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 NISSAN
대한민국 준중형 세단 시장은 현대자동차 아반떼의 독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격적인 디자인과 동급을 뛰어넘는 상품성,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을 무기로 사회초년생부터 젊은 가장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으며 ‘국민차’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이렇다 할 적수가 없는 ‘안전지대’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선을 해외로 돌리면, 아반떼의 글로벌 모델인 ‘엘란트라’를 위협하는 강력한 ‘다크호스’가 등장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닛산의 글로벌 준중형 세단, ‘센트라(Sentra)’의 9세대 완전 변경(풀체인지) 모델이다. 최근 공개된 신형 센트라는 이전 세대의 평범함을 완전히 벗어던지고, 한 체급 위를 넘보는 파격적인 고급화를 통해 아반떼의 가장 위협적인 글로벌 경쟁자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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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신형 센트라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실내의 혁신’이다. 운전석에 앉는 순간, 기존 준중형 세단에 대한 모든 편견이 깨질 만큼 파격적인 고급화를 이뤄냈다. 그 중심에는 동급 최초로 적용된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화면이 하나로 이어진 ‘파노라믹 디스플레이’가 있다. 마치 제네시스나 벤츠의 상위 모델에 앉아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압도적인 비주얼로, 운전자 중심의 하이테크 콕핏을 완성했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에는 부드러운 질감의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해 ‘감성 품질’을 크게 높였으며, D컷 스티어링 휠과 항공기 엔진을 닮은 원형 송풍구 디자인은 스포티한 감각을 더한다.
외관 디자인 역시 완전히 새로운 차로 태어났다. 전기차 ‘아리야(Ariya)’에서 시작된 닛산의 최신 디자인 언어 ‘이모셔널 무브먼트 2.0’을 적용하여 한층 대담하고 세련된 모습을 완성했다. 날렵한 LED 헤드램프와 차체 폭을 강조하는 파격적인 V-모션 그릴이 어우러진 앞모습은 더 이상 엔트리 세단의 왜소한 이미지를 찾아볼 수 없게 만든다. 측면의 날카로운 캐릭터 라인과 C필러를 검게 처리해 지붕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플로팅 루프’ 디자인은 동급에서 보기 힘든 역동성과 고급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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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변화 속에서도 닛산은 준중형 세단의 본질을 잊지 않았다. 파워트레인은 복잡한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 대신, 오랫동안 검증된 2.0리터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과 엑스트로닉(Xtronic) CVT 무단 변속기 조합을 유지했다. 이는 폭발적인 성능보다는 일상 주행에서의 효율성과 뛰어난 내구성, 그리고 낮은 유지보수 비용에 집중한 결정이다. 화려함보다는 실용성과 신뢰도를 중시하는 북미 등 주력 시장의 준중형 세단 소비자들의 요구를 정확히 파고든 영리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안전 사양 역시 동급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전방 충돌 경고 및 긴급 제동, 차선 이탈 경고, 사각지대 경고 등이 포함된 첨단 안전 기술 패키지 ‘닛산 세이프티 실드 360’을 모든 트림에 기본으로 적용하여 탑승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또한, 고속도로나 장거리 주행 시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하며 차선 중앙을 스스로 유지해주는 반자율주행 기술 ‘프로파일럿 어시스트(ProPILOT Assist)’도 선택 가능해, 운전자의 피로를 획기적으로 덜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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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압도적인 상품성으로 무장한 신형 센트라는 2025년 말 북미 시장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할 예정이다. 가장 무서운 점은 ‘가격’이다. 이 모든 변화에도 불구하고 시작 가격은 현행 모델과 비슷한 2만 달러 초반대(한화 약 2,800만 원)에서 책정될 것으로 보여, 아반떼와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출 전망이다.
물론, 2020년 한국 시장에서 공식 철수한 닛산의 정책상 신형 센트라를 국내 도로에서 만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하지만 신형 센트라의 등장은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준다. ‘국민차’ 아반떼가 독주하고 있는 국내 시장과 달리, 글로벌 준중형 세단 시장은 이처럼 치열하고 매력적인 경쟁자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며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닛산이 한국 시장에 남아있었다면, 그리고 이 신형 센트라가 아반떼와 비슷한 가격표를 달고 출시되었다면, 준중형 세단 시장의 판도는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