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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다시 읽는 아티스트 웨이

백년서원

by 뉴아티

인간의 지적 호기심 충족의 일환으로 책 읽기에 대한 인간의 도전은 오늘도 여전하다. 나는 그 대열에 늦게 합류한 사람이다. 늦게 읽어도 정독하는 스타일이라 이슈가 되는 책들을 매번 놓쳤다. 그러던 어느 날 ‘아티스트 웨이’를 만났다.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는 370여 페이지에 달하는 다소 두꺼운 책이다. 호기심에 펼쳤고 두 번 완독했다. 처음엔 주 내용이 어떤 건가 싶어 가볍게 시작했고 나중에는 빠져들었다.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서문이 두 단원이었고 그것을 빼고도 12주 과정의 커리큘럼이 있다. 중간중간 작가가 요구하는 필수 질문에 대한 답을 써 보기도 한다. 두 번 만나기 어려운 독특하고 경이로운 책이다.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질문지를 들고 한참을 헤매었다. 그러다 결국은 빈 공간으로 남겨 놓은 것들도 꽤 있다. 질문에 대한 답은 망설임 없이 적어야 근사치에 가깝다. 생각해 보고 쓰는 답은 질문의 순수한 의도에서는 멀어진 조작된 답이 적힌다.(이건 내 경험이다)
살면서 이 같은 질문지에 개인의 답을 써보는 경우는, 부끄럽지만 <아티스트 웨이>가 처음이다. 그전에 내가 살던 세상은 관습과 인습으로 매인 최소한의 '자유'가 주어졌었고 제발 엽기적이지 않게, 그저 '남과 비슷비슷하게만 살아갑시다'가 시대적 배경이었다. 그런 삶에 길들여진 사람에게 나만의 답이 있을 리 없었기에 오히려 고문에 가까웠다. 괴롭다고 피한다면 영원히 나에 대한 정의는 상실된 채 살아야 할 것 같았다. 신중하고 솔직하게 나의 행적을 더듬으며 신상을 털어보았다. 거울 보듯 나의 과거 현재 미래가 질문지에 그대로 압축되어 들어갔다.

그러면서 '타타타'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산스크리스트어'로 '있는 그대로의 것', '그래 그거야'라는 뜻이다. <아티스트 웨이>를 접하며 나의 생활 전반에는 애초부터 물음표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살아온 인생에 구멍이 보였다. 그러면서 생각한 것이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남아 있는 내 삶은 <아티스트 웨이> 그 자체를 걸어가자 하는 결론을 얻었다. 긴 시간 수동적으로 살았던 내 삶이 <아티스트 웨이>를 만나고 나서야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어쩌다 내 삶에 들어온 <아티스트 웨이>는 내 삶을 탈탈 털어 단연 독보적인 책이다. 평생 인생 멘토 하나 없이 살다가 진짜 스승을 만난 것 같이 반갑고 기뻤다.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하는 안타까운 생각은 아예 버렸다. 지금에 만나야 내 것인 것이라고 겸손하게 받아들였다. <아티스트 웨이>를 읽고 난 소감은 짧은 숨 몰아쉬며 전전긍긍하던 조잡한 인공호흡기를 속 시원하게 떼어내는 것 같았다. 아마존같이 끝없이 장엄한 <아티스트 웨이>의 길로 들어서게 해 주었다. 그렇게 <아티스트 웨이>는 내 삶의 물음표로 들어왔고 궁극에는 느낌표로 멋지게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아티스트 웨이>가 명작인 이유는 셀 수없이 많다. 만나는 문장마다 자연스레 나를 이끈다. <아티스트 웨이>를 만나 행복하다. 줄리아 카메론이 던진 다양한 질문에 답하며 미완성으로 남겨질 수 있었던 나의 삶을 비로소 완성해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삶의 완성도를 위해 시뮬레이션하며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바로 <아티스트 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살아가는 어디쯤에서 내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고 자신의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아티스트 웨이>를 강력히 추천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에게로 갈 수 있게 길을 열어준 작가에게 무한한 감사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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