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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2차전지, 즉 배터리 기술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불붙고 있다. 테슬라, BYD 등 선두 주자들은 물론,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도 전동화 전략에 사활을 걸면서 배터리 확보와 기술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은 바로 배터리 가격의 가파른 하락세다. 최근 P3 컨설팅 등 여러 연구 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가격은 사상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이는 전기차의 경제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비싼 가격 때문에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전기차 가격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 팩은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전기차 배터리 가격은 무려 92%나 하락했으며, 2024년에는 전년 대비 20% 추가 하락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이는 기술 발전과 생산량 증가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배터리 가격 하락은 단순히 제조 원가 절감에 그치지 않고, 전기차의 판매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더 많은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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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기술 발전과 생산 효율 증대다. 배터리 셀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동일한 용량을 더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이는 곧 재료비 절감으로 이어졌다. 또한, 전 세계적인 전기차 수요 증가에 맞춰 배터리 생산 공장이 대규모로 증설되면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됐다. 초기 투자 비용을 상쇄하고 생산량을 늘려 단위당 생산 원가를 낮출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가격 하락세를 주도하는 것은 다름 아닌 중국의 배터리 제조사들이다. P3 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고급 니켈-망간-코발트(NMC) 배터리 셀의 가격은 2년 전 kWh당 140유로(약 20만 5천 원)에서 현재는 58유로(약 8만 5천 원)로 절반 이하로 급락했다. 이러한 가격 하락의 상당 부분은 중국산 배터리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CATL, BYD 등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생산량 증대와 가격 경쟁을 펼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생산하는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특히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LFP 배터리는 NMC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중국산 배터리의 공세는 한국, 일본 등 기존 배터리 강국들에게는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이들은 기술 격차를 통해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 또한 빠르게 추격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의존도 심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저렴한 중국산 배터리 사용이 늘어나면서 유럽의 자동차 산업 또한 중국 의존도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공급망 안정성 측면에서 잠재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나 CRMA(핵심원자재법) 등을 통해 자국 내 배터리 생산을 장려하고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단기간 내에 공급망을 재편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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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가격 하락은 전기차 시장에 여러 가지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바로 전기차 판매 가격의 하락이다. 배터리 가격이 낮아지면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의 제조 원가를 절감할 수 있으며, 이는 소비자들에게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전기차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는 고가의 프리미엄 모델에 국한되었던 전기차 시장이 소형차, 경차 등 보다 다양한 세그먼트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테슬라는 모델 Y의 가격을 인하하는 등 가격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배터리 가격 하락은 배터리 교체 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여 전기차의 중고차 가치를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가 핵심 부품이며, 배터리 성능 저하는 곧 차량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면 사용자가 부담해야 할 교체 비용이 줄어들어 중고차 구매를 망설이던 소비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P3 컨설팅은 2030년까지 배터리 가격이 추가로 10~15%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전기차의 경제성을 더욱 개선시킬 것이다.
하지만 배터리 가격 하락이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배터리 제조사 입장에서는 수익성 악화라는 큰 과제를 안게 된다. 이미 치열한 가격 경쟁에 직면한 제조사들은 더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해야 하므로, 기술 혁신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배터리 제조사들은 단순히 가격을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성능과 안전성을 향상시키는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의 중요성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폐배터리 발생량도 급증하고 있다. 폐배터리는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리튬, 코발트, 니켈 등 희소 금속을 회수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기도 하다.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원자재 가격은 여전히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폐배터리에서 이들 자원을 회수하여 재사용하는 '도시 광산'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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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가격 하락은 전기차 대중화를 앞당기는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할 것이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고,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가속화하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격 하락세의 이면에는 중국발 경쟁 심화와 공급망 불안정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따라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들은 단순히 가격 경쟁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기술 초격차를 통해 고성능, 고안전성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전고체 배터리, 건식 공정 기술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은 물론,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여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또한, 안정적인 원자재 수급을 위해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각화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완성차 업체들 또한 배터리 제조사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자체적인 배터리 기술 내재화를 통해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궁극적으로 배터리 가격 하락이 전기차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전기차의 대중화를 이끌어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술 혁신, 생산 효율 증대, 그리고 지속 가능한 공급망 구축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기업만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