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감기약 먹고 운전하면 음주운전 처벌 받는다고?

by 뉴오토포스트

내년부터 졸음 유발 약물 복용 시
적발되면 음주운전과 동일 처벌
흔히 복용하는 약도 사고 유발 가능

%EC%8A%A4%ED%81%AC%EB%A6%B0%EC%83%B741.png

이미지 : 유튜브 '경찰청'

운전대를 잡기 전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는 것은 이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음주운전은 더 이상 실수가 아닌 ‘살인 행위’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단속과 처벌 또한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왔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감기약이나 알레르기 비염약, 혹은 병원에서 처방받은 수면제나 안정제가 음주운전과 동일한 법적 잣대로 처벌받는다면 어떨까?

이는 더 이상 가정이 아닌, 당장 내년부터 닥쳐올 현실이다. 정부는 약물 복용 후 운전의 위험성이 음주운전 못지않다는 판단하에 도로교통법을 대폭 개정했으며, 2026년부터는 졸음을 유발하거나 정상적인 운전을 저해할 수 있는 약물을 복용하고 운전하다 적발될 경우, 음주운전과 사실상 동일한 수준의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된다. 최근 방송인 이경규 씨가 공황장애 약을 복용한 상태로 운전하다 경찰 조사를 받은 사건은 이러한 변화의 서막을 알리는 동시에, 약물 운전이 더는 특정 마약 사범들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우리 사회에 각인시켰다.

칼날 빼 든 정부… 처벌 수위 ‘음주운전급’ 상향

Depositphotos_561513680_L.jpg

이미지 : Depositphotos

그동안 약물 운전은 음주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낮고, 단속과 처벌 또한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혈중알코올농도처럼 명확한 단속 기준이 없고, 현장에서 약물 복용 여부를 즉각 확인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적 사각지대 속에서 약물로 인한 교통사고는 꾸준히 증가하며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경찰청과 관련 기관의 통계는 이러한 위험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약물 운전으로 인한 면허 취소 건수는 2022년 80건에서 2024년 160여 건으로 불과 2년 만에 2배나 급증했다. 사고 건수 역시 2019년 단 2건에 불과했으나 2024년에는 23건으로 10배 이상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등 심각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불법적인 마약류뿐만 아니라, 합법적으로 처방받거나 약국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의약품에 의한 사고가 상당수 포함된 결과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와 국회는 마침내 칼을 빼 들었다.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등 마약류 약물에 취해 운전하다 무고한 인명을 앗아간 비극적인 사건들이 법 개정의 기폭제가 되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약물 운전 처벌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수준이다. 핵심은 처벌 수위의 대폭 상향이다. 현행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었던 처벌 규정이, 내년부터는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약물을 복용하고 운전할 경우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대폭 강화된다. 이는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의 만취 운전자에게 적용되는 처벌 수위와 동일한 수준이다. 면허 역시 즉시 정지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

단속 방식 또한 획기적으로 바뀐다. 경찰은 현장에서 운전자의 약물 복용이 의심될 경우, 간이시약 검사를 통해 즉각적으로 약물 성분을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만약 운전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 검사를 거부할 경우, 이 역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게 되어 사실상 음주측정 거부와 동일하게 취급된다. 이는 곧 ‘술만 안 마시면 괜찮다’는 안일한 인식을 뿌리 뽑고, 약물 운전 역시 음주운전과 같은 중대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을 확립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상 속 ‘위험 약물’과 대처 방안

alexander-grey-FEPfs43yiPE-unsplash.jpg

이미지 : Unsplash

강화된 법규를 보며 많은 운전자는 ‘나는 마약을 하지 않으니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바로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일반의약품과 처방의약품에 있다. 전문가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종류의 약물이 운전자의 주의력과 판단력을 심각하게 저하시킬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종합 감기약이나 알레르기 비염약에 흔히 포함된 항히스타민제 성분이다. 콧물, 재채기 등의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중추신경을 억제해 심한 졸음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또한, 불면증 치료를 위한 수면제나 수면유도제, 공황장애나 불안 증세 완화를 위해 복용하는 진정제 및 항우울제 등도 운전 시 매우 위험하다. 이러한 약물들은 뇌의 인지 기능을 저하시키고 반응 속도를 늦춰, 돌발 상황 발생 시 대처 능력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실제로 방송인 이경규 씨가 복용한 공황장애 약 역시 향정신성의약품인 ‘벤조디아제핀’ 계열로, 운전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로 분류된다.

문제는 운전자 대다수가 자신이 복용하는 약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손해보험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운전자의 75%가 ‘복용 후 운전이 금지되는 약물 종류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는 곧 수많은 운전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시한폭탄과 같은 상태로 도로 위를 달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내년부터 시행될 강화된 법규에 억울하게 처벌받지 않고, 나와 타인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운전자 스스로의 각별한 주의와 습관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약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 안전 운전의 첫걸음

ef511f25c9b3ed-%EB%8B%A4%EC%9D%8C%EC%97%90%EC%84%9C-%EB%B3%80%ED%99%98-webp.jpeg

이미지 : 연합뉴스

2026년부터 시행될 약물 운전 처벌 강화는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우리 사회가 쏟아부었던 노력만큼이나, 이제는 약물로부터 안전한 교통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무심코 먹은 감기약 한 알이 음주운전과 같은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정부와 사법 당국은 법 집행에 앞서 어떤 약물들이 위험한지, 구체적인 단속 기준은 무엇인지 등을 국민에게 명확하고 충분하게 홍보하여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운전자 개개인은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운전대를 잡기 전 자신이 복용하는 약 성분을 한 번 더 확인하는 책임감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약물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경각심을 갖추는 것, 그것이야말로 강화된 법규의 취지를 살리고 도로 위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을 명심해야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주행거리 짧은 중고차 vs 연식 좋은 중고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