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 제네시스
2020년 출시와 함께 대한민국 프리미엄 SUV 시장의 판도를 바꾼 제네시스 GV80. 고급스러운 외관과 더불어, 운전석에 앉는 순간 감탄을 자아내는 미니멀하고 우아한 실내 디자인은 GV80 성공의 일등 공신이었다. 특히, 센터 콘솔에 나란히 자리 잡은 두 개의 크리스탈 다이얼은 GV80 인테리어의 상징과도 같다.
하지만 바로 이 가장 멋진 디자인 요소가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아찔한 장치’가 될 수 있다는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하는 다이얼과 변속을 책임지는 기어 셀렉터 다이얼을 혼동하여, 주행 중 자신도 모르게 차를 멈춰 세우는 아찔한 오조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운전자의 실수를 넘어, 아름다움만을 추구한 ‘디자인의 배신’이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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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핵심은 센터 콘솔에 수직으로 나란히 배치된 두 개의 다이얼이다. 앞쪽에 위치한 것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하는 컨트롤러 다이얼, 그리고 그 바로 뒤에 자리 잡은 것이 바로 변속을 위한 전자식 다이얼(SBW)이다.
문제는 이 두 다이얼의 지름과 높이, 그리고 반짝이는 크리스탈 소재의 질감까지 거의 흡사하다는 점이다. 운전 중에는 전방을 주시하며 손의 감각만으로 각종 장치를 조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운전자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다이얼을 돌리게 되는데, 바로 이 순간 비극이 시작될 수 있다. 라디오 볼륨을 조절하려다 기어 다이얼을 P단(주차)으로 돌리거나,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려다 후진(R) 기어를 넣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GV80 온라인 동호회에는 “주차장에서 차를 빼다가 음악 소리 줄이려고 다이얼을 돌렸는데, 갑자기 차가 멈춰서 식겁했다”, “주행 중에 무심코 다이얼을 돌렸는데 P단으로 바뀌면서 급정거했다”는 등 오조작 경험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속으로 달리는 도로 위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면 대형 추돌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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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운전자의 부주의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설계가 유도한 오류(Design-Induced Error)’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운전자가 수십 년간 몸으로 익혀온
‘근육 기억(Muscle Memory)’
은 기어 변속과 같은 중요 조작과 볼륨 조절과 같은 부가 기능 조작을 명확히 구분한다. 하지만 GV80의 듀얼 다이얼은 이 둘을 너무나 흡사하게 만들어, 운전자의 직관적인 행동에 혼란을 유발하도록 설계되었다는 비판이다.
물론, 현대차도 이러한 위험을 인지하고 소프트웨어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었다. 일정 속도 이상으로 주행 중일 때 P단으로 변속을 시도하면, 경고음과 함께 기어가 중립(N)으로 빠지거나 변속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저속 주행 시에는 변속이 그대로 이루어져 차가 급정거할 수 있으며, 고속 주행 시에도 운전자가 오조작을 시도하는 그 순간의 당혹감과 급작스러운 동력 상실은 그 자체로 2차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충분한 위협 요소다.
이미지 : 제네시스
제네시스 GV80의 듀얼 다이얼 논란은 미학적 미니멀리즘이 운전자의 직관적인 안전을 무시했을 때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아름다운 디자인은 분명 소비자를 유혹하는 강력한 무기이지만, 자동차의 본질은 ‘안전한 이동’에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현대차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주행 중 P단 변속을 막는 소프트웨어적 안전장치를 더욱 강화하거나, 장기적으로는 두 다이얼의 형태, 소재, 위치를 운전자가 감각만으로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하는 디자인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진정한 프리미엄 디자인은 단순히 보기 좋은 것을 넘어, 사용자가 아무런 고민 없이 직관적이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