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발명 이래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스티어링 휠(운전대)은 당연히 ‘원형’이었다. 타원형이나 D컷 핸들이 나오긴 했지만, 둥근 형태를 벗어난 적은 없었다. 둥근 핸들은 운전자가 위급 상황에서 어떤 각도로든 잡고 돌릴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형태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런데 프랑스의 유서 깊은 자동차 브랜드 푸조가 이 견고한 고정관념을 산산조각 냈다. 마치 게임기 컨트롤러를 연상시키는 직사각형 모양의 핸들을 단 차량을 공개하며 전 세계 자동차 업계를 충격에 빠뜨린 것이다.
사진 출처 = Peugeot
푸조가 공개한 이 파격적인 콘셉트카는 현실 세계가 아닌,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의 가상 세계에서 먼저 데뷔하는 기행까지 선보였다. 이는 단순한 디자인 실험이 아니다. 다가올 자율주행 시대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겨냥한 푸조의 치밀한 생존 전략이자, 2027년 실제 도로 위를 달릴 미래의 청사진이다. 과연 ‘네모난 핸들’은 자동차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푸조가 던진 충격적인 승부수, 그 실체를 낱낱이 파헤친다.
사진 출처 = Peugeot
이번에 공개된 ‘폴리곤 콘셉트’의 핵심이자 가장 논쟁적인 부분은 단연 ‘하이퍼스퀘어’로 불리는 조향 시스템이다. 운전석 문을 열면, 우리가 알던 둥근 핸들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태블릿 PC나 휴대용 게임기를 연상시키는 직사각형의 디바이스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이 파격적인 형태는 단순히 멋을 위한 것이 아니다. 푸조는 스마트폰과 게임에 익숙한 MZ세대, 더 나아가 알파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운전의 경험을 ‘조작’에서 ‘플레이’로 전환하고자 했다. 실제로 이 차는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인 ‘포트나이트’에서 먼저 공개되어 게이머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젊은 세대에게 자동차는 더 이상 기계가 아닌, 거대한 전자 기기이자 게임기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하지만 사각형 핸들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기존의 기계식 연결 방식으로는 핸들을 여러 바퀴 돌려야 하는데, 사각형은 손을 엇갈려 잡기가 불가능해 주차나 유턴 시 치명적인 불편함을 초래한다. 푸조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티어-바이-와이어’ 기술을 결합했다. 핸들과 바퀴 사이의 물리적인 연결 축을 없애고, 오직 전기 신호로만 바퀴를 조향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저속에서는 핸들을 조금만 꺾어도 바퀴가 많이 돌아가게 하고, 고속에서는 정교하게 반응하도록 조향비를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즉, 레이싱 게임을 하듯 핸들을 180도 이상 돌릴 필요 없이 모든 주행이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사진 출처 = Peugeot
혁신은 핸들에서 멈추지 않는다. 푸조는 기존 자동차 실내 디자인의 필수 요소였던 계기판(클러스터)마저 과감히 없애버렸다. 대신, 운전자의 시선이 머무는 앞유리 전체를 정보 창으로 활용하는 차세대 ‘아이-콕핏’을 선보였다.
대시보드 상단에는 31인치급 초대형 파노라믹 스크린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는 물리적인 패널이 아니라, 앞유리 하단에 정보를 투사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운전자는 전방 시야를 전혀 방해받지 않으면서 속도, 내비게이션, 배터리 상태 등 필요한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이퍼스퀘어’ 핸들의 윗부분이 뚫려 있는 이유도 바로 이 화면을 가리지 않기 위해서다.
실내의 물리 버튼 역시 최소화했다. 공조 장치나 오디오 조작은 하이퍼스퀘어 내부에 있는 터치 패널이나 음성 인식으로 대체된다. 이는 테슬라가 시작한 미니멀리즘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형태로, 자동차 실내를 이동 수단이 아닌 ‘휴식과 엔터테인먼트의 공간’으로 재정의하려는 의도다.
여기에 지속 가능성이라는 시대적 가치도 놓치지 않았다. 화려한 가죽 대신 폐차에서 수거한 시트와 폐타이어 등 재활용 소재를 적극적으로 사용했고,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부품 수를 획기적으로 줄여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까지 고려했다.
사진 출처 = Peugeot
푸조의 ‘폴리곤 콘셉트’와 ‘하이퍼스퀘어’는 100년 넘게 이어져 온 자동차의 고정관념에 던지는 거대한 돌직구다. 원형 핸들을 버리고 사각형 컨트롤러를 쥐여준 것은, 다가올 자율주행 시대에 인간이 자동차를 대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임을 예고한다.
물론 보수적인 운전자들에게는 낯설고 불편한 변화일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사용하는 MZ세대에게 이 ‘네모난 핸들’은 기계 조작의 도구가 아닌, 세상과 연결되는 가장 익숙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될 것이다. 푸조의 도발적인 실험이 2027년 도로 위에서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 그리고 그것이 자동차 역사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