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카'라는 단어는 단순히 빠르거나 비싼 차를 넘어, 자동차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예술품과도 같다. 그리고 그 정점에 항상 존재했던 브랜드가 바로 부가티다. 부가티는 2016년 출시되어 하이퍼카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던 전설적인 모델 시론을 2024년 단종시키고, 그 뒤를 잇는 공식 후속 모델 투르비용(Tourbillon)을 선보였다.
투르비용은 과거 부가티의 전설적인 드라이버들인 피에르 베이론과 루이 시론의 이름에서 영감을 받았던 베이론과 시론과는 달리, 이름부터 새로운 변화를 예고한다. 그 이름은 바로 정밀한 기계식 시계의 핵심 부품인 '투르비용'에서 가져왔다. 이는 자동차의 성능을 넘어 정교하고 복잡한 기술적 완벽함을 추구하는 부가티의 철학을 상징한다.
디자인과 정체성
투르비용의 디자인은 시론의 곡선미와는 상반되는 직선적이고 날카로운 형태를 취하고 있다. 전면의 시그니처 말굽 그릴과 후면의 C자형 라인 등 부가티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요소들은 유지하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적용하여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강조한다.
실내 인테리어는 더 혁신적이다. 투르비용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계기판에는 기계식 시계의 투르비용 메커니즘을 그대로 재현한 복잡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적용했다. 이는 단순히 시간을 측정하는 도구를 넘어,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의 경지에 도달한 듯한 느낌을 준다. 600개 이상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이 계기판은 숙련된 장인의 손으로 직접 조립되며, 디지털 계기판이 아닌 물리적 계기판을 유지하여 진정한 아날로그적 감성을 추구하는 부가티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센터페시아에는 스마트폰을 연결할 수 있는 작은 디스플레이만 배치해 운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으며, 운전석과 조수석을 완벽하게 분리하는 센터 콘솔은 투르비용만의 스포티한 감성을 극대화한다.
새로운 파워트레인과 압도적인 성능
부가티 투르비용의 핵심은 파워트레인에 있다. 투르비용은 시론의 8.0L W16 쿼드 터보 엔진을 버리고, 자연흡기 8.3L V16 엔진과 3개의 전기모터를 결합한 새로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채택했다. 이는 부가티의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전동화 시대에 대한 적응을 보여주는 과감한 시도다. V16 자연흡기 엔진은 1,000마력을, 2개의 전기모터는 800마력을 발휘하며, 총합산 1,800마력의 무시무시한 성능을 자랑한다. 덕분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h까지 단 2초 만에 도달하는 경이로운 가속력을 보여준다. 또한, 최고 속도는 시속 445km/h에 달한다.
이러한 압도적인 성능 때문인지, 투르비용의 공차중량은 1,995kg으로 무거운 편이다. 전작 시론하고 비교해 보면 1kg 가볍다. 하지만 단순히 가볍다고 좋은 차가 아니다. 투르비용은 공기역학적인 설계에도 심혈을 기울인 것을 볼 수 있다. 차량의 곳곳에 공기 흐름을 제어하는 에어 덕트와 디퓨저를 적용하여 고속 주행 시 안정성을 극대화했다.
전통적인 하이퍼카의 저력을 보여준다
부가티 투르비용은 단순히 빠르거나 비싼 차를 넘어, 자동차 공학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하나의 완벽한 결정체다. 전작인 시론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성능, 혁신적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그리고 부가티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통해 하이퍼카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250대만 한정 생산될 예정인 투르비용은 대당 가격이 380만 유로(한화 약 55억 원)에 달하여, "로또 당첨되어도 탈 수 없는 차다",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비싼 아파트 중 하나인 '반포자이' 아파트보다 비싸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엄청난 가격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러한 가격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 부가티가 추구하는 완벽함에 대한 가치를 반영한다. 전기 파워트레인이 대세가 되고 있는 지금, 오히려 더욱 강력한 내연 기관의 힘을 보여주는 투르비용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