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에 삶이 비치다

[김유경의 오늘] 엄마에게 바치는 '대추 한 알'

by 김유경

화장실에서 엄마의 허밍이 들린다. 유행가 가사 ‘나는 행복합니다~’의 곡조다. 똥이 나와서다. 그 순간을 대단한 볼거리처럼 내게 큰소리로 중계할 만큼 쾌거인 거다. 2주 차 숙원을 이뤘으니 오죽하겠는가. 아랫니 4개만 남은 엄마에게 먹고 똥 누기는 요즘 급부상한 스트레스다. 건더기 없는 식단 탓에 입맛도 쾌변도 잃어 울상인 맘이 모처럼 펴진 거다. 이제 자기 똥 보는 일이 엄마에겐 큰일이다.


똥 누기는 엄마에게만 중요한 일은 아니다. 잠자리만 바뀌어도 용변이 힘든 사람들이 꽤 있다. 소화・흡수・배설의 장(腸) 기능이 심리 상태와 연계된다는 반증이다. ‘행복 호르몬’이라는 세로토닌의 90% 이상을 장내 미생물이 만드니 장이 ‘제2의 뇌’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심지어 좋은 똥을 쓰는 ‘대변 이식술(분변 미생물 이식술)’이 위막성대장염이나 항생제내성이 있는 다제내성균 극복 치료에 효과적이란다.

그러니 우울증과 치매에 부대끼는 엄마가 좋은 똥을 누면, 병증이 호전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가깝게는 쾌변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멀리는 치매 환자의 장에 부족하다는 ‘박테로이데스’가 늘어나서 두루 면역성을 높일 테니. 그리하려면 장이 건강해야 한다. 100조에서 400조 마리에 가까운 장내 미생물 중 85% 이상이 이로운 균이어야 가능하다. 물론 섭생으로 이룸이 장내 미생물 균형을 맞추는 대변 이식술 보다 낫다.

어쨌거나 좋은 똥이 돈 되는 세상이다. 국내외 ‘대변 은행’이 그 증거다. 전남 순창의 발효테마파크와 함께 조성될 장내유용미생물은행도 거기에 속한다. 그러나 대변 이식술의 앞날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지난 6월 13일 미국식품의약국(FDA)이대변 이식술의 세균 감염 위험을 경고하며 임상시험 중단을 조치한 바 있다. 생활습관, 병력, 혈액, 분변 검사 등을 살피는 좋은 똥 얻기가 더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다행히 엄마에게 급선무는 대변 이식술이 아니다. 오염이 덜 된 신선한 먹을거리를 섭취하고, 최근 불거진 붉은 수돗물을 피하고, 심각한 미세먼지에 덜 노출되고,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더불어 스트레스에 유연한 정신력을 키우는 일 등 섭생을 꾀할 여지가 아직 있다. 그런데 그건 삼라만상과 얽힌 일이어서 누구든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미 치매에 옭매인 엄마야 말할 것도 없다.

엄마의 좋은 똥 누기를 위해 내 힘껏 할 수 있는 게 뭔가 헤아린다. 똥에 삶이 비치니까 더 그렇다. 첫째, 영양분을 살핀 유기농 식단으로 세끼를 때맞춰 챙긴다. 둘째, 우울증과 치매로 훼손된 자신감을 북돋는 내 온화한 언행에 힘쓴다. 셋째, 노화가 많이 진행돼 부족해진 근육을 만들도록 움직임을 자연스레 부추긴다. 넷째, 약화된 장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를 섭취하도록 돕는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장내미생물의 균형을 개선함으로써 숙주의 건강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생균첨가물”이다. 질 좋은 제품을 시중에서 구입하면 된다. 반면 ‘프리바이오틱스’는 “결장내의 유용균 증식을 촉진하거나 유해균을 억제하여 숙주의 건강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비소화성 식품성분”이다. 제품 대신 올리고당과 식이섬유 등이 많이 함유된 먹을거리로 식단을 보강하면 된다.

화장실에서 개선장군처럼 환해진 엄마가 나온다. 그 해맑은 늙음을 바라보다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을 바친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저 안에 태풍 몇 개/저 안에 천둥 몇 개/저 안에 벼락 몇 개/저 안에 번개 몇 개 들어 있어서/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 저게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저 안에 땡볕 두어 달/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대추야/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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