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갈고 나온 프리미엄 SUV, 바로 이것입니다

by 뉴오토포스트

지커의 플래그십 대형 SUV 9X 사전 계약 시작
목표로 삼은 롤스로이스 컬리넌의 1/4 수준에 불과한 가격
내년부터 국내 공식 판매를 시작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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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Zeekr

대한민국 프리미엄 대형 SUV 시장은 제네시스 GV80의 등장 이후, 독일 3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산 브랜드의 자존심을 굳건히 지켜왔다. 성공적인 디자인과 우수한 상품성,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을 무기로 GV80은 ‘성공한 아빠들의 차’라는 상징성을 획득하며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곧 출시될 플래그십 모델 GV90에 대한 기대감 역시 최고조에 달하며, 제네시스가 열어갈 프리미엄 SUV 시대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는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해 보였다.

그러나 이 견고한 성채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강력한 도전자가 등장했다. 그것도 ‘가성비’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던 프리미엄 시장에, ‘중국산’이라는 꼬리표를 달고서 말이다. 볼보와 폴스타를 품에 안은 중국 지리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가 플래그십 대형 SUV ‘9X’를 공개하며 대한민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롤스로이스 컬리넌을 정조준했다는 담대한 포부와는 달리, 가격표는 GV80을 겨냥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국내 프리미엄 SUV 시장에 거대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GV80보다 더 큰 차체에, 비교를 불허하는 성능을, 심지어 더 저렴하게’라는, 상식을 파괴하는 공식으로 무장한 지커 9X는 단순한 신차를 넘어, 한국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메가톤급 태풍’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381마력의 괴물, 상식을 파괴하는 ‘대륙의 플래그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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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Zeekr

지커 9X의 면면을 살펴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의 ‘오버스펙’으로 가득하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가격 정책이다. 최근 중국에서 사전 계약을 시작한 9X의 기본 트림 시작 가격은 47만 9900위안, 한화로 약 9,347만 원부터 시작한다. 이는 제네시스 GV80의 풀옵션 모델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가격대다. 심지어 롤스로이스 컬리넌을 경쟁 상대로 지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웅장한 포부와는 정반대의 현실적인 가격표를 들고나온 것이다. 세 개의 전기 모터가 탑재된 최상위 트림 ‘하이퍼’의 가격 역시 약 1억 1,100만 원 수준으로, 목표로 삼은 컬리넌 가격의 1/4에도 미치지 못한다.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해서 성능까지 타협한 것은 결코 아니다. 파워트레인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방식으로, 기본형 모델부터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두 개의 전기 모터를 결합해 최고출력 885마력이라는 슈퍼카급 성능을 발휘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상위 트림은 후륜에 전기모터 한 개를 더 추가해 합산 총출력이 무려 1,381마력에 달하는 괴력을 뿜어낸다. 3톤이 넘는 거구의 SUV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1초에 불과하다. 이는 현존하는 대부분의 고성능 스포츠카를 압도하는 수치다.

차체의 크기 또한 압도적이다. 전장은 5,239mm로, 현재 판매 중인 GV80(4,945mm)보다 약 30cm나 길며, 제네시스가 야심 차게 준비 중인 플래그십 SUV GV90과 비슷한 크기를 자랑한다. 실내는 2+2+2 배열의 6인승 구조로, 각 좌석의 독립성과 여유로운 공간을 확보해 쇼퍼드리븐(운전기사를 두는 차)으로도 손색이 없도록 설계됐다. 첨단 기술 역시 최고 수준을 지향한다. 루프와 범퍼 등에 장착된 라이다(LiDAR) 센서와 엔비디아의 최신 칩셋을 기반으로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지원하며, 주행 환경에 따라 차고와 승차감을 능동적으로 조절하는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이 모든 트림에 기본으로 적용되어 최상의 주행 안정성과 편안함을 제공한다.

‘Made in China’ 꼬리표 떼고 한국 시장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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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Zeekr

지커의 이러한 파격적인 행보는 한국 시장 진출 계획과 맞물려 더욱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지커는 이미 한국 법인 설립을 마치고 상표권 등록까지 완료하는 등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구체적인 로드맵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국내 시장에 브랜드를 공식 론칭하고, 내년(2026년) 초부터 본격적인 차량 인도를 시작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중형 SUV ‘7X’와 고성능 왜건 ‘001’ 모델을 선봉에 내세워 브랜드 인지도를 쌓은 뒤, 플래그십 모델인 9X를 투입해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히려는 전략을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지커 9X가 중국 현지와 비슷한 가격대로 국내에 출시된다면, 그 파급력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네시스 GV80을 구매할 예산으로, 차체는 GV90급으로 더 크고, 출력은 페라리나 람보르기니를 능가하며, 최첨단 자율주행 기술과 고급 편의사양까지 모두 누릴 수 있는 압도적인 ‘가성비’의 선택지가 생기는 셈이다. 이는 국산차는 물론, 비슷한 가격대의 독일 및 미국 프리미엄 브랜드에게도 상당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중국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선입견과 품질 및 사후 서비스(A/S)에 대한 우려는 지커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아무리 뛰어난 상품성을 갖췄다 하더라도, 수입차 시장, 특히 1억 원에 육박하는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브랜드가 주는 신뢰와 가치가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커가 단순한 중국 브랜드가 아닌, 이미 볼보와 폴스타를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과 품질 관리 능력을 입증한 지리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점, 그리고 스웨덴 R&D 센터를 중심으로 설계 및 개발이 이루어진다는 점은 기존의 중국차와는 궤를 달리하는 부분이다. 압도적인 스펙과 파격적인 가격이 소비자들의 선입견이라는 벽을 허물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브랜드’인가 ‘가치’인가, 시험대 오른 프리미엄 SUV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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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Zeekr

지커 9X의 등장은 한국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경쟁을 예고한다. 이는 단순히 또 하나의 수입차가 늘어나는 것을 넘어, ‘브랜드 헤리티지’와 ‘절대적인 상품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거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소비자들은 과연 수십 년간 쌓아온 제네시스의 브랜드 신뢰도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상식을 파괴하는 성능과 크기, 가격으로 무장한 새로운 가치를 선택할 것인가.

분명한 것은 지커 9X가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제네시스는 물론 모든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중국 자동차의 무서운 기술적 성장과 과감한 시장 전략이 이제는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산 프리미엄의 자존심을 지켜온 제네시스가 이 강력한 ‘대륙의 도전자’를 상대로 어떠한 대응 전략을 펼칠지, 그리고 현명한 국내 소비자들은 어떤 선택을 내릴지,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의 지각변동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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