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원짜리 마티즈라니... ”르노 트윙고 EV

by 뉴오토포스트

르노, 전설의 ‘트윙고’ 부활
경찬데 가격은 3천만원 이상?
잃어버린 가성비, 비판 쏟아져


1992년, 파리 모터쇼에 등장한 작은 차 하나가 전 세계 자동차 디자인의 역사를 바꿨다. 개구리 눈을 닮은 헤드램프, 극단적으로 짧은 보닛과 바퀴를 네 모퉁이로 밀어낸

‘모노스페이스’

디자인, 그리고 상식을 파괴한 원색의 실내. 바로 르노 ‘트윙고’ 1세대 모델이다. 트윙고는 ‘즐겁고 실용적인

시티카

’라는 철학으로 유럽 젊은이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르노의 상징적인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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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르노

그리고 30여 년이 흐른 지금, 르노가 이 전설적인 모델을 순수 전기차 ‘트윙고 E-Tech’로 화려하게 부활시킨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기대와 설렘이 아닌, 싸늘함 그 자체다. 1세대 트윙고의 DNA를 계승한 디자인은 호평받았지만, 함께 공개된 스펙과 가격이 모든 기대를 산산조각 냈기 때문이다.

디자인과 첨단 사양은 합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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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르노

이번에 공개된 ‘트윙고 E-Tech’ 콘셉트는 누가 봐도 1세대 트윙고의 정체성을 이어받았음을 알 수 있다. 귀여운 반원형의 LED 헤드램프와 짧은 오버행, 박스형에 가까운 실루엣은 9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물론, 시대의 흐름에 맞춰 기존 3도어의 불편함을 개선한 5도어 해치백 구조를 채택해 실용성을 높였다.

A-세그먼트, 즉 경차급 시티카로 분류되는 이 모델은 르노의 새로운 소형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AmpR small'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차체는 작지만 실내만큼은 ‘최신 르노’의 기술을 빠짐없이 담아냈다.

실내에는 메간 E-Tech, 세닉 E-Tech 등 상위 모델에 적용되었던 구글 기반의 ‘OpenR Link’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될 예정이다. 이는 동급의 경차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고급 사양이다. 또한, 최신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와 가속 페달 하나로 가감속을 모두 제어하는 원 페달 드라이빙 모드까지 지원하여, 도심 주행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극대화했다. 여기까지의 구성만 보면, 트윙고는 분명 매력적인 ‘프리미엄 시티카’로 부활하는 것처럼 보였다.

성능과 가격이 모든 것을 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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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르노

하지만 문제는 자동차의 기본인 성능과 구매의 기준이 되는 가격에서 터졌다. 먼저, 2026년에 나온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초라한 성능이다. 트윙고 E-Tech에는 27.5kWh 용량의 LFP 배터리가 탑재된다.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는 유럽 기준 263km다. 이는 실주행거리가 훨씬 짧게 나오는 한국 환경부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200km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모터 성능은 더욱 심각하다. 60kW(약 80마력)의 전기 모터를 장착하여,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무려 12.1초가 소요된다. 이는 요즘 시대의 경차보다도 한참 느린 수치로, 도심 주행은 몰라도 고속도로 진입 시 상당한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심지어 50kW DC 급속 충전마저 옵션으로 제공된다.

이 모든 것이 납득 가능하려면 가격이라도 저렴해야 하지만, 가격도 비싸다. 르노가 밝힌 트윙고 E-Tech의 유럽 현지 예상 판매 가격은 2만 유로(한화 약 3,360만 원)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야말로 ‘선 넘은’ 가격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3,360만 원이라는 가격은, 유럽 시장에서 훨씬 더 큰 차체와 4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제공하는 폭스바겐 ID.3나 BYD 돌핀, MG 4 등과 경쟁해야 하는 금액이다. 심지어 테슬라 모델 3의 기본형 가격과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1세대 트윙고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모두를 위한 차였는데, 3세대 트윙고 EV는 비싼 가격으로 부자들의 ‘세컨드 장난감’이 되려 한다”며 격분하고 있다. “주행거리 263km짜리 마티즈급 경차를 3,360만 원 주고 사라는 거냐”는 조롱 섞인 반응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아이콘’의 귀환, 시장은 냉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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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르노

르노는 ‘트윙고’라는 전설적인 이름을 부활시키며 전기차 시장의 왕좌를 노렸지만, 정작 전략의 핵심인 가성비를 잃어버렸다. 2026년 초 유럽 시장 출고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지금의 가격표가 현실화된다면 시장의 반응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아이코닉한 디자인과 구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포장해도, 3,360만 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은 ‘주행거리 263km짜리 경차’를 선택할 소비자는 많지 않다. 르노가 1세대 트윙고의 성공 비결이 단순히 디자인이 아니라, 모두가 누릴 수 있었던 합리성에 있었음을 깨닫지 못한다면, 이번 트윙고 EV의 부활은 ‘화려한 실패’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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