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방치된 전동킥보드. 점자블록 한가운데를 가로막고, 보행자 통행을 위협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누가 좀 치워줬으면”이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시민이 직접 ‘치우는’ 시대가 왔다. 대전과 시흥을 중심으로 지자체가 불법 주정차 개인형 이동장치(PM)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전동킥보드는 빠르고 편리한 이동 수단이지만, ‘아무 데나 세워놓는’ 일부 이용자들 때문에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횡단보도, 점자블록, 버스정류장 앞 등 주요 보행 공간이 무단 방치 킥보드로 뒤덮이면서 보행자의 불편은 물론, 사고 위험까지 커지고 있는 상황.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전시와 시흥시가 ‘시민 신고 시스템’이라는 직접적인 대안을 내놨다.
대전시는 이달 14일부터 전동킥보드 주·정차 위반을 시민이 직접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전면 도입했다. 지난해 11월 시스템 개발을 완료한 뒤, 도보 단속요원을 활용한 시범 운영과 기능 개선을 거쳐 본격 시행에 돌입한 것이다. 대전시의 신고 대상은 도로교통법상 주정차가 금지된 구역에 무단 방치된 전동킥보드다. PM 전용 주차존이나 대여소(예: 타슈, 자전거 거치대) 등 정상적인 위치는 제외된다. 신고는 포털에서 '대전시 전동킥보드 신고'를 검색하거나 전용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손쉽게 접수할 수 있다.
신고된 킥보드는 각 대여업체가 신속히 수거하도록 조치된다. 대전시에 따르면 현재 지역 내에서 운영 중인 PM은 8개 업체, 1만1600여 대에 이르며, 무단 방치를 줄이기 위해서는 시민 참여 기반의 실시간 대응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편, 시흥시는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활용한 색다른 방식을 도입했다. ‘시흥시 공유자전거 & 전동킥보드 불법주차 신고방’을 개설해, 시민 누구나 실시간으로 민원을 접수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한 것. 해당 채팅방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점자블록·보도 중앙·횡단보도 등 보행 안전에 위협이 되는 구역에 놓인 공유자전거·킥보드가 주요 신고 대상이다.
대전시 이장우 시장은 “무단 방치된 개인형 이동장치는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시민 신고 시스템으로 보다 쾌적한 보행 환경을 조성하고, 이용자들 스스로 주차 문화 개선에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시흥시 역시 “시민 참여를 통해 신속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도시 질서를 지키는 문화 정착을 위해 협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결국 핵심은 시민의 ‘참여’와 이용자의 ‘배려’다. 제도만으로는 완전한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킥보드 이용자 스스로의 에티켓이 중요하다. 전동킥보드가 교통의 편의를 넘어 도시의 불편이 되지 않기 위해선, 이용 후 지정 구역에 반납하고, 다른 이의 보행권을 고려하는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하다. 시민이 직접 민원을 해결하는 이 시스템은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일 뿐, 지속 가능한 문화 정착이 병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