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무더위 속, 자동차 에어컨은 단순한 편의장비를 넘어 없으면 안 되는 필수 장치에 가깝다. 자동차 문을 열자마자 몰려오는 엄청난 뜨거움을 버티기 위해 매우 강하게 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쯤 부모님 또는 운전 잘하는 지인의 훈수가 이어진다. “시동 끄기 전에 에어컨 꺼야 차 안 망가져”. 일단 따라 했지만 왜 그런지는 정확히 모르고 그냥 배터리 아낄 용도로 하는 줄 아는 운전자가 대부분이다. “도착 몇 분 전에는 에어컨을 끄고 송풍만 돌려야 한다.” 과연 이 습관이 왜 중요한 걸까?
에어컨 속 곰팡이, 어디서 시작될까?
자동차 에어컨 냄새는 단순히 필터 문제만이 아니다. 그 근원은 에어컨 내부, 특히 에바포레이터라는 부품에 있다. 이 부품은 외부 공기를 차갑게 만드는 핵심 장치로, 작동 시 공기 중의 수분을 응축시키며 차가운 바람을 만들어낸다. 문제는 이 응축된 수분이 에바포레이터 표면에 남는다는 점이다.
정상적으로는 이 물이 차량 하부로 배출되지만, 도착과 동시에 시동을 꺼버리면 에바포레이터 내부의 수분이 증발하지 못한 채 그대로 남게 된다. 이때 차량 내부는 어둡고 밀폐된 상태로 유지되며, 자연스럽게 곰팡이나 세균이 번식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된다. 고온다습한 여름철에는 그 속도가 더 빠르고, 며칠 사이에 송풍구에서는 쉰내, 젖은 걸레 냄새, 곰팡이 악취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냄새의 근원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방향제를 바꾸거나 필터를 아무리 갈아도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곰팡이가 송풍 덕트 깊숙한 내부, 에바포레이터 표면에 직접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결국 정비소에 방문해 고가의 청소를 받거나, 심할 경우 관련 부품 교체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에어컨도 2-3분 전에 말려주자
곰팡이 냄새만으로도 충분히 불쾌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에바포레이터 주변에 남은 습기는 서서히 부식과 고장을 유발한다. 알루미늄 소재의 에바포레이터는 지속적으로 습기에 노출되면 산화되기 쉽고, 이에 따라 냉방 성능이 저하되거나 누수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송풍기 모터, 온도 센서, 배선 커넥터 등 에어컨 계통의 다른 전자부품도 습기로 인해 손상될 수 있다. 이는 간헐적인 고장을 유발하고, 결국 전체 시스템 수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특히 에바포레이터는 차량 대시보드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어 수리하려면 대시보드 탈거 작업까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자연히 정비 비용은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백만 원 단위로 치솟는다. 즉, 단순히 몇 분 더 시원함을 유지하겠다고 에어컨을 계속 켠 채 목적지에 도착하고 시동을 끄는 습관은, 에어컨 전체 시스템에 심각한 손상을 주는 습관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아주 단순하고 실천하기 쉽다. 바로 아까 부모님과 지인의 말처럼, 도착 2~3분 전에 에어컨의 A/C 버튼만 끄고, 송풍만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에어컨 작동을 멈추면 에바포레이터는 냉각을 멈추고, 송풍을 통해 그 표면에 남은 수분을 말릴 수 있다. 이때 송풍 세기는 중간 정도로 설정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차내 온도가 갑자기 오르지 않도록 하고, 동시에 내부에 남은 습기를 효율적으로 날려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몇 분만 관리해도 에어컨 속 곰팡이 냄새 발생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다.
소모품 관리 이상의 ‘운전 습관’
많은 운전자는 에어컨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에어컨 필터 교체부터 생각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에어컨 사용 습관에 있다. 에바포레이터는 소모품이 아니기 때문에 사용자의 관리 방식에 따라 수명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매년 여름마다 냄새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결국은 자동차를 어떤 습관으로 운전하느냐에 따라 부품의 수명과 차량의 쾌적함이 달라진다. 여름철 냄새 없는 자동차, 쾌적한 운전을 위해 오늘부터 실천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