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차는 안전하다’라는 공식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 특히 영국에서 최근 발표된 차량 도난 통계에 따르면, 프리미엄 브랜드로 꼽히는 렉서스가 오히려 도둑들에게 가장 먼저 노리는 표적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표 세단 모델인 렉서스 ES300h는 30대 중 1대 꼴로 도난을 당하며, 단일 모델 기준 가장 높은 도난율을 기록했다. 전체 도난 건수 역시 렉서스가 브랜드별 1위에 올라 충격을 더한다. 하이브리드 기술력, 정숙성, 내구성 등으로 호평을 받아온 렉서스가, 이제는 도난 위험성과 보안 취약성으로까지 주목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렉서스 ES·RX 등 도난 집중
영국 보험업계와 도로교통 당국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렉서스 ES300h는 30대당 1대꼴로 도난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사실상 30대 중 1대가 사라지는 수준으로, 전체 모델 가운데 단연 압도적인 도난율이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SUV인 RX450h 역시 39대당 1대꼴로 도난되는 등, 렉서스의 주요 인기 모델들이 상위권에 무더기로 포진했다. UX, NX, CT 등 렉서스의 다른 라인업 역시 모두 '도난 위험 차량 TOP 10'에 포함되며 브랜드 전체가 도난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전체 도난 건수 기준으로도 렉서스는 4,719건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이는 BMW, 벤츠,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보다도 많은 수치로, 고급차에 대한 인식과 보안 기대를 완전히 뒤엎는 결과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차량의 스마트 키 시스템과 원격 시동 시스템에 대한 해킹 취약성, 도난 경보 장치의 감도 부족, 그리고 일부 차량의 물리적 보안 장치 미적용 등이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고급차일수록 오히려 도난범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IT 기반 시스템의 신뢰성 확보가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대책 나선 토요타 영국 법인
렉서스를 둘러싼 도난 이슈는 단순한 수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사안이다. 특히 렉서스는 ‘정숙하고 안전한 프리미엄 하이브리드’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고급 SUV 및 세단 수요를 견인해 왔기 때문에, 도난 취약성과 보안 구멍 이슈는 치명적일 수 있다. 실제로 소비자 커뮤니티나 중고차 시장에서는 “렉서스는 보험료가 비싸졌다”거나 “보안 튜닝이 필수”라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 일부 차주는 도난 방지용 스티어링 락, GPS 추적기, 외부 잠금 장치 등을 별도로 설치하며 자체 보안 대응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토요타 영국 법인은 공식적으로 보안 시스템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지 발표에 따르면 수백만 파운드의 예산을 들여 렉서스 전 차종의 보안 솔루션을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며, 차량 도난 예방 기술 강화와 함께 고객 대상 경고 캠페인도 시행 중이다. 특히 차량 키 중계기 차단 장치, 경보 감도 향상, 새로운 도어 락 매커니즘 등이 조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조치가 전 세계 시장으로 확대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 역시 동일한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급차의 기준, 이젠 보안도 챙겨야
렉서스 차량의 높은 도난율은 단순히 브랜드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IT 기반 스마트 시스템의 확산, 비접촉식 키와 원격 제어 기술의 편리함이 오히려 보안 취약성을 키운다는 경고로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일수록 고가 차량이라는 점에서 도난범들에게 매력적인 타깃이 되기 쉽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차량 선택 시 디자인이나 연비, 브랜드 이미지뿐 아니라 ‘보안 내구성’에 대한 고려가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토요타와 렉서스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단순한 기술 개선을 넘어서, 고급차 브랜드로서의 신뢰 회복에 나설 필요가 있다. 기술력이 뛰어난 차량일수록 더욱 강력한 물리적·디지털 보안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 이번 사건의 교훈이다. 프리미엄의 기준은 이제 단순한 품질이 아니라, 차량을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능력까지 포함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