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 연합뉴스
미래 기술의 상징인 자율주행 택시(로보택시)가 상용화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도로 위에서 첨단 인공지능(AI)과 아날로그의 기묘한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구글의 웨이모(Waymo)와 GM의 크루즈(Cruise)가 운영하는 로보택시의 확산에 반대하는 활동가들이 누구도 예상치 못한 독특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시위를 벌이며, 기술의 허점을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차량을 파괴하는 과격한 방식 대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간단한 사물로 수천만 원짜리 첨단 AI 차량을 멈춰 세우는,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연상시키는 이색 시위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의 시위 방식 중 온라인에서 가장 유명해진 것은 ‘교통 콘(Traffic Cone)’ 시위다. 교통 콘 시위 방법을 중심으로, 첨단 기술의 심장부인 샌프란시스코에서 왜 시민들이 아날로그의 반격을 시작했는지 그 진실과 오해를 깊이 들여다봤다.
이미지 : Depositphotos
활동가들이 사용하는 가장 대표적이고 확실한 시위 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간단하다. 운행 중인 웨이모나 크루즈 차량의 보닛(후드) 위에 주황색 플라스틱으로 된 교통 콘을 가볍게 올려두는 것이다. 그러면 최첨단 라이다(Lidar) 센서와 수십 개의 카메라로 무장한 로보택시는 즉시 비상등을 켠 채 그 자리에 얼어붙는다. 운행을 재개하려면 본사의 원격 지원팀이나 직원이 현장에 도착해 직접 콘을 치워야만 한다. 2023년 여름, 이 ‘코닝(Coning)’ 시위 영상이 틱톡 등 SNS를 통해 퍼져나가며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다.
이 기묘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차량 센서의 안전 프로토콜 때문으로 분석한다. 보닛 위에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감지될 경우, AI 시스템이 이를 심각한 오류나 위험 상황으로 판단하고,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차량 운행을 즉시 중단하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활동가들은 바로 이 허점을 이용해 물리적인 파괴 없이,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자율주행 시스템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이는 기술의 맹점을 파고든 재치 있는 저항 방식이자, 로보택시의 불완전성을 대중에게 알리는 효과적인 퍼포먼스로 평가받고 있다.
이미지 : 연합뉴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로보택시에 반대하는 것일까? 이 시위를 주도하는 단체 세이프 스트리트 레블은 자신들이 기술 자체에 반대하는
‘러다이트’
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들은 자율주행차가 아직 기술적으로 불완전하며, 시민들의 안전을 담보로 도로 위에서 위험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로보택시가 갑자기 도로 한복판에 멈춰서거나 교차로를 막아 극심한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사례가 수십 차례 보고되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소방차나 구급차 등 긴급 차량의 진로를 방해하여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드는 아찔한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또한, 이들은 로보택시가 결국 더 많은 자동차를 도로 위로 불러내 대중교통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도시를 다시금 자동차 중심의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비판한다. ‘세이프 스트리트 레블’의 한 활동가는 “우리는 기술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검증과 사회적 합의 없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공공의 공간을 사유화하려는 거대 기술 기업의 오만함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지 : Depositphotos
교통 콘 하나에 멈춰 서는 로보택시의 모습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기술의 발전 속도를 사회가 그대로 따라가야만 하는가? ‘세이프 스트리트 레블’의 시위는 첨단 기술이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오기 전, 그 기술이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민주적인 합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기술 기업들은 자신들의 혁신이 인류의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안전 문제와 사회적 갈등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AI와 교통 콘의 기묘한 대결은, 기술이 진정으로 인간을 위한 유익한 도구로 남기 위해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고민하고 경계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