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ny Sea
- 디지털 마인드맵과의 설레는 동행
정년퇴직을 4년 앞둔 지금, 나는 디지털 마인드맵 싱크와이즈라는 새로운 도구와 설레는 마음으로 마주하고 있다. 창조성이란 단순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말하기도 하겠지만, 기존의 경험과 지식을 재구성하여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 창조성은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높이고 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는 핵심 요소로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중요하다. 36년 가까운 교직 생활을 하고 은퇴를 앞둔 시기에 새로운 디지털 도구와 만나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탐색하기 시작하는 나를 본다.
이간질의 시선을 넘어서
창조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또 하나의 일은 정신을 빼놓는 사람들에게 말려들지 않는 것이다. 정신을 빼놓는 사람은 남들 사이를 이간질한다. - 아티스트 웨이, 경당, p.103
작년 말, 웹 싱크와이즈가 출시했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무척 상기되어 있었다. 주변 교사들에게 들뜬 마음으로 수업 시간에 이 디지털 도구를 사용해보고자 하는 마음을 전했더니 반응은 복잡했다. "대단하시네요"라는 말속에 숨겨진 '그 나이에 굳이 그런 걸 배워서 뭐 하나. 퇴직하면 손주나 보면서 그냥 편하게 살 생각하면서 어떻게 하면 즐길지 궁리하면서 남은 시간을 보내면 될 것을...'이라는 시선이 느껴졌다.
교육 현장에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특히 디지털 도구의 효과는 교육자의 이해도와 활용 능력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미 우리에게는 너무나 많은 디지털 도구들이 포진되어 있어서 피곤할 지경에 처해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은 더욱 날카로웠다. 더구나 매일 수업 준비와 행정 업무 만으로도 바쁜데 새로운 도구를 배우느라 시간을 쓰는 것이 과연 효율적일까 하는 물음을 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시선들이 창조성을 막는 장애물임을 인식했다. 디지털 기술은 교육의 접근성을 높일 뿐 아니라 더 매력적인 형태로 정보를 전달하는 필수적인 도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기 의심을 넘어 도전으로
보이지 않는 손이 돕고 있다는 것을 믿기 어려운 이유는 단 하나, 우리가 창조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의심하기 때문이다. - 아티스트 웨이, 경당, p.107
처음에는 나도 새로운 디지털 도구 사용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창조적 교육을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과 다양한 도구의 활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과연 이걸 수업에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디지털 도구가 좋다고 수업에 무조건 도입할 수 없는 이유는 그 도구를 사용하기 위해 사전에 들어가는 비용과 노력과 시간과 학생들의 흥미도 등 고려할 사항이 많다. 설치 형 씽크와이즈를 처음 접하고 매료되어 처음 시도했을 때는 나 스스로도 이 도구를 굳이 수업 시간에 사용할 이유보다 반대 이유가 더 많아 망설이고 있었던 참이었다.
그러나 웹 기반 플랫폼으로도 출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설치 형 프로그램과 달리 웹 기반으로 사용할 수 있어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었고, 화면 구성이 한눈에 들어오고 사용법도 쉬워서 수업 시간에 활용하기에 적합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인터넷만 가능하다면 마치 교실 책상 위에 펼쳐진 깔끔한 노트처럼,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도구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디지털 마인드맵은 마치 생각의 나무를 키우듯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새로운 가지를 쉽게 뻗어나갈 수 있게 해 준다. 특히 실시간 협업이 가능하고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이 정도면 완벽하지 않아도 사용할만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첫술에 배부른 법은 없으니 사용하다 보면 차차 노하우도 생기고 그동안 디지털 맵의 구현 기술도 더 발전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의 정원에 어울리지 않게 자란 의심의 잡초를 뽑아버렸다.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마음 열기
창조성 회복은 무엇보다도 마음을 여는 연습이다. 다시 한번 당신의 마음을 문이 살짝 열린 방이라고 상상해 보라. 문을 조금 더 여는 것은 마음을 조금 더 여는 것이다.- 아티스트 웨이, 경당, p.109
주변의 시선과 관계없이 내 마음속에 솟아나는 의심을 걷어낸 후 올해 새 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수업에 디지털 마인드맵 씽크와이즈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한 화면에서 다른 친구들의 생각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협업할 수 있음을 알게 되면서 더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교사 혼자 실시간으로 능력과 흥미도가 다른 아이들을 개별 코칭하기 어려운데 한 화면에 모든 학생들의 참여 현황이 보이고 참여자들은 누구나 맵을 편집할 권한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우수하고 빠른 아이들이 느린 친구들을 도와줌으로써 완성도를 높이고 자부심과 자신감 마저 느낄 수 있게 함을 보았다. 디지털 기술이 단순한 지원 도구를 넘어 창의성 개발을 위한 코치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마인드맵을 활용하면 중심과 핵심 내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전체 상 구조를 볼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기억력을 높일 수 있다. 우리 뇌를 총체적으로 골고루 사용하게 하는 두뇌 트레이닝의 최적의 방법이라는 말을 듣고 과연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디지털 마인드맵 활용 수업의 좋은 예시로 소개하는 영상에도 출연하게 되었고 현재는 교사 연수 플랫폼에서 매월 씽크와이즈 강의를 하고 있다. 전국 규모의 디지털 마인드 맵 활용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까지 누린 나는 앞으로도 이 분야에 대해 더욱 깊이 있는 활용을 할 뿐 아니라 학교를 넘어 일반 사람들에게도 사용법을 강의하며 널리 알리고 싶어서 씽크와이즈 강사 자격증도 취득하고 마인드 프로세서로서의 자격도 취득하였다.
디지털 마인드맵 수업 활용의 가능성을 찾아가는 과정은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견고하게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새로운 도구를 습득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시행착오와 두려움은 오히려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학생들과 소통하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이기에, 그들의 눈높이에서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도 자연스럽게 넓어졌다. 특히 교직 생활의 마지막 4년을 앞둔 시점에서 이런 도전을 시작한 것은, 마치 오랫동안 익숙했던 정원에 새로운 씨앗을 심는 것과 같았다. 그 씨앗이 자라 어떤 꽃을 피울지, 어떤 열매를 맺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 과정 자체가 주는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은퇴 이후의 삶을 그저 편안한 휴식의 시간으로 맞이하는 대신, 새로운 도전과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게 되었다. 4년 후의 은퇴가 두렵지 않다. 생각을 그림처럼 정리하는 디지털 도구를 만나면서 수업의 또 다른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과 자기 의심을 넘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창조성 개발은 끝없는 여정이며, 이제 나는 매일 새로운 가능성이라는 보물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디지털 마인드맵이라는 도구는 단순한 교육 자료를 넘어, 나의 제 2의 교육 인생을 열어줄 열쇠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