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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화 Aug 30. 2016

(서평)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2014년 10월 기록


동물들의 집단 공동체 삶을 통해 인간 본성에 대해 낱낱이 폭로하고 특권의식과 맞물려 인간이 어디까지 부패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물농장』은 우화이자 풍자소설로써 올해 들어 나에게 가장 큰 충격을 안겨 준 책이다. 어쩌면 이렇게도 사람 사는 모습이란 것이 하나하나 대응하듯 정형화되어 있는 것일까? 이런 책을 완독 하지 않고도 어떻게 나는 여태껏 무탈하게 살아올 수 있었을까. 너무 안이했거나 너무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 순간의 안심에도 서늘한 바람이 마음에 일었다.


인간사 참 덧없다는 생각과 함께 내 지난날의 안일함에 대한 반성이 있었고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사건과 사고 그리고 물 흐르듯이 매끄러운 번역 속에서 자연스럽게 글 속에 빠져들었다. 30페이지 정도밖에 읽지 않고도 속에서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걸 보면서 왜 이런 책이 고전일 수 밖에 없는지 여실히 깨달았고 동시에 조지 오웰의 필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조지 오웰은 『동물농장』에서 구소련의 역사를 재현하며 스탈린 독재 체제를 강도 높게 비판한다. 혁명을 호소하는 늙은 메이저는 마르크스를, 독재자 나폴레옹은 스탈린을, 나폴레옹에게 내쫓기는 스노볼은 트로츠키를 상징한다. 혁명이 성공한 후에 어떻게 변질되고 권력을 가진 지도자들이 어떻게 국민을 속이고 핍박하는지를 면밀히 그린 이 우화는 특정한 시대를 넘어 ‘독재 일반’에 대한 우의적 풍자를 담고 있다. ≫ 


이보다 더 간략하고 이해하기 쉬운 문장을 없을 거란 생각에 표지의 요약을 빌려보았다. 사회주의와 독재에 대해 일부 간접 경험만이 가능했던 나에게 이 책은 끊임없는 실소와 의식하지 않고 살았던 알지 못한 세계에 대한 환기를 가져다주었다.

가장 인상적이고 동물농장의 핵심을 인식하게 된 대목은 혁명 이후 얼마 못가 돼지들이 우유와 사과를 돼지들만의 몫으로 빼돌리고 이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이는 혁명의 부패가 시작되는 전환점이라고 작품의 해설에서도 말하고 있다. 역사상 많은 정치적, 사회적 혁명들이 타락했으나 <모든 혁명은 반드시 타락한다.>라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따라서 동물들의 '무지와 무기력'이 권력의 타락을 방조한다는 오웰의 비관을 넘어선 통찰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에 대해 감히 평하자면 고전의 가치와 출판사의 노력이 합을 이뤘을 때 볼 수 있는 최고의 조합이라고 말하고 싶다. 2013년 봄 출간된 잡지 『아레나』에서 ‘다시 세계문학전집의 시대’라는 표현과 함께 진행한 인터뷰에서 민음사 편집자는‘작품의 의미를 최대한 살리며, 가독성을 이유로 원문에 없는 표현을 임의로 추가하거나 누락하지 않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고 말했다.


이어 출판사들은 고전을 읽는 게 현대의 첨예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에 무척 공감이 간다. 예를 들어 나는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에서 주인공이 겨우겨우 얻은 소시지를 한 입 베어 물고 맛을 만끽한 다음 나머지는 아껴두는 장면을 좋아한다. 이런 재미를 형식적으로 재구성한다면 <인간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극한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고 희망을 품은 채 미래를 꿈꾼다.> 정도 되겠다. 개인이 독서를 통해 느끼는 것은 그것이 재미든 감동이든 간에 그의 삶에 영향을 주고, 당연히 그가 현실의 문제를 맞닥뜨리는 태도에도 영향을 준다.’


언젠가 읽은 글은 그게 어디서든 반드시 발현되는 시기가 있다고 생각하는 나의 의견과 동일 선상에 놓고 싶은 글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민음사의 전집을 아들에게 꼭 읽히고 싶다는 희망이 생겼다. 자식이야 자기 흥미는 본인 몫이기에, 또한 먼저 알려준다고 빨리 행복해질 것도 아니기에 목표라 칭하지 않고 다만 희망이라 불러본다. 화가 나는 헛웃음이라는 아이러니한 감정을 선물 받은 나는 전집 구입이라는 새로운 다짐을 또 하고 말지만 부디 몇 권이라도 차곡차곡 읽어 갈 수 있으면 한다. 문체는 쉽고 명확하다. 우화의 형식을 빌린 풍자는 끊임없는 유머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읽는 동안 몇 번이나 강력추천을 외쳤던 이 책을 다시 한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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