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가운데, 전 세계의 이목은 그의 외교적 행보뿐만 아니라 그가 탑승하는 ‘자동차’에도 쏠리고 있다. 도로 위를 지나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인 위압감을 풍기는 이 차량의 공식 명칭은 ‘캐딜락 프레지덴셜 스테이트 카(Cadillac Presidential State Car)’. 하지만 이 정중한 이름 대신, 전 세계는 이 차를 훨씬 더 직관적인 애칭, ‘캐딜락 원(Cadillac One)’ 또는 ‘더 비스트(The Beast, 짐승)’라고 부른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름 그대로 ‘짐승’과도 같은 이 차량은 단순한 리무진이 아니다. 현존하는 지상 이동 수단 중 가장 안전하다고 알려진, 미 대통령 한 사람만을 위해 제작된 ‘움직이는 요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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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트’를 처음 보면, 캐딜락 특유의 디자인 언어가 적용된 거대한 플래그십 리무진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완벽한 위장이다. 이 차량의 기반은 일반적인 승용차 섀시가 아니다. GM의 중형 상용 트럭인 ‘GMC 톱킥’의 프레임을 기반으로 특별 제작되었다. 럭셔리 세단의 껍데기를 쓴, 사실상의 ‘중장갑 트럭’인 셈이다.
승용차 프레임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방호 장비들을 탑재하기 위해 트럭의 뼈대를 가져온 것이다. 그 결과, ‘비스트’의 공차중량은 약 8톤(8,000kg)에서 최대 9톤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웬만한 코끼리 한 마리보다 무거운 무게다. 전장은 5.5미터(약 18피트)가 넘어 도로 위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한다.
이 거대한 쇳덩어리를 움직이는 동력 계통, 즉 엔진과 변속기, 최고 속도 등 세부 정보는 미국 대통령 경호실(Secret Service)의 1급 기밀(Top Secret)로 취급되어 그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8톤이 넘는 무게를 감당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탈출할 수 있는 강력한 토크를 내기 위해, 듀라맥스 V8 디젤 엔진이 탑재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장 유력할 뿐이다. 이 차의 개발 비용만 해도 약 1,580만 달러(한화 약 22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출처 = 뉴스1
‘비스트’의 진정한 가치는 그 압도적인 방호 성능에 있다. 이 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최악의 테러 상황에서도 대통령의 생명을 보장하는 것을 유일한 목적으로 설계되었다.
‘비스트’의 차체 두께는 최소 12.7cm(5인치)에 달하며, 이는 티타늄, 세라믹, 강철, 알루미늄 등이 혼합된 특수 장갑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짝의 두께는 무려 20cm(8인치)로, 보잉 757 여객기의 조종석 문과 맞먹는 두께와 무게를 자랑한다. 성인 남성이 혼자서 열기 버거울 정도다. 차량의 모든 유리는 방탄 처리가 되어 있으며, 그 두께 역시 10cm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관총의 철갑탄도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의 방호력이다. 화학무기(CBRN) 공격에 대비해 차량 내부는 완벽하게 밀폐되며, 별도의 공기 정화 및 산소 공급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차량 하부는 IED(급조 폭발물)나 대전차 지뢰의 폭발에도 견딜 수 있도록 특수 강화 강철판으로 완벽하게 보호된다.타이어 역시 특별 제작품이다. 군용 등급의 케블라(Kevlar) 섬유로 강화된 런플랫 타이어가 장착되어, 총격으로 네 바퀴가 모두 손상되더라도 시속 80km 이상의 속도로 수십 킬로미터를 더 주행하여 위험 지역을 탈출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야간 투시경 카메라, 긴급 교신 시스템, 연막탄 발사기, 그리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대통령과 동일한 혈액형의 혈액까지 비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를 위해 탑승한 ‘비스트’는 단순한 의전 차량이 아니다. 이는 미국의 대통령이 전 세계 어디에 있든, 그의 안전은 국가의 최우선 순위임을 보여주는 강력한 상징물이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의 방호 기술이 집약된 이 ‘움직이는 요새’는, 225억 원이라는 개발 비용이 아깝지 않을 만큼 미국의 힘과 기술력을 과시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기도 하다.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비스트’의 묵직한 행렬은, 그 어떤 외교적 수사보다도 더 강력하게 동맹국과 적대국 모두에게 미국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말 그대로 ‘짐승’이라는 애칭이 조금도 아깝지 않은, 현존하는 가장 안전한 자동차의 위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