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공간 부족 등의 이유로 불법 주정차 차량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불법 주정차 차량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적발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주정차 금지 구역에 주차했다는 죄만 성립하지 않는다. 만약 근처에서 교통사고가 발생 시 불법 주차된 차량에도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이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서 규정하는 ‘운행성’ 개념 때문이다. 자동차의 운행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 자동차의 운전자는 손해 배상 책임이 존재하는데, 여기서 운행은 단순히 주행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시동을 켜지 않고 주차 중인 차량이라도 운행 중으로 보아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사고 시, 불법 주차 차량의 책임은?
불법 주차 차량으로 인해 제3자의 추돌 사고가 발생하면 주차 차량에도 손해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에 인명 사고가 발생한 경우 해당 불법 주차 차량의 책임을 인정하고 구체적인 사고 경위와 내용에 따라 다르지만, 불법 주차 차량에 10%에서 최대 40%까지 과실 책임을 부과한 적이 있다.
이와 같은 판결의 기준은 도로의 형태와 넓이에 따라 달라진다. 왕복 2차로의 좁은 도로이거나 시야 확보가 어려운 커브길 등에서는 불법 주차 차량의 과실이 더 높게 인정될 수 있다. 그리고 피해 정도 및 사고 발생 경위에 따라서도 과실 책임은 달라진다. 실제 판례를 살펴보면 좁은 도로에 불법 주차된 덤프트럭 때문에 어린아이가 갑자기 시야에서 나타나 사고가 발생한다면 불법 주차 차량의 과실 비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운전자의 주의 의무 vs 불법 주차의 사고 유발 책임
불법 주차 차량으로 인한 사고의 책임 소재를 정할 때 충돌하는 두 가치는 ‘운전자의 주의 의무’와 ‘불법 주차 차량의 사고 유발 책임’ 사이의 인과관계이다. 먼저 일반적으로 모든 운전자는 도로 상황과 관계없이 항상 전방을 주시하고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등의 안전운전 의무를 가진다. 따라서 불법 주차 차량이 있어도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일차적으로 운전자에게 주의 의무 소홀의 책임이 있다.
그러나 불법 주차 차량이 통행을 방해하거나 시야를 가리는 등의 간접적인 요인으로 사고 발생에 기여할 수 있다. 다른 차량이 불법 주차 차량을 피하려다가 사고가 발생한 경우나 불법 주차 차량 뒤에서 갑자기 보행자가 나온 경우에는 불법 주차 차량의 존재가 사고 발생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운전자의 주의 의무와 불법 주차의 사고 유발 책임은 자세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교통사고는 대체로 단 하나의 원인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즉 과실 비율을 산정해야 하는데 이때의 과실 비율이 운전자, 불법 주차 차량, 보험사, 그리고 법원까지 이어져 판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은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사고 경위를 주장하고 상대방의 과실을 부각하려 하므로 이 모호함을 해결하지 못하면 사건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불법 주차는 단순히 불법 주차를 했다는 행위로 끝나지 않고 다른 사고를 불러일으킨다. 불법 주정차 차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운전자들의 성숙한 교통 의식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