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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운행을 마친 공항버스 기사는 텅 빈 버스를 몰고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차고지로 공차회송을 한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새벽 첫차를 위해 쪽잠을 자고 다시 먼 거리를 달려 나와야 한다. 버스 기사가 되고 싶은 청년은 ‘대형면허 취득 후 1년 이상’이라는 경력 조건에 막혀 지원조차 하지 못한다. 이는 대한민국 운수업계를 수십 년간 옥죄어 온 낡은 규제의 단면이다.
이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그림자 규제’로 신음하던 버스·택시 업계에 마침내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사업용 차량의 ‘밤샘주차’와 버스 기사의 ‘운전 경력’ 등 핵심적인 족쇄들을 대거 풀어버리는 법령 개정안을 25일부터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규제 합리화 조치가 만성적인 인력난과 비효율을 해결하고 운수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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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현장의 목소리가 크게 반영된 부분은 바로 ‘밤샘주차’ 규제 완화다. 기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버스, 택시 등 모든 사업용 차량은 영업이 끝나면 반드시 지정된 차고지로 복귀해 주차(0시~4시 사이 1시간 이상)해야 했다.
하지만 이 규정은 도심 외곽에 차고지가 있는 경우가 많아 비효율의 주범으로 꼽혔다. 예를 들어, 서울 서초구에서 운행을 마친 공항버스 기사는 강서구에 있는 차고지까지 약 26km를 빈 차로 이동(공차 운행)해야 했고, 이는 기사의 과로와 업체의 불필요한 유류비 부담으로 이어졌다.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는 지정된 차고지뿐만 아니라 「주차장법」에 따른 일반 주차장(노외·부설주차장)에서도 밤샘주차가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이제 운전기사들은 운행 종료 지점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바로 퇴근할 수 있게 되어, 근로 여건 개선과 운행 효율성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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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인 버스 기사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파격적인 규제 완화도 함께 추진된다. 지금까지 버스 운전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1종 대형면허를 따고 1년 이상 운전한 경력’이 필수적이었다. 이는 청년층이 버스 기사로 진입하는 데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해왔다.
앞으로는 이 경력 요건이 대폭 완화된다. 기존에는 교통안전공단에서 시행하는 양성교육(80시간)을 이수하면 1년 경력을 대체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정하는 버스운송사업자(버스 회사)가 직접 시행하는 80시간의 운전 실습 교육을 이수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1년 경력을 대체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이는 교육 기회를 대폭 늘려 청년층의 버스 기사직 진입을 유도하고, 운수업체의 구인난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이 외에도 운수업계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규제 합리화 방안이 포함됐다. 버스·택시 자격시험 응시 연령을 만 20세에서 18세로 하향 조정, 개인택시 면허 신청 시 건강진단서 제출 의무 폐지, 플랫폼 운송사업 절차 간소화, 전주권 등 대도시권 광역 DRT(수요응답형교통) 도입 근거 마련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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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의 이번 법령 개정은 탁상행정이 아닌, 운수업계 현장의 오랜 숙원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결과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기사들의 과로를 줄이고, 업체의 경영 부담을 덜어주며, 청년들에게는 새로운 일자리의 문을 열어주는 이번 규제 혁신이, 최종적으로는 더 안전하고 편리한 대중교통 서비스라는 ‘국민 편익’ 증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