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밀리카 시장의 절대 강자로 불리는 기아 카니발이 지난해 판매량 신기록을 세우며 명실상부한 ‘국민 미니밴’의 입지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월평균 7천 대 가까이 팔린 카니발은 단순히 판매량에서만 두각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어떤 트림과 옵션을 가장 선호하는지 뚜렷한 패턴을 보여주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전동화 흐름이 거세진 가운데, 하이브리드가 아닌 2.2 디젤 모델이 가장 많이 선택된 개별 트림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한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다인승 활용성과 옵션 구성에서 ‘실속’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기아차 판매 데이터에 따르면 카니발 구매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트림은 ‘2.2 디젤 9인승 시그니처’였다. 카니발 디젤 라인업 가운데 상위급에 속하는 시그니처는 가죽 시트, 운전석 에르고 모션 시트, 앰비언트 라이트 등 고급 사양이 기본으로 탑재돼 있다. 이 덕분에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편의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소비자들은 드라이브 와이즈(첨단 주행 보조), 크렐 프리미엄 사운드, 스타일 패키지를 추가하며 한 단계 더 높은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였다.
가격 역시 중요한 요인이다. 기본 사양에 세 가지 옵션을 더하면 차량 가격은 약 4,786만 원에 이른다. 이 금액대는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 익스클루시브(4,824만 원), 싼타페 하이브리드 캘리그래피(4,782만 원) 등 인기 세단과 SUV 상위 모델과 맞먹는다. 즉, 동일한 예산으로 대형 세단이나 SUV 대신 다인승 미니밴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카니발의 강점이다. 특히 9인승 모델은 개별소비세 면제, 버스전용차로 조건부 이용 등 혜택까지 따라오므로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중고차 가치다. 실제 중고차 시장에서 드라이브 와이즈와 같은 주행 보조 옵션이 빠진 차량은 동일 연식 대비 감가가 빠르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가족 단위 구매자가 많은 카니발의 특성상 안전·편의 패키지는 사실상 필수 옵션으로 여겨진다. 업계에 따르면 동일 트림이라도 첨단 옵션이 누락된 차량은 중고 매각 시 최대 200만~300만 원가량 시세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출고가 단계에서 아끼려다, 중고차 가치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이 소비자들의 선택에 반영된 셈이다.
색상과 내장재 선택에서도 흥미로운 패턴이 보인다. 외장 색상은 아이보리 실버가, 내장재는 코튼 베이지가 가장 인기 있는 조합으로 꼽혔다. 흰색 계열의 스노우 화이트 펄이 렌터카 시장에서 흔히 선택되는 것과 달리, 개인 구매자들은 실용성과 세련된 분위기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색상에 눈길을 준 셈이다. 이는 단순히 가격이나 사양뿐 아니라 디자인적인 요소 역시 소비자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달 중 공식 출시 예정인 신형 현대 팰리세이드 9인승은 4,383만 원부터 시작해 최상위 트림인 캘리그래피는 5,586만 원에 달한다. 카니발 2.2 디젤 시그니처 풀옵션급과 비교하면 약 800만 원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카니발이 여전히 앞서 있지만, 팰리세이드가 SUV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에서 두 차량은 소비자층이 일부 겹칠 수밖에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카니발 풀옵션 vs 팰리세이드 중간 트림’을 두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구도다.
카니발의 최대 무기는 여전히 ‘패밀리카로서의 다재다능함’이다. 단순히 넓은 공간을 넘어, 9인승이 제공하는 법적 혜택과 경제적 장점이 시장에서의 입지를 견고히 다져준다. 특히 7인승 SUV가 이미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대체재가 적은 9인승 모델은 카니발의 독보적인 경쟁 우위를 설명해주는 핵심이다. 결국 4,700만 원대라는 금액은 결코 가볍지 않지만, 동급 SUV와 비교했을 때 여전히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카니발은 새로운 옵션 패키지 제공 등을 통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지난해 판매 데이터를 보면, 단순히 첨단 파워트레인이 아닌 ‘실속 있는 옵션 조합’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더 강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카니발의 성공 비결은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최대 만족’을 주는 전략적 조합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