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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열고 달리다가 비 쏟아지면 어떻게 될까?

by 뉴오토포스트

지붕 열고 달리다

비 쏟아지면 어떻게 될까?

오픈카 오너가 말했습니다

g23_home-teaser.jpg 사진 출처 = BMW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면 오픈카 오너들의 시름도 깊어진다. 유독 예측하기 어려운 국지성 호우가 자주 발생하는 요즘, 지붕을 열고 주행하다가 비를 맞는 상황은 단순한 당황을 넘어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물론 오픈카를 타는 데 불편함이 따른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장마철에 오픈카를 세워두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정말로 장대비가 쏟아져도 ‘속도’만 충분하면 비를 맞지 않고 달릴 수 있을까? 인터넷 커뮤니티나 오픈카 동호회에선 “고속으로 달리면 비를 안 맞는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떠돈다. 얼핏 보면 자동차 버전의 도시전설처럼 들리지만, 자동차 제조사들이 공기역학에 투자하는 막대한 노력을 생각하면 완전히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직접 확인해보면, 이 믿기 어려운 이야기는 물리 법칙에 기반한 꽤 ‘진지한 사실’에 가깝다.


“진짜 비 안 맞습니다”… 비밀은 공기역학?

2024-mazda-mx-5-miata-13-1920x800.jpg 사진 출처 = 마쯔다

BMW Z4나 마쯔다 MX-5 같은 대표적인 로드스터 모델은 오픈 상태로 시속 70km 이상 주행 시, 실제로 운전석 안쪽으로 빗방울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이는 자동차 외부를 타고 흐르는 공기의 압력과 방향, 그리고 캐빈 내부의 공기 흐름이 만들어내는 이른바 ‘와류(渦流) 현상’ 덕분이다. 자동차가 빠르게 달리면 앞유리를 타고 흐른 공기가 실내 공간 위쪽을 덮어주는 공기막을 형성하게 되고, 이 덕에 빗방울이 안으로 파고들지 못한다.


다만 차량마다 앞유리 각도나 차체 형상, 지붕 구조 등이 다르기 때문에 ‘시속 몇 km 이상이면 절대 비를 안 맞는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예를 들어 BMW Z4는 시속 약 75km 이상에서, 마쯔다 MX-5는 시속 72km 이상에서 캐빈으로 유입되는 비를 막아주는 공기막이 안정적으로 형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윈드 디플렉터가 장착된 차량은 이야기가 다르다. 디플렉터가 바람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캐빈 내 압력이 떨어져 더 빠르게 달려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보통 10km 이상 추가 속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시트다. 물기에 약한 가죽시트를 장착한 차량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BMW 등 고급 오픈카 제조사들은 비상 상황을 대비해 시트에 특수 방수 처리를 적용하고 있다. 침수될 정도의 폭우는 피할 수 없지만, 주행 중 맞는 일정량의 비는 시트 손상을 유발하지 않는다. 즉,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소나기를 맞더라도 적정 속도로 달리고 있다면, 실내는 생각보다 평온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단, 모든 상황이 완벽하진 않다

concept-car-genesis-x-convertible-gallery-exterior-01-pc-mo-1600x1200.jpg 사진 출처 = 제네시스

물론 비를 피하기 위해 시속 75km 이상을 유지하며 달린다는 게 현실적으로 얼마나 가능할지는 따져볼 문제다. 시내 주행이나 정체 구간, 신호등 등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는 이론적인 조건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게다가 정차 후 재가속하는 사이 실내가 이미 젖어버릴 가능성도 있다. 또 하나의 현실적인 문제는 지붕을 여닫는 시간이다. BMW Z4 기준, 지붕을 여는 데 22초, 닫는 데도 19초가 걸린다. 시속 10km 이하에서만 작동되는 구조라, 주행 중엔 여닫기 거의 불가능하다는 제약도 존재한다.


게다가 로드스터의 경우, 지붕이 트렁크 공간에 수납되는 방식이다 보니 지붕이 젖은 채로 수납되면 트렁크 내부가 그대로 물바다가 되는 불상사도 발생할 수 있다. 갑작스런 빗줄기 속에 차를 세우고 지붕을 덮으려다 옷까지 다 젖는 상황은 생각만 해도 괴롭다. 이 때문에 오픈카 오너들 사이에선 “비 사이로 달려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픈카가 주는 감성은 여전히 대체불가다. 햇살 가득한 날 창문 없이 하늘을 바라보며 주행하는 그 짜릿함은 다른 어떤 차에서도 느끼기 어렵다. 그래서 요즘 차량들은 아예 겨울에도 오픈에어링을 즐길 수 있도록 목덜미에 따뜻한 바람을 불어주는 ‘넥워머’까지 기본 옵션으로 제공하는 추세다. 약간의 불편함과 변수를 감수하고서라도 오픈카를 선택하는 이유는 결국 이 ‘감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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