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의 동반자가 될 헤드헌터를
찾아라
헤드헌터가 이직할 때 도움이 될까?
나는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나를 노출 시킬 때, 내가 올린 글을 볼 대상을 자신이 목표로 하는 회사의 채용 담당자 또는 헤드헌터로 상정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외국계에 다니고 있는 지인이 있거나 외국계 회사 경력을 갖고 있다면 인맥을 활용할 수 있겠지만, 이제 갓 외국계 이직에 첫발을 딛는다면 헤드헌터가 외국계로 통하는 유일한 경로일 수도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잘 쓰면 약이 되고 잘못 쓰면 독이 되듯이, 헤드헌터도 본인이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이직 여정의 파트너가 되거나 소위 얘기하는 먹튀의 나쁜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다. 나 역시도 이직과 관련해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자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반면에 내 이력서만 받아 들고 숨는 이상한 사람을 만난 경험도 있다. 만약 누군가 ‘이직할 때 헤드헌터가 도움이 되셨어요?’ 나에게 묻는다면 ‘그렇다’ ‘아니다’라고 단정 지어 말하기 어렵지만 ‘이직할 때 헤드헌터가 필요한가요?’라는 질문에는 ‘그렇다’라고 답할 것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이직 산업의 전문가인데, 모든 헤드헌터가 전문가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인맥에 헤드헌터를 추가하라
주변에 특히 경력이 짧은 동생들이나 후배들이 “선배, 저 헤드헌터한테 ○○회사 추천받았어요!!”라고 들뜬 목소리로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친한 관계인 경우 내가 솔직하게 타일러주는 답이 있다. “네가 유일무이한 인재라서 연락이 왔다는 생각은 하지 말고… 그 헤드헌터가 연락한 수십 명 중 하나일 뿐이니까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가 그 답변이다.
나는 지금껏 헤드헌터를 통한 이직을 딱 1번 했는데, 그 당시 그분과는 1년 정도 경력 관리에 대해 상담하면서 신뢰가 쌓인 관계였기에 제안받은 회사를 믿고 지원했었다. 근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종종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회사들의 채용이나 이직 동향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고 있는데, 당장 옮길 계획이 없더라도 지금 뜨고 있는 회사나 분야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런 사례들은 좋은 경우이고 대부분은 단 건으로 연락을 주고받다가 그 건이 어떤 결과로든 마무리되면 그 헤드헌터와 더는 연락하지 않게 되는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도움이 되는 것은 잘 모르겠지만 분명히 필요하다’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미처 몰랐든 또는 놓칠 뻔했던 채용 정보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많은 헤드헌터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문가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선구안을 갖게 되고, 더 나아가 사명감 있는 헤드헌터를 찾았다면 이직 여정의 동반자로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좋은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현명하다.
‘언젠가’ 산타클로스가 될 수 있는 헤드헌터 구별법
나는 헤드헌터에게 이메일이나 문자로 연락받으면 정중하고 빠르게 답신해서 좋은 인상을 남기도록 노력한다(언제든 좋은 선물을 줄 수 있는 산타클로스와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리고 일단 연락처를 저장해 두어서 나중에 다시 연락받았을 때 언제 어떤 포지션으로 제안을 해주었던 사람인지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나도 답신하지 않거나 연락처를 차단하는 유형의 헤드헌터가 있다. 순전히 나의 경험에 기반했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믿고 거를 수 있는 유형이니 참고하길 바란다.
• ‘안녕하세요, ○○○님’이라는 최소한의 인사 예절도 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보낸 것이라는 게 너무 티 나게 일하는 헤드헌터. 이력서 먹튀의 전형적인 유형이다.
• 제안하는 회사와 직무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헤드헌터. 나에게 왜 연락한 것인지 물어보면 그 또한 명확한 이유를 말하지 못한다.
• 본인에 대한 자랑이 너무 많은 헤드헌터. 자신감은 좋지만, 무엇이든 지나치면 모자란 것보다 못한 법이고 오히려 프로세스를 진행하면서 일 처리가 매끄럽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추가로 이력서를 전달한 후 진행 상황에 대해 제대로 업데이트가 없거나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는 헤드헌터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유형이다. 이런 경우에 전화번호에 나만이 알아볼 수 있는 간단한 메모나 표식을 남겨두어서 다시 연락이 왔을 때 어떤 방식으로 일한 사람이었는지를 소환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해당 헤드헌터를 통해 지원은 하지 않더라도 이직 시장의 동향과 채용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채널로서 관계는 유지한다.
헤드헌터와 나의 역할을 정확히 설정한다
이직 초보들이 실수하는 부분이 헤드헌터에게 본인을 어필하는 것을 넘어 인사담당자를 대하듯 행동하는 것이다. 나와 헤드헌터는 갑-을 관계가 아니라 서로 중요한 정보를 주고받는 윈-윈 관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헤드헌터는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후보자에게 채용 정보를 제공하고 후보자는 경력의 집약체인 소중한 이력서를 공유한다. 합격하면 후보자는 연봉을 올리게 되고, 헤드헌터는 구인을 의뢰받은 회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헤드헌터에게 이력서를 전달하고 서류가 통과되면, 외국계의 경우 대부분 지원한 회사의 채용 담당자와 직접 인터뷰 일정을 조율하게 된다. 성실한 헤드헌터는 예상되는 질문들, 면접자의 성향 그리고 회사에 대한 정보들을 제공해서 인터뷰를 좀 더 정교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도움을 주는데 만약 그렇지 않은 헤드헌터를 만났다면 위와 같은 정보를 파악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종 합격 후 연봉협상을 할 때 헤드헌터가 지원자와 회사 사이에서 조율하게 되는데 이때 열에 아홉은 회사의 편에 더 가깝게 서게 된다. 지원자는 이번 한 건이 마무리되면 볼 일이 없을 수 있지만, 회사와는 관계를 지속하면서 채용을 의뢰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입사 조건에 대해서 헤드헌터가 이야기하는 정보를 참고하는 것은 맞지만, 궁극적으로 ‘나의 성공’보다는 ‘수수료’가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든 그렇지 않은가?) 본인의 주관대로 이직의 목적에 맞게 판단할 것을 추천한다.
불가근불가원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가 일상화되었다. 나와 상대방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적절한 거리가 필요한 것인데, 헤드헌터와 구직자도 건전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긴장감을 유지할 것을 권한다.
헤드헌터에게 제공하는 이력서에는 본인의 개인사만 없을 뿐 굉장히 세세하고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작정 이력서를 공유하면 안 되고, 신뢰할 수 있는 헤드헌터인지 검증하는 단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력서를 전달한 후에도 불필요한 대화로 본인의 약점이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반드시 지양해야 하며, 지원한 회사에 대한 정보를 얻고 합격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가이드이자 파트너로서 헤드헌터의 역할을 설정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