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운전미숙 너야?” 천안 불당동 3중 추돌 사고

by 뉴오토포스트

2025년 8월 31일 발생한 추돌사고
3명 사망, 10여명 중경상
EDR 분석 결과 결함 없다고 판단

MYH20250901001800038_P4.jpg

지난 2025년 8월 31일, 평화롭던 주말 오후 충남 천안시 불당동 도심 한복판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갤러리아백화점 앞 왕복 8차선 사거리에서 발생한 3중 추돌사고는 2명의 사망자와 10여 명의 중경상자를 낳으며 우리 사회에 또다시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겼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또 급발진 핑계를 댈까 하는 여러 사람들의 걱정이 있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EDR(사고기록장치) 분석 결과 ‘기기 결함 없음’이라는 잠정 결론이 나오면서, 이번 참사 역시 운전자의 과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신호위반과 과속…‘운전 부주의’가 빚어낸 예고된 참사

PYH2023031802690006300_P4.jpg

사고는 8월 31일 오후 1시 50분경,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갤러리아백화점 앞 사거리에서 발생했다. 공개된 CCTV 영상에 따르면, 70대 택시 기사 A씨가 몰던 택시는 적색 신호임에도 불구하고 교차로에 빠른 속도로 돌진했다. 정상 신호에 따라 좌회전하던 SUV 차량의 측면을 그대로 들이받았고, 그 충격으로 SUV 차량이 밀려나가며 신호 대기 중이던 다른 차량 두 대와 연이어 부딪혔다.

이 사고로 좌회전하던 SUV 차량에 타고 있던 60대 남성과 70대 여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안타깝게도 끝내 숨졌다. 택시 기사 A씨를 포함해 다른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운전자와 동승자 등 총 11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평온해야 할 주말 오후,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대형 인명 피해 사고에 시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고 초기, 택시 기사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았다"며 급발진 등 차량 결함 가능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과수의 1차 EDR 분석 결과는 그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됐다. 국과수는 “사고 직전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 페달(액셀)을 밟은 기록이 확인됐다”며 ‘기기 결함은 없다’는 잠정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EDR 기록에 따르면, A씨의 택시는 충돌 5초 전 시속 78km에서 충돌 직전에는 시속 96km까지 속도를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차로 진입 직전까지도 감속의 흔적이 없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A씨의 과속신호위반 등 중대한 운전 부주의를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운전자의 순간적인 판단 착오나 부주의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명백히 보여준 사례다.

‘딜레마 존’의 위험성, 구조적 문제도 살펴야

AKR20241210065600063_01_i_P4.jpg

이번 사고의 원인이 운전자의 과실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사고가 발생한 장소의 구조적인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불당동 갤러리아백화점 앞 사거리는 평소에도 교통량이 매우 많고 도로 구조가 복잡해 운전자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은 곳이다. 특히 이곳은 황색 신호가 켜졌을 때 운전자가 지나가야 할지, 멈춰야 할지 순간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딜레마 존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교통사고 위험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딜레마 존’은 황색 신호가 켜졌을 때, 정지선까지 안전하게 멈추기에는 너무 가깝고, 신호가 바뀌기 전 교차로를 완전히 통과하기에는 너무 먼 애매한 구간을 의미한다. 운전자가 급정거를 시도하면 후행 차량과의 추돌 위험이 있고, 그대로 통과하자니 신호위반 단속이나 교차로 내 다른 차량과의 충돌 위험에 놓이게 된다. 운전 경력이 짧거나 고령 운전자의 경우, 이 딜레마 존에서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더욱 크다.

이번 사고 역시 택시가 딜레마 존에서 무리하게 교차로 통과를 시도하다 신호가 적색으로 바뀐 것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혹은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과속으로 돌진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운전자의 과실을 엄중히 처벌하는 것과 별개로, 이러한 상습 정체 및 사고 위험 구간에 대한 교통 체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딜레마 존 사고를 줄이기 위해 황색 신호 시간의 탄력적 운영, 교차로 진입 전 속도 감속을 유도하는 노면 표시나 과속방지턱 설치, 잔여 신호 시간 표시기 확대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개인의 책임과 사회의 노력이 함께 가야 막을 수 있는 비극

hq720.jpg

천안 불당동 3중 추돌사고는 운전자의 과실이 핵심 원인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딜레마 존이라는 도로 환경의 구조적 위험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번 비극은 우리에게 두 가지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첫째, 운전대를 잡는 모든 운전자는 자신의 순간적인 부주의나 잘못된 판단이 타인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끔찍한 흉기가 될 수 있음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신호 준수와 규정 속도 유지 등 가장 기본적인 교통 법규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우리 사회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둘째, 개인의 주의 의무만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도로 환경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려는 사회 시스템적 노력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상습 사고 구간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교통 신호 체계를 개선하고,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는 등 보다 안전한 도로 환경을 구축하는 데 지자체와 관계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운전자 개개인의 안전 의식 제고와 도로 인프라 개선이라는 두 개의 수레바퀴가 함께 굴러갈 때, 비로소 이 땅에서 안타까운 교통사고의 비극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기름값 아끼고 싶은 운전자들이라면, 이 차 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