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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냄새가 나요"…이렇게 운전 안하면...

by 뉴오토포스트

브레이크에서 나는 타는 냄새
'제동 불능' 직전의 경고
엔진 브레이크 적극적으로 이용하자


굽이진 산길을 내려오던 중 갑자기 차 안으로 매캐한 냄새가 스며든다. 마치 쇠가 타는 듯한, 혹은 고무가 녹는 듯한 불길한 악취. 많은 운전자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앞차의 매연 탓으로 돌리며 창문을 닫아버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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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 냄새의 정체는 바로 ‘브레이크 과열’이다. 그리고 이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순간, 당신의 차는 통제 불능의 쇳덩어리가 되어 벼랑 끝으로 돌진할 수 있다.

브레이크가 끓어오르는 ‘베이퍼 록’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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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Depositphotos

긴 내리막길에서 속도를 줄이기 위해 습관적으로 풋 브레이크를 계속 밟고 있는 운전자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브레이크 시스템을 고문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브레이크 패드와 디스크가 지속적으로 마찰하면 엄청난 고열이 발생한다. 이 열이 한계를 넘어서면 두 가지 치명적인 현상이 찾아온다.

첫째는 ‘페이드’ 현상이다. 마찰재인 브레이크 패드가 너무 뜨거워져 마찰 계수가 급격히 떨어지고, 페달을 밟아도 차가 미끄러지듯 밀리는 현상이다. 그리고 진짜 공포는 바로 ‘베이퍼 록’이다. 패드에서 발생한 고열이 브레이크 오일로 전달되면서, 액체 상태여야 할 오일이 끓어올라 기체 기포가 생겨버리는 현상이다. 기체는 액체와 달리 압력을 받으면 쉽게 수축한다.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이 힘이 캘리퍼로 전달되지 않고 중간에 생긴 기포가 스펀지처럼 압력을 다 흡수해 버리는 것이다.

이때 운전자가 느끼는 감각은 공포 그 자체다. 평소처럼 단단하게 잡혀야 할 브레이크 페달이, 아무런 저항 없이 바닥까지 푹 꺼져버린다. 핸들을 꺾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 닥치는 것이다.

엔진 굉음은 고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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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현대차

그렇다면 이 끔찍한 상황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단 하나, ‘엔진 브레이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풋 브레이크가 바퀴의 마찰력으로 차를 세운다면, 엔진 브레이크는 엔진의 저항력을 이용해 속도를 줄이는 방식이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내리막길 진입 전이나 주행 중, 기어 레버를 조작해 단수를 낮추면 된다. 자동변속기라면 ‘D’에서 수동 모드(+/-)로 전환하여 ‘-’ 쪽으로 내리거나, 예전 차량이라면 ‘L’, ‘2’ 등으로 표시된 저단 기어로 옮기면 된다. 패들 시프트가 있다면 왼쪽(-) 레버를 당기면 된다.

이때 운전자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 기어를 낮추면 엔진 회전수가 3,000~4,000rpm 이상으로 급격히 오르며 차가 뒤에서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많은 초보 운전자들이 “이러다 엔진 터지는 거 아니냐”며 겁을 먹고 다시 기어를 올리거나 풋 브레이크를 밟는다.

그 굉음은 엔진이 터지는 소리가 아니다. 높은 RPM은 엔진이 바퀴의 회전력을 억지로 잡아당기며 제동력을 만들고 있다는 증거다. 최신 자동차들은 레드존(한계 회전수) 직전까지는 엔진이 충분히 견디도록 설계되어 있다. 소리에 놀라지 말고, 엔진 브레이크가 걸린 상태에서 풋 브레이크는 보조적으로 ‘짧고 굵게’ 밟았다 떼는 식으로 사용해야 한다.

타는 냄새가 난다면, 이미 늦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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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Depositphotos

운전 중 타는 냄새를 맡았다면, 이미 브레이크는 한계치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때는 즉시 갓길이나 안전한 곳에 차를 세우고, 최소 30분 이상 브레이크 열을 식혀야 한다. 절대 물을 뿌려 식히려 해서는 안 된다. 달궈진 디스크가 급격한 온도 변화로 변형되거나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것은 애초에 냄새가 나지 않게 운전하는 것이다. 강원도 산길이나 긴 내리막 표지판이 보인다면, 습관적으로 기어를 한두 단계 낮추는 것. 그 작은 손동작 하나가 브레이크 파열이라는 대참사를 막고, 나와 내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안전벨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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