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미래 도시형 모빌리티'라는 찬사를 받으며 등장했던 르노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는, 이내 ‘뚜껑 달린 오토바이’라는 멸칭과 함께 대중의 외면을 받았다. 자동차보다는 이륜차에 가까운 구조, 부족한 편의사양, 실내 공간의 협소함 등으로 인해 일상용보다는 배달 업종 중심으로 활용되다 조용히 단종됐다.
그러나 트위지는 지금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중고차 시장에서 단돈 200만 원도 되지 않는 가격에 거래되면서 '현시점 가장 저렴한 전기차'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 특유의 경제성과 도심형 교통수단에 대한 수요가 맞물리며, 트위지를 향한 관심이 되살아나는 중이다.
이거 자동차 맞아?
르노 트위지는 2012년 유럽에서 먼저 출시된 후 2017년 국내에 정식 출시된 초소형 전기차다. 최고 속도는 시속 80km에 전폭은 불과 1.2m 남짓으로 주차도 간편하고, U턴도 한 번에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크기였다. 전통적인 자동차와는 확연히 다른 구조 덕에 트위지는 일반 도로를 주행할 수는 있어도,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에는 진입할 수 없다. 실내 공간도 1인승 또는 1+1 구조에 불과해, 사실상 이륜차에 외장을 씌운 형태에 가깝다. 거기에 에어컨 또한 전무하고, 없다고 봐도 무방한 작은 트렁크 용량까지. 대중은 “오토바이보다야 낫겠지만, 부족한 차임에는 변함없어”라는 의견이었다. 그 결과, 출시했을 때의 관심은 어디로 가고 처참한 판매량을 기록하였다. 결국 르노코리아는 2022년 트위지의 수입 및 판매를 공식 종료했다. 국내 초소형 전기차 시장의 가능성을 시험해 본 첫 사례였지만, 시장은 냉정했다.
‘인기 역주행’하는 이유?
아이러니하게도 단종 이후 트위지의 존재감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중고차 플랫폼을 살펴보면, 트위지는 150만 원~200만 원 사이의 가격대에서 거래 중이며, 이는 현재 유통 중인 전기차 중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전기차에 붙는 각종 세제 혜택, 연료비 절감 효과, 보험료 절약 등은 트위지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특히 단거리 출퇴근이나 도심 심부름용 차량을 찾는 1인 가구, 소상공인, 고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 사이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배달업계에서 여전히 일부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구매자들의 신뢰를 뒷받침한다.
단, 가장 중요한 체크포인트는 배터리다. 트위지의 배터리 용량은 다른 전기차와 비교해 봐도 현저히 낮아, 배터리 수명이 좋지 않은 차를 구매하면 사용하기가 매우 불편하기 때문이다. 또한 탈착식 배터리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교체 또는 수리는 쉽지 않고 비용도 부담스럽다. 그렇지만 수입된 트위지가 아닌 국내 생산 모델의 경우 2019년 10월 이후에 생산되어 배터리 수명이 멀쩡한 경우가 많으니,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라면 국내 생산 트위지를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외면받은 전기차, 다시 주목받다
르노 트위지를 둘러싼 조롱 섞인 시선은 오랫동안 변하지 않았다. 작은 크기, 제한적인 기능, 부족한 편의사양은 분명한 단점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자동차는 반드시 넓고 빠르고 편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점차 무너지고 있다.
자동차가 너무 비싸고, 주차 공간은 부족하고, 간편하고 빠르게 움직이고 싶지만 짧은 거리를 오갈 이동 수단이 고민되는 요즘, 트위지는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다면 그 누구보다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뚜껑 달린 오토바이’라는 조롱에 멈추지 않고, 이제는 “우리 동네 최저가 전기차”라는 실속 있는 이름으로 다시 불릴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