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어나다 Dec 02. 2022

우리 아이는 어느 분류에 넣어야 하는가

장애 아이인가 vs 느린 아이인가

종종 듣는 질문이 있다. “출산하고 살을 어떻게 다 뺀 거예요?” 약간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까 싶기도 하다. 비슷한 대답을 하기도 하고 때론 완전히 다른 답을 하기도 했다. 보통 하는 답은 “아이들 재우다 같이 잠들다 보니 먹지 못해 빠졌어요”였다.


대학 동기들 중에는 최근의 나를 보며 “너는 항상 날씬했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다. 타인이 봐도 날씬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날씬했던 적이 별로 없다 생각했었다.


한번 생각을 해봤다. 왜 출산 전의 몸무게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일까?


육퇴 후에 무엇을 먹으며 내 영혼을 달래는 일이 자주 있지는 않았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 보통 무엇을 했을까.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아이들을 위한 또는 나를 위한 정보들을 찾아다니는 것을 주로 했었다.




둘째는 돌이 될 무렵에도 낮잠 밤잠 할 것 없이 안아서 재워야만 잠을 잤다. 이제 조금씩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돌까지 키워냈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아이가 누워서 스스로 잘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이 있던 시기를 보냈다.


둘째는 중력의 방향이 바뀌는 것에 예민했다. 이것도 오은영 선생님의 유튜브 영상을 보고 알게 되었다. 일명 ‘등 센서’라고 하는 것이 특히나 예민한 아이가 있고 그것이 우리 둘째라는 사실을.


첫째는 수면교육을 성공적으로 해내며 아이가 4개월부터 잘 누워서 잤다. 물론 아이가 잘 잠드는 아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나의 공이 크다고 여겼었다. 그때 육아서를 보며, 친구에게 적시에 질문을 잘해서 수면교육을 생후 8주에 시작해서 잘 마쳤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둘째는 너무나도 달랐다. 첫째를 겪으며 자신했던 모든 방법을 써도 안됐다. 첫째한테는 시도도 하지 않았던 ASMR도 들려줘봤다. 더 못 잤다. 침대에 눕는 것에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있도록 “뒹구르르 해보자~” 하는 것을 돌 무렵 시작했고 그제야 밤잠부터 누워 잘 수 있었다. 그러다가도 또 안아서 재우기도 하고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감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엄마로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맘타임”은 주로 그렇게 아주 생산적이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아이들과 나를 위한 정보를 찾는 시간들로 채워졌다.


그러다 보니 출산으로 인해 찐 살은 빠지더라.




느린 맘 카페에 “말이 느린 아이”, “말을 못 하는 아이”로 검색을 했다. 보험정비, 실비로 다닐 수 있는 센터, 언어치료센터, 재활의학과 같이 너무나 생소했던 단어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유튜브에 자폐스펙트럼 관련 영상이 알고리즘에 의해 뜨면, 보기도 했었다. 어떤 것이 자폐스펙스트럼의 특징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의사결정력을 높이기 위해서 본 것이었는데, 그 안에서 본 내용을 남편에게 공유하자,


그렇게 까지 걱정하며 살지 말자며 보지 말라고 한다. 부모의 지나친 걱정이 아이를 오히려 잘 못 키울 수도 있다며.



내 아이를 어떤 “군”에 넣어야 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본 것이라고 답했다.


아이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알고,

엄마가 해줘야 할 것이 있다면 하고 싶었다.


엄마는 그 누구보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긴 사람이니까.


그러다 눈에 들어온 단어가 있었다.

무발화 아이


음성적 표현을 하는 것과는 별개로,

의미 있는 단어를 한 단어도 하지 못하는 아이를 무발화 아이라고 한다.


즉, 엄마라는 소리를 내더라도 엄마를 지칭하며 하지 않는다면 그건 발화 (말, 언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가 혹시 모르는 장애를 가진 아이인가, 단순히 언어가 느린 아이인가 라는 개념도 한 센터 원장님이 올린 영상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영상과 카페를 보며 맘타임을 사용하다 보니, 아이의 현재의 상태를 분석해 볼 수 있게 됐다. 말을 한마디도 하지 못하더라도 음성적 표현, 수용 언어, 지시 수행 여부, 할 수 있는 제스처를 관찰해보아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만 17개월 당시, 아이가 장애가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 판단하기 어리다. 단지 현재 무발화 아이인 것은 맞다. 이것이 당시 내가 내린 판단이었다.


이 판단을 바탕으로, 나는 아이의 현재 상태를 알리고 조언을 구하는 글을 카페에 적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라서 차마 따를 수 없었던 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