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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광고 주인공이였는데...’

by 뉴오토포스트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국내시장 쉐보레 브랜드 신뢰 하락
상품성 대비 높아진 가격

trailblazer-exp-01-l-xl-v2.jpg 사진 출처 = '한국GM'

한때 TV 광고 속에서 자유분방한 젊음을 대표하던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등장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중독성 넘치는 광고와 감각적인 디자인, 패셔너블한 색상 조합은 소형 SUV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출시 초기에는 여러 평론가들한테 호평받으며 쉐보레의 게임 체인저로 등극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간이 지날수록 싸늘해졌다. 초반 관심은 흐지부지 사라졌고, 판매량은 급락세를 탔다. 심지어 트레일블레이저를 기억하는 소비자조차 드물 만큼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표면적인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소비자 마음에서 멀어진 차”라는 말이 가장 정확한 평가일지도 모른다.


브랜드부터 유행까지…연이어 닥친 악재

trailblazer-banner-01.jpg 사진 출처 = '한국GM'

트레일블레이저의 몰락에는 쉐보레 브랜드 자체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 하락이 크게 작용했다. 한국GM은 군산공장 폐쇄, 반복된 구조조정, 철수설 등 좋지 않은 이슈가 계속되면서 “언제 한국 떠날지 모르는 회사”라는 불신을 샀다. 이는 결국 제품에 대한 평가는 둘째치고, “사후관리(A/S)가 불안하다”라는 이유만으로 구매를 피하게 만드는 심리로 이어졌다.


자동차는 단발성 소비재가 아니라 5~10년 이상 사용하는 준부동산이다. 그만큼 브랜드 신뢰는 곧 구매 결정에 직결된다. 현대차나 기아, 독일 3사 등이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원인 중 하나가 서비스 품질 및 브랜드 신뢰도 확보인데, 쉐보레는 이 경쟁에서 완전히 밀렸다. 아무리 개성 있고 잘 만든 차라 하더라도 ‘브랜드 불안’이라는 높은 장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트레일블레이저가 속한 소형 SUV 시장 자체도 예전만큼 뜨겁지 않다. 출시 초기에는 셀토스, 코나, XM3 등과 함께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소비자들은 중형 또는 준중형급 SUV로 관심을 이동하고 있다. “돈 조금 더 보태서 큰 차로 간다”라는 수요 변화는 소형 SUV 전체의 판매 감소로 이어졌다.


차박, 캠핑, 가족 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넓은 실내 공간과 트렁크가 중요해졌고, 자연스럽게 소형 SUV는 “1~2인용 세컨드카” 정도로 밀려났다. 트레일블레이저는 바로 이런 시기에 출시된 차량인 만큼 초기 관심을 대형 SUV 브랜드력이 뒷받침하지 못했고, 시장 하락세와 맞물려 조용히 소비자 선택지에서 사라졌다.


“이 가격에?” 상품성 논란

1tj56400-gp5-f.jpg 사진 출처 = '한국GM'

출시 초기 트레일블레이저는 나쁘지 않은 가격으로 주목받았지만, 연이은 부분 변경과 원가 인상, 환율 영향으로 인해 현재는 상위 트림 가격이 3천만 원에 육박하게 됐다. 문제는 그 가격대를 주고도 만족스러운 옵션 구성이 어렵다는 데 있다. 소형 SUV답지 않은 주행 안정감이나 도어 마감 등 차량 자체의 완성도는 경쟁 차량들보다 호평받고 있긴 하지만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나 고급 편의 사양은 국내 경쟁 차종인 현대 코나기아 니로에 비교해 봐도 빠지는 것이 많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트레일블레이저가 이렇게 비싼 가격을 책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트레일블레이저를 수출에 집중하겠다는 GM의 의도로 볼 수 있다. GM 한국사업장에서 생산되는 트레일블레이저 대부분의 물량이 수출되고 있고, 내수 시장에서는 트랙스 크로스오버에 더욱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전동화 추세 완전히 놓쳤다

trailblazer-mast-l-xl.jpg 사진 출처 = '한국GM'

자동차 시장은 지금 전기차·하이브리드 중심의 전동화 시대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그에 반해 트레일블레이저는 1.35 가솔린 터보 엔진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소비자들의 관심 역시 “기름값 절감”과 “친환경 우선”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레일블레이저는 시장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완전히 소외됐다.


경쟁 모델인 코나는 전기차(EV)와 가솔린·하이브리드를 모두 갖췄고, 셀토스도 곧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추가할 예정이다. XM3 또한 유럽형 하이브리드 사양이 국내 출시되며 상품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내연 기관이 여전히 우세한 환경이 유지되고 있다고 하지만, 이런 환경에서 트레일블레이저는 선택지 부족으로 레이더에 쉽게 잡히지 않는다.


잘 만들었는데 왜 팔리질 못하니…

trailblazer-per-01-l-xl.jpg 사진 출처 = '한국GM'

트레일블레이저 자체의 주행 성능이나 디자인 완성도는 절대로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오히려 쉐보레 특유의 묵직한 주행 감각과 스타일리시한 외관, 화려한 투톤 컬러 조합은 젊은 소비자층에게 어필하는 요소였다. 그러나 브랜드 불신, 치열한 가격 경쟁, 떨어지는 시장 수요, 전동화 부재라는 복합적인 문제가 겹치며 생존 경쟁에서 밀려났다.


결국 트레일블레이저는 “잘 만들어진 차”임에도 “잘 팔릴 수 없는 차”라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게 됐다. 자동차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단순히 제품이 좋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브랜드 신뢰, 정책 대응, 가격 경쟁력, 미래 전략까지 모두 갖춰야 한다. 트레일블레이저는 바로 그 모든 요소에서 경쟁차에 뒤처지며 조용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한때 화려한 광고로 이목을 끌었던 차는, 이제 “그 차 아직 팔아요?”라는 말에 어울릴 만큼 관심 밖의 존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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