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에 낙원, 그 집의 녹색마당

[김유경의 오늘] 갑장친구의 EM 활용법

by 김유경

내 눈에 동네 갑장친구 집은 낙원이다.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확 느껴진다. 현관에 이르도록 긴 마당 좌우 양쪽이 들쭉날쭉하고 옹기종기한 형상의 녹색텃밭이다. 그 녹색들을 자세히 뜯어보면 온통 탐나는 먹을거리다. 오가피, 울릉도부지깽이, 복분자, 아로니아, 무화과, 거봉, 감, 대추, 가지, 당근, 근대, 상추, 오이, 부추, 청양고추, 꽈리고추, 원추리. 석류 등이 들어차 있다. 내 집 마당의 관상용 몇 그루와는 딴판이다.


KakaoTalk_20190711_142445688(녹색마당, 대문에서 바라볼 때).jpg


사실 그녀 집의 전원풍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오늘 내 눈은 화등잔이 된다. 현관문 가까이 매달린 거봉을 보고서다. 전에는 없던 거다. 살이 오르는 게 보이는 듯한 도심 속 청포도가 멋진 설치미술작품 같다. 하긴 지지대 위로 내뻗은 덩굴 속 호박꽃도 내겐 신선한 풍경이니. 감탄을 연발하자 친구가 넌지시 가리킨다. 커다란 스티로폼상자다. 음식물쓰레기통이란다.


KakaoTalk_20190711_142425634(거봉).jpg


뚜껑을 여니 덮개 비닐이 있다. 그걸 젖혔는데도 음식물 썩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EM(유용한 미생물균, Effective Micro-organisms) 때문이란다. 새로 음식물쓰레기를 넣을 때마다 EM을 뿌려주면 70일 이상 지나면서 액체가 된단다. 그걸 텃밭에 뿌리면 작물이 병충해 없이 잘 자란단다. 그러고 보니 수풀이 많은데도 모기나 파리가 없다. 세종시에 출현한 파리떼 유충의 온상이 비료였다는 기사가 퍼뜩 떠오른다.


KakaoTalk_20190711_142438086(음식물통3).jpg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EM 발효액을 얻으러 동행정복지센터로 향한다. 올해부터 내가 사는 주안8동에서도 무료로 배부한다. 이곳을 포함해 인천 미추홀구에는 네 곳에 EM 발효액 공급기가 비치되어 있다(미추홀구청 자원순환과 음식물자원화팀 최미희 팀장 제보). 동행정복지센터 뒤편으로 돌아가니 안내판과 기기가 보인다. 한 번 누르면 1.5리터가 나오는데, 액정화면에 공급 대기량 300회 중 257회 공급됐음이 나타나 있다.


KakaoTalk_20190711_141935002(배양액 홍보).jpg


동행정복지센터 담당자 변훈석씨로부터 간단한 안내를 들은 후 팸플릿을 얻는다. 내용을 훑으니 의문이 생긴다. “동행정복지센터에서는 바로 이용할 수 있는 EM발효액이 비치되어 있습니다”가 ‘EM 발효액 일상생활 사용법’과 맞지 않는다. “바로 이용할 수 있”으면 별도의 “사용법”은 필요 없지 않은가. 의문점은 공급업체 ㈜한국바이오닉스 이지선 대리와 통화해서야 풀린다.


KakaoTalk_20190711_165709102(em1).jpg


배양액 산도가 3.3이어서 희석하지 않고 사용 시 산 생명체에게는 해가 될 수 있다는 거다. 싱크대나 하수구 등은 괜찮지만, 화초 등은 죽는다거나 자칫 물건이 상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발효액이므로 희석은 물로만 하면 된다. 그 짤막한 설명이 없어서 고개를 갸웃한 거다. 팸플릿은 홍보용이다. 이왕이면 제작 시 누구든 쉽게 이해하도록 내용을 꾸려 배포하면 좋겠다.


암튼 손쉽게 EM 발효액을 쓸 수 있으니 좋다. 지자체 행정이 시민들 가려운 데를 구석구석 긁어주는 방향으로 더 진전되길 바란다. 갑장친구의 친환경적 삶을 본받는 내가 그 뒷받침에 한몫하리라. 문득 손수 재배한 유기농으로 푸짐한 그녀의 상차림에 마주 앉고 싶다. 후식으로 청포도를 먹으면 그 또한 행복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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