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의 랜드크루저는 그야말로 ‘전설’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SUV다. 뛰어난 내구성과 오프로드 성능으로 전 세계에서 사랑받아온 이 차는 출시될 때마다 완판 신화를 새로 쓰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심지어 몇 년 전 풀체인지 모델이 나온 뒤 대기기간이 4년에 이를 정도였고, 최근 등장한 모델 역시 독일에서 30분 만에 초기 물량 1천 대가 완판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이런 인기를 등에 업고 토요타가 선택한 길은 ‘가격 인상’이다. 미국 시장 기준 2026년형 랜드크루저는 단 한 가지 기계적 변화 없이도 가격을 올렸고, 옵션만 가득 추가해 소비자 지갑을 더 크게 열도록 만들었다. 문제는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줄 서서 산다는 사실이다.
랜드크루저의 이 같은 ‘배짱 장사’는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씁쓸한 소식이 될 수도 있다. 이미 긴 대기 기간과 높은 가격 때문에 국내 출시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가격 인상까지 이어지면, 한국에서 랜드크루저를 새 차로 만날 가능성은 더 멀어질지도 모른다.
랜드크루저의 글로벌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미국, 유럽, 호주, 중동 등 거의 모든 시장에서 강력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20만 마일 이상 달린 중고차 비율이 가장 높은 모델로 꼽힌다. J250 모델 공개 이후 독일 사전예약이 30분 만에 매진됐고, 대기 고객이 예약 취소 시 순번을 받을 수 있는 별도 대기 사이트까지 열릴 정도로 폭발적 반응이 이어졌다.
그런데도 토요타는 2026년형 모델의 가격을 인상했다. 미국 시장에서 엔트리 모델인 ‘1958’ 트림은 5만7,200달러부터 시작해 작년보다 500달러 올랐고, 상위 트림은 6만4,770달러부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량의 엔진이나 구동계, 디자인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2.4리터 터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326마력, 465lb-ft)과 8단 자동변속기, 풀타임 4WD가 그대로 들어간다.
대신 선택 옵션은 다양해졌다. JBL 14스피커 오디오, HUD, 디지털 룸미러, 쿨링 콘솔박스 등이 포함된 프리미엄 패키지가 4,600달러에 제공되고, 추가로 썬루프, 루프랙, 스키드플레이트 등으로 차를 꾸밀 수 있다. 결과적으로 토요타는 “차는 그대로, 가격은 인상, 옵션은 유료”라는 전략으로 소비자 지출을 늘리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전략이 먹히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대기 물량은 여전히 소화하기 벅찰 정도이고, 일부 시장에서는 대기 기간이 5년에 이를 정도로 공급이 달린다. 차량을 받으려면 예약금부터 걸어야 하며, 일부 고객은 중고차 프리미엄까지 감수한다. ‘차가 너무 잘 팔려서’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들이 따라오는 희귀한 사례다.
한국 시장에서는 랜드크루저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우선 글로벌 생산량이 한정적이어서 기존 시장의 물량도 다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환율과 관세를 감안하면 가격이 7천만 원을 훌쩍 넘길 가능성이 크고, 한국토요타가 과거 책정한 가격을 보면 더욱 비싸게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한국 소비자들은 랜드크루저를 새 차로 경험하려면 병행수입이나 중고차 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랜드크루저는 그 어떤 브랜드도 쉽게 흉내낼 수 없는 상징성과 신뢰도를 가진 모델이다. 하지만 그 인기와 공급 부족이 맞물리면서 소비자들은 더 높은 가격과 긴 대기 시간을 감수해야 한다.
토요타 입장에서는 가격을 올려도 팔리니 굳이 대규모 변화를 줄 이유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옵션 패키지와 액세서리를 통해 추가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 합리적일 수도 있다.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좁아지고 있다. 랜드크루저를 사고 싶다면 대기 기간을 감수하거나, 웃돈을 얹어 중고차를 사야 한다. 국내 출시를 기대하는 소비자라면 더더욱 인내심이 필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