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회사’라는 이름이 무색해지는 시대다. 단순히 도로 위에서 달리는 자동차만 만들던 완성차 브랜드들이 이제는 하늘을 넘어 우주까지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달 탐사 차량을 개발하고, 위성을 쏘아 올리고, 준궤도 비행에 도전하는 등 자동차 기업의 정체성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이 달 탐사용 하이브리드 차량 특허를 출원하고, 달 탐사 로버 개발까지 진행하며 우주 산업 진출 의지를 공식화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우주를 향한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연 자동차 회사들이 왜 우주로 향하는지, 그 배경을 들여다봤다.
자동차 업계의 우주 산업 진출은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다. 미래 모빌리티 영역에서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이를 뒷받침할 강력한 통신 인프라가 필수로 떠오르고 있다. 지구 내 통신망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저궤도 위성망을 활용해 안정적인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전략이 우주 진출의 핵심 동기가 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2022년부터 달 탐사 로버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최근에는 바퀴와 다리를 모두 갖춘 하이브리드 달 탐사용 차량 특허를 출원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동물의 보행 방식에서 착안한 구조로 설계됐으며, 향후 군용차량이나 험로용 자율주행 기술에도 활용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우주 환경에 접목해 자율주행 기술의 한계를 넘어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미 테슬라는 스페이스X와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통해 우주 사업에 깊숙이 발을 담근 상태다. 스타링크는 지구 전역에 초고속 위성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로, 향후 테슬라 자율주행차의 통신망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혼다도 재사용 로켓 이착륙 실험을 마치고, 2029년까지 준궤도 비행과 위성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중국의 지리자동차는 그룹 산하 ‘지스페이스(Geespace)’를 통해 이미 240기의 저궤도 위성을 쏘아 올리며 독자적인 위성 통신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자동차 기업들이 앞다퉈 우주 산업에 진입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 때문이다. 달 탐사 로봇 개발 과정에서 획득한 고도화된 센서, AI 자율주행 시스템, 심층 강화 학습 기술은 곧 지구상의 자율주행차에도 적용할 수 있다. 도심과 고속도로가 아닌 예측 불가한 달 표면을 주행할 수 있는 기술이라면, 지구 위 어떤 도로에서도 안정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해진다는 계산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우주 산업 시장은 2023년 약 6300억 달러(약 870조 원)에서 2035년 1조8000억 달러(약 2487조 원) 규모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자동차 기업들이 기존 모빌리티 영역을 넘어 우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건 필연적인 수순으로 풀이된다.
자동차 기업 관계자는 “우주 기술을 통해 데이터 인프라와 자율주행 기술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미래 시장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며 “더 이상 자동차를 생산하는 회사가 아닌, 종합 모빌리티 테크 기업으로 변신하는 게 자동차 업계의 궁극적 목표”라고 밝혔다. 차를 넘어 위성을 쏘고 달을 누비는 자동차 회사들의 행보, 앞으로의 행선지가 더욱 궁금해진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자동차 동호회에서는 “현대차가 달 탐사 로버 만든다는 게 영화 속 얘기인 줄 알았는데 현실이라니 놀랍다”, “테슬라처럼 스타링크 하나 만들면 자율주행도 금방 될 듯”, “차 팔던 회사가 이제 우주로 간다니 진짜 시대 많이 변했다” 같은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누군가는 “곧 자동차 영업소에서 우주선 예약받는 날도 올 듯”이라며 농담 섞인 기대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처럼 자동차 회사들의 우주 진출은 더 이상 SF 영화 속 얘기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차를 넘어 우주로 확장하는 모빌리티의 시대, 앞으로 또 어떤 상상초월 프로젝트들이 등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