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건물주의 사연이 온라인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자신의 건물이 차량에 충돌해 크게 파손됐지만, 차량 가해자가 도주한 상황에서 경찰은 “건물은 뺑소니로 인정이 되지 않는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피해자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자동차가 사람을 치고 달아나면 명백한 뺑소니인데, 왜 건물은 해당하지 않는 것일까. 법의 허점을 악용한 사례가 아니냐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사고 당시 운전자는 골목길에서 차량을 조작하다가 속도를 줄이지 못해 건물 외벽을 들이받았다. 충격으로 벽 일부가 무너졌고, 간판과 출입문도 크게 파손됐다. 그러나 운전자는 사고 직후 바로 차량을 몰고 사라졌다. 피해자는 CCTV를 통해 상황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피해자를 더욱 막막하게 만들었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건물들
일반적인 뺑소니는 도로교통법 제54조에 명시된 '사고 후 미조치'와 '구호 조치 불이행'에 해당하며,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라 엄중한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이 법의 적용 대상은 사람에게 한정된다. 즉, 차량이 건물, 전봇대, 가로등 등과 같은 물체를 파손한 뒤 도주하더라도 이는 뺑소니로 간주되지 않는다.
이러한 경우 경찰은 재물손괴 혐의로 사건을 처리하게 되는데, 이는 피해자의 고소나 신고가 있어야 수사가 진행되는 '친고죄' 혹은 '반의사불벌죄'에 속한다. 게다가 뺑소니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형량이 낮다. 이 때문에 일부 악의적인 운전자들은 이러한 법의 맹점을 노리고, 차량을 건물에 충돌시킨 후 수습 없이 현장을 떠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피해를 입은 건물주는 자비로 모든 수리 비용을 부담하거나, 가해자를 찾아 민사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어찌저찌 CCTV나 목격자 진술을 통해 가해 차량을 특정하더라도, 운전자가 보험 처리를 거부하거나 잠적하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 건물주는 가해자와의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아내야 하는데, 이 과정이 길고 복잡하다. 수리 견적, 정신적 피해 보상 등 모든 것을 피해자가 증명해야 하며, 소송에 드는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다.
더욱 큰 문제는, 가해 차량 운전자가 무보험이거나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다. 이 경우 건물주는 수리 비용을 온전히 본인 돈으로 해결해야 한다. 한편, 차량이 파손된 경우에는 운전자가 '손괴죄'를 주장하며 상대방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즉, 건물주는 손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반면, 운전자는 자신의 차량 파손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허점을 노린 도주, 악용 가능성 크다
문제는 이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도심 외곽이나 한적한 골목길에서 보호난간, 상가, 주택 외벽을 들이받고 그대로 사라지는 차량이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가해자가 현장에서 잡히는 비율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토교통부나 경찰청에서도 건물 충돌 사고를 뺑소니 범주에 포함시킬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 단순히 재산 피해로 치부하기에는 사회적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사고로 파손된 건물이 상가일 경우 영업 손실이 발생하고, 주택일 경우 안전 문제가 뒤따른다. 심지어 건물 구조가 약해 2차 붕괴 위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사람 아니면 괜찮다는 인식, 반드시 바꿔야 한다
자동차 사고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가 크다. 사람뿐 아니라 건물, 시설물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은 건물 파손에 대한 대책이 많이 없다. 이 허점을 악용한 도주 행위는 피해자에게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심리적 충격을 안긴다. 법이 생명을 우선으로 한다는 취지는 이해되지만, 재산 피해도 절대 가볍지 않다.
앞으로는 건물 파손 후 도주도 엄격히 처벌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 또한 보험 제도와 피해자 구제 절차도 보완되어야 한다. 더 이상 “사람만 안 치면 된다”라는 생각이 통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법의 빈틈을 메우지 않으면, 이런 황당한 사건은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것이다. 억울한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가해자에게는 합당한 책임을 묻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