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는 출고되는 순간부터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모든 차량이 같은 속도로 감가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차는 1년만 지나도 신차 가격의 절반 가까이로 떨어지는 반면, 어떤 차는 수년이 지나도 가치를 상당 부분 유지한다. 결국 이는 브랜드 신뢰도, 정비 편의성, 소비자 인식 등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중고차 시장에서 외면받는 브랜드는 대부분 ‘정비가 어렵다’, ‘부품 수급이 힘들다’, ‘신뢰성이 떨어진다’라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중고차를 고려하는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혹할 수 있지만, 구매 후 예상치 못한 수리비 폭탄이나 판매 시 불리한 조건에 처할 수도 있다.
수입차인데 왜 이렇게 싸죠?… 감가 심한 유럽 브랜드
유럽산 자동차라면 일반적으로 품질과 감성을 인정받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푸조, 르노, 시트로엥 등의 브랜드는 예외에 가깝다. 이들 브랜드는 국내에서 정비 인프라가 부족하고, 부품 수급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따라 중고차 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브랜드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감가율이 매우 높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푸조 508은 초기에 디자인과 가성비로 관심을 끌었지만, 잔고장 이슈와 애매한 상품성으로 인해 중고 시장에서는 ‘싼 맛에 사는 차’로 전락했다. 다른 모델 역시 출고가 대비 감가 폭이 크며, 시트로엥 C4 칵투스처럼 개성 있는 모델조차도 인지도가 낮아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 유럽 브랜드의 감성만 보고 덜컥 구매했다가는, 되팔 때 피눈물을 흘리며 팔아야 할 수도 있다.
눈여겨봐야 할 브랜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아우디다. 아우디는 고급 독일 브랜드로 여겨지지만, 한동안 공격적인 프로모션과 할인 마케팅을 펼치며 가성비 수입차로 포지셔닝했다. 그 결과 중고차 시장에서의 시세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할인받고 샀지만 팔 때도 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때 강자였지만, 지금은 감가의 왕… 미국 브랜드의 몰락
포드, 크라이슬러, 쉐보레는 한때 국내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던 브랜드다. 하지만 지금은 중고차 시장에서 대표적인 감가 브랜드로 전락했다. 포드 퓨전, 크라이슬러 300C, 쉐보레 임팔라 등은 신차 가격 대비 중고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연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일부 모델에서 발견된 신뢰성 부족이다. 예를 들어 포드는 과거 변속기 이슈, 크라이슬러는 잦은 전자 장비 고장으로 소비자의 불신을 샀다. 쉐보레의 경우 말리부나 임팔라 같은 세단이 판매 부진으로 단종 수순을 밟으면서 중고차 시장에서도 외면받게 됐다. 정비소 찾기가 어렵거나 부품 값이 비싸다는 것도 감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재규어와 랜드로버도 비슷한 이유로 중고차 시장에서 가치가 급락하는 브랜드다. 수리비가 많이 들고, 엔진 및 전자 시스템에서의 결함이 자주 언급된다. 구매 시에는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주행 감성에 이끌리지만, 실제 소유 과정에서는 잦은 정비와 높은 유지비로 인해 후회하는 소비자가 많다. 결국 중고차 시장에서 감가가 심한 브랜드는 차값만 보고 덥석 사기엔 리스크가 큰 브랜드로 요약할 수 있다.
“싼 게 비지떡”… 이유 없이 싼 물건은 없다
중고차 구매자에게 감가율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해당 차량의 브랜드 가치, 신뢰도, 정비 편의성, 시장 인지도 등을 모두 포함한 종합 지표다. 시세가 낮다고 해서 무조건 ‘득템’이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되팔기 어렵거나 수리비가 많이 들어 더 많은 비용을 떠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신차를 구매할 때도 마찬가지다. 단기간 내에 차량을 처분할 가능성이 있는 소비자라면, 감가율이 높은 브랜드는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싸게 샀으니 됐다’가 아니라, 왜 싸게 팔았는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