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강철 덩어리'의 위협…

by 뉴오토포스트

전기차의 진짜 위협은 무게
충돌 시 상대 차량과 보행자에 치명적
과도한 주행거리 경쟁이 불러온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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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유튜브 ‘IIHS’

전기차 시대를 맞아 가장 큰 화두는 단연 ‘배터리 화재’의 위험성이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권위 있는 자동차 안전 평가 기관인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화재보다 더 심각하고 일상적인 위협 요인으로 전기차의 ‘과도한 무게’를 지목하며 새로운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한 대용량 배터리 경쟁이 ‘조용하지만 무거운 강철 덩어리’들을 도로 위로 쏟아내고 있으며, 이것이 기존의 도로 안전 생태계를 근본부터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4.7톤의 질주…충돌 시 ‘안전 불균형’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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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유튜브 ‘IIHS’

IIHS가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는 전기차의 ‘살인적인 무게’다. 더 긴 주행거리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배터리 용량이 커지면서,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들의 평균 중량은 2,000kg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이는 동급의 내연기관차보다 수백 킬로그램 무거운 수준이다. 심지어 GMC 허머 EV와 같은 일부 대형 전기 픽업트럭의 경우, 공차 중량이 무려 4,700kg에 달한다. 이는 웬만한 코끼리 한 마리의 무게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처럼 무거운 전기차가 도로 위를 질주하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안전 문제를 야기한다. 첫째는 차량 간 충돌 시 발생하는 ‘안전 불균형’ 문제다. 단순한 물리 법칙에 따라, 무거운 전기차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내연기관차와 충돌할 경우, 가벼운 차량에 훨씬 더 큰 충격이 가해지고 탑승자의 상해 위험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실제로 IIHS가 과거 진행했던 충돌 테스트 결과를 보면, 아무리 안전 등급(별 5개 등)이 높은 소형차라 할지라도, 자신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대형 SUV나 픽업트럭과 부딪혔을 때는 탑승자의 생존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 위에 2~4톤에 달하는 전기차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는 것은, 사고 발생 시 더 심각한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 늘어나는 것과 같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늘어난 제동거리, 보행자에게는 ‘치명적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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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전기차의 무게 증가는 차량 탑승자뿐만 아니라, 도로 위의 가장 취약한 존재인 보행자나 자전거 운전자에게도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차량이 무거워질수록 관성 에너지가 커져 제동거리가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IIHS의 테스트에 따르면, 동일한 속도에서 제동 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평균적으로 더 긴 제동거리를 필요로 했다. 이는 돌발 상황 발생 시 운전자가 보행자를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더라도, 충돌을 피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전기차 특유의 ‘폭발적인 초기 가속력’이 더해지면 위험은 배가된다.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빠른 가속 성능은 운전자에게 과속의 유혹을 느끼게 하고, 무거운 중량과 결합되어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훨씬 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IIHS의 데이비드 하키 회장은 “차량의 무게 증가는 안전에 있어 심각한 우려 사항”이라며, “전기차 시대에 맞는 새로운 충돌 테스트 기준과 안전 규제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행거리 경쟁 너머의 ‘안전’을 고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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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포르쉐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한 배터리 용량 경쟁은 전기차 기술 발전의 중요한 동력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무게 증가’라는 그림자가 이제 도로 위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더 멀리 가는 차’를 만드는 것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모두에게 더 안전한 차’를 만드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조사들은 단순히 배터리 용량만 키울 것이 아니라, 경량 소재 개발과 차체 구조 설계를 통해 무게를 줄이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또한, 정부와 안전 평가 기관은 무거워진 전기차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충돌 안전 기준과 보행자 보호 규정을 마련하여, 전동화 시대의 새로운 안전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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