출 수 없는데, 영상을 보면 난데없이 나타난 전동 킥보드의 모습이 말 그대로 고라니 같다. 


골목길에서 서행하던 글쓴이의 차량은 코너를 돌았고, 난데없이 나타난 전동 킥보드는 글쓴이 차량을 보고 그대로 놀라서 넘어진다. 영상 후반부를 보면 글쓴이는 그 모습에 놀라 차에서 내려 전동 킥보드 운전자를 챙기는 모습이다.

전동 킥보드 비접촉 사고 영상 / 보배드림

말 그대로 ’비접촉 사고‘

전동 킥보드는 혼자 넘어졌다

앞에 서술한 글만 읽는다면, 글쓴이의 차량이 전동 킥보드를 박았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여기서 정확히 언급하고 가겠다. 글쓴이의 차량은 전동 킥보드와 접촉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비접촉 사고‘다. 


실제로 글쓴이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와의 거리가 3~4m 정도 떨어져 있었다. 전동 킥보드는 혼자 넘어진 것이다. 이에 글쓴이가 차에서 내려 전동 킥보드 운전자의 안위를 살핀 것은 자신의 차 앞에서 놀라 넘어졌으니 기본적인 매너를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동 킥보드 비접촉 사고 게시글 / 보배드림

’괜찮다‘고 했는데

뺑소니로 신고했다

갑자기 나타난 차량에 놀라서 넘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후에 시작된다. 글쓴이에게 ’괜찮다‘라고 말했던 전동 킥보드 운전자가 갑자기 글쓴이를 뺑소니로 신고해버린 것이다. 여기에 넘어질 때 망가진 에어팟이 있다며, 이 에어팟 역시 보상해달라고 요구했다. 


황당함을 감출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더 문제인 것은, 사건이 일어난 당시 담당 경찰관이 글쓴이에게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았지만, 더 서행했던가 멈추지 않아서 킥보드 운전자가 놀랐고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며, 범칙금 4만 원을 내라고 말한 것이다. 글쓴이는 게시글에 “당황스러운 다음에 범칙금 4만 원을 냈다”라고 밝혔다.

전동 킥보드 비접촉 사고 영상 / 보배드림

오른쪽에 주차된 차들

역주행 형태로 진입한 킥보드

게시글에 정확한 속도는 적혀있지 않다. 하지만, 글쓴이가 올린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글쓴이 차량은 충분히 서행했으며, 킥보드와 부딪치기 전에 거리를 두고 잘 정차한 것을 알 수 있다. “더 서행했던가 멈추지 않아서 킥보드 운전자가 놀라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는 경찰의 말에 반박할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영상을 보면, 우측에 다른 차들이 주차돼 있었고, 킥보드가 역주행의 형태로 오른쪽으로 좁게 들어온 것도 알 수 있다. 역주행이 되지 않으려면, 전동 킥보드가 영상 기준의 왼쪽으로 크게 들어왔어야 했다. 이에 만약 글쓴이가 코너를 돌기 전에 잠시 정지하는 등 조심했더라도 사고를 막을 다른 방법은 없었다는 게 한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의 의견이다.

전동 킥보드 비접촉 사고 영상 / 보배드림

보험사가 말한

과실 비율은 6:4

여러모로 글쓴이가 억울한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글쓴이의 편을 들어 마땅한 보험사도 글쓴이의 편은 아니었던 것이 더 안타깝다. 보험사는 6:4의 비율로 글쓴이의 과실을 주장했는데, 놀라운 것은 이중 ’6‘이 글쓴이의 과실이었다는 점이다. 


글쓴이는 자신이 먼저 경찰서에 신고했으면 상황이 좀 더 나았을 텐데, 상대방이 뺑소니로 먼저 신고해서 가해자가 된 것 같다며, 억울하다는 심정을 내비치고 있다. 지금까지의 정황을 살펴보면 그 심정을 사뭇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네티즌의 반응은?

“이게 왜 운전자 잘못?”

그렇다면 이 사건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은 어땠을까? 많은 독자가 예상했듯, 부정적이었다. 일각에선 “운전자가 뭘 잘못했는지 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와 저 정도면 대박이다, 진짜”, “이걸 왜 운전자가 물어줘야 하지?”, “누가 봐도 전동 킥보드 운전자의 운전미숙인데” 이런 비판적인 반응이 줄을 잇는 상황이다. 


또한 “경찰을 피의자로 입건해야 할 듯, 말을 저렇게 하냐”, “이건 뭐…. 길 가다가 누가 갑자기 ”차가 나오니 놀라서 넘어졌다“라고 하면 보험처리해줘야 하나?” 등 경찰에 대한 비판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전동 킥보드 비접촉 사고 영상 / 보배드림

전문가의 의견은?

“운전자 잘못 없다”

한편, 앞서 잠시 언급했듯 한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어떤 상황이었어도 똑같은 결과가 초래됐을 것”이라며, 운전자의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애초에 범칙금을 낼 게 아니라 즉결심판을 받는 것이 나았다”라는 의견도 더했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을 돌이킬 수는 없는 법이다. 현실적으로 글쓴이에게 남은 방법은 지방경찰청에 이의신청을 통해 오명을 벗는 것이다. 꼭 이의신청을 진행해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벗어던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전동 킥보드 / YTN

지금까지 전동 킥보드 비접촉 사고에 대해 알아봤다. 비접촉 사고 자체는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소개한 사례는 상당히 억울한 사건에 해당하는 듯싶다. 실제로 여러 네티즌이 “이건 글쓴이의 잘못이 없다”라고 말하고 있고, 전문가 역시 “블랙박스 운전자의 과실이 없어 보인다”라고 말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어렵지 않게 전동 킥보드를 볼 수 있는 요즘, 서로가 더 조심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싶다. 또한, 전동 킥보드 운전자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오늘 사건이 비단 글쓴이한테만 벌어진 일이 아니고, 언젠가 불행히도 우리의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그때가 되면, 경찰관이나 보험사의 말만을 믿지 말고, 사건 당사자인 자신의 의견은 어떤지 되짚어보기를 바란다. 이때 아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나의 잘못이 아니라면, 그에 맞는 판결을 받도록 또 다른 전문가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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