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를 잡고 있지만, 사실은 운전하는 것이 아닌…’ 이 모순적인 상황이 바로 자율주행 레벨 3의 본질이다. 레벨 3는 '조건부 자율주행'으로 불리며, 특정 조건, 예를 들어 고속도로나 혼잡한 정체 구간에서는 시스템이 주행의 대부분을 스스로 처리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시스템이 운전자의 개입을 요청하면 운전자가 즉시 운전 제어권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운전자는 주행 중에도 늘 시스템의 작동 상황과 주변 환경을 예의주시하며, 갑작스러운 상황에 언제든 대응할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는 운전자가 주변을 완전히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완전 자율주행 레벨 4와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겉보기에는 안전해 보이는 자율주행이지만, 그 이면에는 예상치 못한 위험이 숨겨져 있다. 레벨 3는 운전자가 주행에서 어느 정도 해방되는 편안함을 제공하지만, 이는 완벽한 해방이 아니다. 시스템이 처리할 수 없는 복잡한 상황이나 갑작스러운 오류 발생 시, 운전자에게 긴급히 개입을 요구하게 된다.
이 '개입 요구'가 레벨 3의 가장 큰 특징이자 동시에 가장 불안한 지점이다. 사람과 기계가 제어권을 주고받는 이 전환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은 예측 불가능한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품고 있다. 따라서 레벨 3는 편리함 속에 늘 경계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모호한 지점이다.
혼란의 도로 위에 던져진 숙제
첨단 기술의 발전은 늘 놀랍지만, 자율주행 레벨 3의 상용화는 기술의 발전 속도에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미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은 레벨 3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자동차를 시장에 선보이고 있으며, 이는 곧 우리 주변 도로에서 이러한 자동차들을 마주하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기술 자체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하여 특정 조건에서 충분히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은 인정된다. 하지만, 이 기술이 안전하게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기술적 완성도를 넘어, 뒤따라야 할 사회적, 법적 인프라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현시대의 기술은 이미 미래를 달리고 있지만, 그 미래를 품어줄 제도의 틀은 아직 과거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도로는 본래 인간의 통제를 전제로 설계됐지만, 이제는 자율주행 자동차라는 새로운 주체가 등장하며 기존의 모든 질서가 재정비되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자율주행 레벨 3의 안전한 도입을 위해서는 명확한 법적, 제도적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도로 위 싸움
국내에서는 이미 자동차관리법을 통해 자율주행차의 제작 기준을 마련하고,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해 자율주행 관련 규정을 신설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자동차의 안전성을 확보함은 물론, 자율주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명확한 규율 체계를 정비하려는 시도이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 운전과 자율주행 시스템 간의 역할 분담, 그리고 도로 인프라와의 연동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레벨 3 자율주행 기술의 혁신성 이면에 숨겨진 가장 마주하기 싫은 진실은 바로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 소재'를 가리는 일의 난이도이다. 운전자가 핸들을 놓아도 되는 상황에서 사고가 났다면,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운전자가 시스템의 개입 요청에 충분히 빠르게 반응하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시스템 자체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던 것일까?
결국 레벨 3 자율주행 자동차는 운전자에게 '반쪽짜리 자유'를 부여하면서 '무한 책임'이라는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명확한 원인 규명이 어렵다는 점은, 결국 운전자가 언제나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존재'로 남을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기술의 발전만큼이나 사회적 합의와 법적 명확성을 통한 책임이라는 싸움을 계속해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놀라운 기술은 우리에게 끝없는 질문만을 남기고 끝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