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전
공부하는 직장인
샐러던트(Saladent)는 샐러리맨(Salary man)과 스튜던트(Student)의 합성어로, 직장을 다니면서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거나 현재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계속 공부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주변을 살펴보면 외국어, 특히 영어 회화를 공부하는 비율이 가장 높고, 최근 몇 년은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기 위해 부동산 및 주식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며, 새로운 관심사에 대한 흥미나 취미를 위해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내가 직장인으로 공부를 지속하는 이유는 ‘소모되는 부분을 채우며 미래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사회 초년생이든 경력직이든 새로 회사에 입사하면 업무를 파악하는 배움의 과정이 시작되고, 개인의 역량에 따라 학습곡선(Learning Curve)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업무가 숙달되고 유사한 작업이 반복된다. 특정 업무에 숙련된 직원이 된다는 것은 직원과 회사 관점에서 중요하고 긍정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별다른 고민 없이 숙련된 업무를 무한 반복하는 것은 눈 감고도 달릴 수 있는 익숙한 길을 운전하며 주어진 휘발유만 소모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직장생활이라는 긴 여정을 무사히 마치려면 낯선 길을 만나도 대처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목적지에 닿기 전에 휘발유가 떨어지지 않도록 계속 체크하고 채워주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공부해야 하는 다양한 이유 중에서 이직(또는 승진)을 위해 개인적으로 또는 주변 사람들을 통해 좋은 결과로 효과가 입증된 방법을 소개하니, 이직으로 방향성을 잡고 실행계획을 세우는 데 참고하길 바란다.
뜨거운 감자, 직장인 대학원생
나는 직장생활 5년 차에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해 컴퓨터 사이언스 석사과정을 밟았다. 석사를 마친 후에는 다시 10여 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직장인 대학원생으로 기술경영 전문대학원 박사과정을 시작해서 지금은 수료 후 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직장생활을 하는 데 대학원이 얼마만큼 도움이 되는지, 한 학기 수업료로 대략 천만 원을 낼 만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관한 질문과 상의 요청을 많이 받는다. 이에 대한 대답은 당연히 ‘YES’인데, 나는 ‘도둑질과 노름 빼고는 무엇이든 배워 두면 언젠가는 쓸모가 있다’라는 사상을 갖고 있기도 하고 실제로 이직할 때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이직 시장에서 ‘괜찮다 싶은 포지션’의 직무기술서 요구 사항을 보면 석사 이상의 학위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서, 예전에는 석사 학위가 나와 다른 지원자를 구분 짓는 경쟁력이었다면 지금은 경쟁자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갖추어야 할 기본 스펙이 되어가는 추세다. 이를테면 경영학 석사 학위인 MBA는 많은 이직 시장에서 이제는 거의 보편적으로 요구되는 조건이 된 지 오래다. 나 역시 오라클로 이직할 때 상무로 제안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석사 학위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아니, 더 근본적으로는 상무 제안 이전에 서류를 통과하고 면접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 석사 학위 덕분이 아닌가 짐작한다(내가 이직한 오라클의 경우 팀장님은 박사 학위 소지자였고 팀원들은 모두 아이비리그 MBA 출신으로 구성된 독특한 조직이었다).
한편으로는 경영전문대학원, 기술경영 전문대학원과 같이 회사와 병행할 수 있는 국내 전문대학원에 대한 무용론이 상당히 많은데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원은 한 학기에 주로 3~4개 강의를 듣는데, 이는 한 학기에 천만 원이라는 등록금을 생각한다면 투자 대비 효과(ROI)가 작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 다른 산업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서는 ROI가 상당히 크다. 앞에서 설명했듯 ‘느슨한 연결 고리의 힘’을 구축할 수 있는 곳이고, 실제로 내 경우 박사과정에서 만난 동생들에게 상담해주며 이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력서 학력란에 학부 외 한 줄을 더 적을 수 있다는 것, 대학원 과정을 통해 새로운 학문을 접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 이 세 가지만으로도 대학원 진학은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