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경의 오늘] 갑장친구의 EM 활용법
내 눈에 동네 갑장친구 집은 낙원이다.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확 느껴진다. 현관에 이르도록 긴 마당 좌우 양쪽이 들쭉날쭉하고 옹기종기한 형상의 녹색텃밭이다. 그 녹색들을 자세히 뜯어보면 온통 탐나는 먹을거리다. 오가피, 울릉도부지깽이, 복분자, 아로니아, 무화과, 거봉, 감, 대추, 가지, 당근, 근대, 상추, 오이, 부추, 청양고추, 꽈리고추, 원추리. 석류 등이 들어차 있다. 내 집 마당의 관상용 몇 그루와는 딴판이다.
사실 그녀 집의 전원풍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오늘 내 눈은 화등잔이 된다. 현관문 가까이 매달린 거봉을 보고서다. 전에는 없던 거다. 살이 오르는 게 보이는 듯한 도심 속 청포도가 멋진 설치미술작품 같다. 하긴 지지대 위로 내뻗은 덩굴 속 호박꽃도 내겐 신선한 풍경이니. 감탄을 연발하자 친구가 넌지시 가리킨다. 커다란 스티로폼상자다. 음식물쓰레기통이란다.
뚜껑을 여니 덮개 비닐이 있다. 그걸 젖혔는데도 음식물 썩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EM(유용한 미생물균, Effective Micro-organisms) 때문이란다. 새로 음식물쓰레기를 넣을 때마다 EM을 뿌려주면 70일 이상 지나면서 액체가 된단다. 그걸 텃밭에 뿌리면 작물이 병충해 없이 잘 자란단다. 그러고 보니 수풀이 많은데도 모기나 파리가 없다. 세종시에 출현한 파리떼 유충의 온상이 비료였다는 기사가 퍼뜩 떠오른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EM 발효액을 얻으러 동행정복지센터로 향한다. 올해부터 내가 사는 주안8동에서도 무료로 배부한다. 이곳을 포함해 인천 미추홀구에는 네 곳에 EM 발효액 공급기가 비치되어 있다(미추홀구청 자원순환과 음식물자원화팀 최미희 팀장 제보). 동행정복지센터 뒤편으로 돌아가니 안내판과 기기가 보인다. 한 번 누르면 1.5리터가 나오는데, 액정화면에 공급 대기량 300회 중 257회 공급됐음이 나타나 있다.
동행정복지센터 담당자 변훈석씨로부터 간단한 안내를 들은 후 팸플릿을 얻는다. 내용을 훑으니 의문이 생긴다. “동행정복지센터에서는 바로 이용할 수 있는 EM발효액이 비치되어 있습니다”가 ‘EM 발효액 일상생활 사용법’과 맞지 않는다. “바로 이용할 수 있”으면 별도의 “사용법”은 필요 없지 않은가. 의문점은 공급업체 ㈜한국바이오닉스 이지선 대리와 통화해서야 풀린다.
배양액 산도가 3.3이어서 희석하지 않고 사용 시 산 생명체에게는 해가 될 수 있다는 거다. 싱크대나 하수구 등은 괜찮지만, 화초 등은 죽는다거나 자칫 물건이 상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발효액이므로 희석은 물로만 하면 된다. 그 짤막한 설명이 없어서 고개를 갸웃한 거다. 팸플릿은 홍보용이다. 이왕이면 제작 시 누구든 쉽게 이해하도록 내용을 꾸려 배포하면 좋겠다.
암튼 손쉽게 EM 발효액을 쓸 수 있으니 좋다. 지자체 행정이 시민들 가려운 데를 구석구석 긁어주는 방향으로 더 진전되길 바란다. 갑장친구의 친환경적 삶을 본받는 내가 그 뒷받침에 한몫하리라. 문득 손수 재배한 유기농으로 푸짐한 그녀의 상차림에 마주 앉고 싶다. 후식으로 청포도를 먹으면 그 또한 행복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