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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경 Apr 12. 2021

밤잠을 설치지 않는 금융 투자 전략

[김유경의 책씻이] 낙관과 비관을 진솔하게 조합한 <돈의 심리학>

나도 몇 증권(자)펀드에 투자한 적이 있다. 내 깜냥이 궁금해서. 1000만원이내에서 모멘텀(momentum)을 익히는 개미가 된 거다. 지금은 투자 기간이 끝나 부러 남긴 잔량만 있지만, 해당 증권사는 여전히 성과보고서와 통합수익률을 알려준다. 당시 나는 국내외 사회・문화・정치・경제뿐만 아니라 예능・스포츠까지 모든 분야의 변동에 대해 꿰차려 했다. 그 의식에 난데없는 사건일 우연은 투자수익율 변수가 아니었다.   

   

<돈의 심리학>은 금융투자 전략을 짜는 인간 심리, 즉 “soft skill”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막판을 뒤집는 요인 “꼬리”에 대해, 그리고 자기가 원할 때 원하는 사람과 함께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유”(자기 시간에 대한 통제권, 독립성)에 대해 강조한다. 세상에는 언제든 놀랄 일이 일어나므로 ‘안전마진’이라 불리는 실패(수)를 성장의 기회로 허용하며 장수하는 “복리(시간)의 힘”이 중요하다면서.     


개미였을 때, 내 원칙은 둘이었다. ‘귀가 얇으면 안 된다.’와 ‘밤잠을 설치면 안 된다.’ 그건 라스베이거스(Las Vegas)의 한 카지노 슬롯 머신에 앉았을 때 매번 내 앞으로 쏟아지는 주화들을 보며 잭팟이 터질 거라 웅성대며 둘러싼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일어선, 우연한 행운을 마다한 행동과 통한다. 횡재는 리스크를 동반하니까. 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맞는 보편적 투자 전략은 없다는 저자가 내세운 합리적 전략 중 하나가 내 후자의 원칙과 같아 뜻밖에 반갑다.   

  

저자는 금융 투자가 돈의 물리학(규칙과 법칙)이 아니라 돈의 심리학(감정과 뉘앙스)임을 일깨운다.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인 자유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가장 뚜렷한 생활양식상의 변수”여서다. 원할 때 하던 일을 그만둘 수도, 원하는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는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물론  남과 비교하지 않으면서 끈기 있게 욕망을 조율해 끝까지 부자로 남는 ‘자산 부자’가 되어야 가능하지만.    

  

자산 부자는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쓴다’ 같은 현재 소득과 연계된 ‘소비 부자’와는 다른 차원이다. 소비 부자는 눈에 보이는 물질을 구매하는 과시욕으로 부를 줄이지만, 자산 부자는 타인의 시선보다 내적 자유를 위해 쓰지 않은 소득인 부를 쌓는다. 저자는 “부를 쌓는 것은 소득이나 투자수익률이 아니라 저축률과 관계가 깊다.”고 조언한다. 번 돈을 유지하자는 부자 철학이 빚이나 몰빵을 방어하는 금융 투자 방법을 정하는 거다.    

  

“비참해지지 않으면서도 검소하게 살 수 있는 기술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능력이다. 이는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마주할 인생의 길흉화복 앞에서 아주 유용할 것이다.” (386쪽)    

 

<돈의 심리학>이 다른 금융 투자 관련 책들과 다름은 스페셜 부록이라 칭한 ‘나의 아이들에게 보내는 금융 조언’에서도 드러난다. 인생의 많은 부분이 우연에 의해 좌우됨을, 그렇더라도 노력의 가치와 보상을 믿기를, 저축은 남들 손에 맡기지 않은 미래를 소유함과 같음을, 시간・인간관계・자율성・창의성을 현금만큼이나 귀중한 화폐로 봐야 함을, 돈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가져다주지 않음을 짚어준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마지막에 앞의 조언들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괜찮다고 조언한다. 세상은 늘 변화하고, 사람들은 다 다르고,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면서. 자기만의 가치관・목표・환경을 고려해서 받아들이라고. 결국 우연을 간과하지 않으면서도, 노력의 대가를 믿고 자기답게 행하는 금융 투자 전략이 밤잠을 설치지 않게 한다는 거다.  그런 태도라면 인생사에 두루 무리할 일이 있겠는가. 낙관과 비관을 진솔하게 조합한 금융 투자 철학에 감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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