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고를 때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과 성능만큼이나 색상에도 고민을 한다. 취향의 문제도 있겠지만, 특정 브랜드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컬러가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철학과 역사, 심지어 레이싱 헤리티지까지 담긴 색상은 단순한 도색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최근에는 특정 색상을 선택하기 위해 출고 대기 기간이 몇 개월 이상 길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심지어 일부 소비자들은 일부러 다른 색상을 선택해 먼저 출고 받은 후, 사설 도색 작업을 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각 브랜드의 대표 색상은 무엇일까.
페라리 – 로쏘 코르사(Rosso Corsa), 열정의 상징
페라리를 이야기할 때 ‘빨간색’을 빼놓을 수 없다. 로쏘 코르사, 경주용 빨강이라는 뜻을 가진 이 색상은 단순한 레드가 아니다. 1920년대부터 국제 자동차 경주대회에는 국가별 색상 규정이 존재했는데, 이탈리아는 빨강을 배정받았다. 그때부터 이 색은 이탈리아 브랜드를 대표하게 됐고, 페라리는 이를 정체성으로 굳혔다. 페라리의 경주차는 물론 양산차 대부분이 이 색으로 출고되고 있다.
영화와 미디어가 로쏘 코르사의 명성을 더욱 확산시켰다. 수많은 작품에서 빨간색 페라리가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그 결과 이 색은 자동차 컬러를 넘어 부와 열정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로쏘 코르사는 단순한 색상이 아니라 브랜드의 역사와 팬들의 열광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메르세데스-벤츠 – 실버 애로우의 유산
메르세데스-벤츠의 대표 색상은 단연 은색이다. 흔히 ‘실버 애로우(Silver Arrow)’라 불리는 이 색은 1930년대 모터스포츠에서 시작됐다. 당시 독일 레이싱카의 국가별 색상은 흰색이었는데, 엔지니어들은 차량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도색을 모두 벗겨냈다. 그 결과 알루미늄 차체가 그대로 드러났고, 이 빛나는 은색이 대회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메르세데스는 실버를 브랜드의 상징으로 굳혔다.
지금도 메르세데스의 고성능 AMG 모델이나 플래그십 차량에서 실버 계열은 여전히 강력한 인기 색상이다. 단순히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주기 때문만이 아니라, 역사적 배경에서 오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버 애로우’는 기술 혁신과 레이싱 DNA를 동시에 보여주는 색상으로, 벤츠 팬들에게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BMW – 블루의 정체성, 르망 블루와 에스토릴 블루
BMW는 파란색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적극 활용해 왔다. 로고에도 파랑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독일 바이에른주의 깃발에서 유래했다. BMW에서 인기 있는 색상으로는 르망 블루와 에스토릴 블루가 있다. 이 두 색상은 특히 M 퍼포먼스 라인업에서 자주 등장하며, 고성능과 스포티함을 강조한다.
이 블루 계열은 페라리의 빨강처럼 무조건적인 대표색은 아니지만, BMW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상징성이 크다. 단순한 네이비색이 아닌 강렬하고 깊이 있는 파란색은 주행 중에도 존재감을 드러내며, 세단과 SUV 모두에서 세련된 이미지를 준다.
맥라렌 – 파파야 오렌지, 창립자의 컬러
슈퍼카 브랜드 맥라렌의 시그니처 색상은 ‘파파야 오렌지’다. 이 독특하고 화려한 색은 창립자 브루스 맥라렌이 처음 레이싱카에 사용했던 컬러에서 비롯됐다. 1960년대, 브루스는 팀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기 위해 경쟁 팀들과 차별화되는 색상을 찾았고, 그 결과 눈에 띄는 오렌지색을 선택했다. 그 색이 바로 오늘날의 파파야 오렌지다.
맥라렌의 최신 슈퍼카 라인업에서도 이 색상은 여전히 특별하다. 오렌지색 맥라렌은 도로 위에서 압도적인 시선을 끌며, 브랜드의 스포티하고 공격적인 이미지를 가장 잘 표현한다. 이 컬러는 슈퍼카 팬들 사이에서도 맥라렌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출시 때마다 높은 선택 비율을 기록하며 대 히트를 치고 있다.
람보르기니 – 지알로 오리온, 태양의 색
람보르기니는 화려함과 과감함을 상징하는 브랜드다. 그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색상이 바로 ‘지알로 오리온’이다. 이 색은 밝은 노란색으로, 태양, 속도, 활력을 의미한다. 검은 황소 로고와 대비되면서 시각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슈퍼카 중에서도 특히 람보르기니는 튀는 색상을 선호하는데, 그중에서도 노란색은 가장 대표적이다.
지알로 오리온은 람보르기니의 모델 라인업에서 꾸준히 인기를 유지한다. 많은 리뷰어들은 이 색상을 람보르기니의 근본이라고 평하며, 노란색 모델은 중고 시장에서 다른 색상 대비 프리미엄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색상이 단순히 취향이 아니라 가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색상은 브랜드의 언어다
자동차 색상은 단순한 외관의 문제가 아니다. 그 안에는 브랜드의 역사, 문화, 기술이 담겨 있다. 단순한 컬러 코드를 넘어, 자동차 문화와 팬들의 열정을 상징한다.
소비자들이 특정 색상에 열광하는 것은 결국 그 브랜드가 가진 스토리와 가치를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고, 브랜드의 정체성이 중요해지고 있는 지금 색깔이 주는 매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