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개조하는 건 더 빠르고, 더 크고, 더 튼튼하게 만들기 위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정면으로 뒤집은 사람이 있다.
영국의 유튜버이자 DIY 엔지니어 콜린 퍼즈는 이탈리아의 국민 자동차 피아트 판다(Fiat Panda)를 세상에서 가장 좁은 차로 개조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기존 차량의 본래 목적과 완전히 다른 발상의 전환으로 개조의 미학이 어디까지 가능할 수 있는지를 증명해 낸 셈이다.
진짜 운전 가능한 자동차라고?
더 충격적인 건, 이 차가 실제로 영국 도로에서 번호판을 달고 달린다는 점이다. 퍼즈는 차량 완성 후, 영국 교통부의 IVA(Individual Vehicle Approval) 제도 아래 도로 주행 허가를 신청 완료했다. IVA는 소량 생산 차량이나 자가 개조 차량을 위한 검사 및 승인 제도로,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개인도 차량 등록이 가능하다. 퍼즈의 차량은 안전띠 작동 여부, 제동력, 전조등과 후미등, 방향지시등의 정상 작동 여부, 클랙슨 음량, 제동 시 쏠림 방지 등 총 20개 이상 항목에 대해 검사를 통과했다. 물론 에어백이나 충돌 안전성 같은 항목은 해당하지 않지만, 법적 기준상 문제가 되지 않으면 등록할 수 있다.
실제 주행 장면을 보면 퍼즈는 좁은 골목이나 도심 거리에서 말도 안 되게 쉬운 주차를 선보인다. 차 한 대 들어갈 자리에 두 대가 들어가는 수준. 다만, 그는 영상에서 “커피를 둘 컵홀더조차 없다. 편의성은 완전히 버려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이 차량은 기술적 도전이자 예술적 실험,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로서 가치가 있다.
말도 안 되는 너비, 믿을 수 없는 실현
개조된 피아트 판다의 너비는 단 39인치, 약 99cm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경차의 절반 수준도 채 되지 않는다. 그 폭에 엔진, 변속기, 운전석, 조향장치를 모두 욱여넣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이지만, 콜린 퍼즈는 이를 실현했다. 바퀴 간격을 좁히기 위해 섀시를 완전히 자르고, 한쪽에만 조향 장치를 몰아넣는 방식으로 공간을 확보했다. 좌우 대칭이 무너졌음에도 실제 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은, 그의 정교한 설계 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안정성 또한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차량 내부는 운전자 한 명이 겨우 탑승할 수 있는 수준이고, 스티어링 휠과 페달의 위치 역시 기존 자동차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설계는 실제 도로 주행 테스트를 거쳐 안정성을 확보한 결과다. 그는 영상에서 “주차 공간에 제한을 받지 않는 차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단순한 장난이 아닌, 하나의 자동차 철학을 담은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작지만 큰 가능성을 내포한 차
세상에서 가장 좁은 차, 피아트 판다는 그 좁은 너비만큼이나 좁은 틈 사이에서 상식과 고정관념을 비집고 나왔다. 이 실험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자동차는 꼭 지금의 모습이어야만 할까?’라는 것. 도시 문제, 주차난, 환경 문제, 공간 효율성까지 고려할 때, 작은 차의 가능성은 오히려 더 넓다. 이런 점에서 피아트 판다 개조 프로젝트는 상용화가 어렵다곤 하지만, 단순한 유튜브 콘텐츠를 넘어 현대 자동차 산업에도 새로운 시사점을 남겼다.
또한 이 프로젝트는 개조 자동차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도 변화를 유도했다. 과거에는 튜닝과 개조가 일종의 변칙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기술과 창의성을 융합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특히 친환경 자동차, 자율주행 자동차 등 미래 차 시장에서 더 유연한 발상이 필요한 시점에서, 이러한 파격적인 프로젝트는 창의적 자극으로 작용한다. 작지만 큰 울림을 남긴, 아주 특별한 한 대의 자동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