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기차 브랜드 지커가 연말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사실상 사용 이력이 없는 중고차를 ‘신차’처럼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른바 ‘제로킬로미터 중고차’로 불리는 차량이 할인 혜택과 보조금 조건을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판매되었으며, 일부 차량은 이미 보험이 가입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24년 12월, 지커의 특정 지역 판매량이 비정상적으로 급증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업계에선 조직적 실적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차량 구매 계약서를 들여다본 소비자들은 판매 주체가 자신이 방문한 매장이 아닌, 지커와 협력 관계에 있는 타지역 법인으로 되어 있는 점을 이상하게 여겼다. 한 소비자는 "딜러가 할인 조건을 강조하며 빠른 계약을 유도했지만, 계약서엔 전혀 다른 지역 법인이 등장했다"며 환불을 요청한 사례도 있었다. 이 차량들은 대부분 2024년 12월 생산된 재고 차량으로, 계약 당시 이미 보험이 가입돼 있거나 보험가입 시점이 과거로 기재된 경우가 다수 확인됐다.
지커 측은 논란이 불거지자 "판매된 차량은 정상적인 전시차이며, 정식으로 등록된 적이 없기에 중고차로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와 업계 모두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2024년 12월, 지커는 중국 푸젠성 샤먼 지역에서 전월 대비 무려 6.5배에 달하는 판매량 증가를 기록했다. 이 중 2,767대가 판매된 것으로 보험 가입 기록에 나타났으며, 이 중 2,508대는 법인 명의 구매, 개인 판매는 고작 259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정작 해당 월의 신차 등록 건수는 271대에 그쳤다. 이는 ‘보험은 들었지만 차량 등록은 하지 않은’ 상태로, 실질적으로는 판매로 간주될 수 없는 물량이 대거 포함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처럼 보험만 가입해 실적을 잡는 방식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연말 실적 압박을 받을 때 종종 사용하는 수법이다. 제조사는 차량을 딜러사에 대량 출고한 뒤, 딜러가 보험을 먼저 가입하도록 해 판매로 간주하고 실적을 반영한다. 실제 고객 인도나 등록은 이후로 미루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차량은 실질적으로 사용된 이력은 없지만, 보험이 먼저 가입되었기에 주행거리가 없는 ‘중고차’가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신차 보험 가입은 실제 고객이 차량 대금을 지불한 후 발행되는 구매 영수증과 함께 이뤄진다”며 “판매자(딜러)가 자체적으로 보험을 들고 이후 고객에게 넘기는 건 명백히 비정상적인 절차”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일부 소비자들은 “신차라 믿고 샀는데 알고 보니 이미 보험이 들어 있는 중고차였다”며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제로킬로미터 중고차’ 관행은 지커만의 문제가 아니다. 신생 전기차 브랜드일수록 이 같은 방식에 의존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전통 완성차 업체와 달리 재무 구조가 불안정한 신생 브랜드는 월간·분기 단위 실적에 민감하며, 이를 위해 단기 수치를 끌어올릴 ‘꼼수’에 더 쉽게 손을 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기차 업계에서는 이 같은 방식으로 판매되는 차량이 전체 신차 판매량의 최대 8%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2025년 상반기, 지커의 누적 판매량은 9.07만 대, 전년 대비 겨우 3% 증가에 그쳤다. 반면 모회사인 지리자동차의 다른 브랜드 ‘갤럭시’는 같은 기간 232% 증가한 54.8만 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지커는 연간 목표인 32만 대 달성을 위해 판매망을 기존의 직영 체계에서 대리점(합작형)으로 전환하고 있다. 즉, 지방 소도시 중심으로 판매망을 늘려 실적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등록 먼저, 판매는 나중에’ 식의 단기 실적 부풀리기 전략이 반복된다면, 브랜드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한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신차와 다름없지만, 실질적으로는 제조사와 딜러 모두의 책임 회피가 결합된 회색지대 차량”이라며 “소비자 보호 장치가 미흡한 상태에서 이 같은 차량이 정상 유통되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