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화 Sep 18. 2016

(서평) 마음의 서재

2015년 8월 기록


최근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시간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모든 관심사가 다른 곳을 향해 있기 때문이었는데 이럴 때일수록 괜찮은 책, 내 영혼을 달래줄 나와 궁합이 딱 맞는 그런 책 한 권이 더 절실해졌다. 그러다 만난 「마음의 서재」는 나에게 있어 허기를 달래주는 마음의 보양식이자, 어지러운 머리와 지친 몸을 치유해주는 치료제였다.     

 

이유는 작가가 후기에서도 밝혔듯이 ‘타인의 도움이 없을 때조차도 스스로 자기를 지키는 인문학, 그것은 단지 공격당하지 않기 위한 방어기술이 아니라, 끝내 타인과 접속하기 위한 영혼의 준비운동이다. 끝내 이 세상과 연결되기 위한 영혼의 안테나, 그것이 바로 인문학의 힘이다.’라고 인문학을 기본 베이스로 하여 다양한 관심사로 뻗어나간 예술, 사회과학, 심지어 단순 TV 프로그램을 어울러 담아낸 공감과 위로가 그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제목에서도 추론할 수 있듯 이 책은 여러 분야의 많은 도서를 언급하고 있다. 작가의 마음에 담긴 책들로 서재를 만들었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마음의 서재에서 자신의 생각과 부합하는 책들을 한 권 한 권 꺼내어 적절한 타이밍에 언급함으로써 우리에게 지식을 향유케 하고 사색의 길을 열어 준다.


보통의 서평은 이러이러한 책이 있고 내가 이것을 읽었는데 느낀 점이 이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는 형식을 갖추었다면 심사평에서도 언급했듯이 -참고로 이 책은 한국 수필문학의 지평을 넓히고 그 의미를 심화시키고자 제정된 ‘전숙희 문학상’ 수상작이다- ‘거꾸로 된 서평’의 참신함이 돋보인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서 '빨강머리 앤'이 언급되었을 땐 너무 기쁘고 반가워 눈물이 나올 뻔했다. 앤의 성장소설이 아니라 마릴라와 매튜의 입장에서 바라본 ‘이방인을 받아들이는 원주민의 태도’라는 차원으로 접근하고, 틀에 박힌 사고들의 반대시선을 읽어주었을 땐 왜 제목 밑에 ‘정여울 감성 산문집’이란 표현을 썼는지 단박에 이해가 되었다.      


어떤 때는 친절하게 줄거리를 요약해주지만 필요에 따라 인물의 특징만 짚어 내기도 하고 책을 구성하는 다양한 시도가 엿보인다. 그래서 지루하지 않고 공들인 시간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재능이 노력을 만나 괜찮은 책이 만들어졌고, 홍보가 아닌 우연으로 나와 조우하게 되었을 때 느끼는 반가움과 감사함은 언제나 즐거운 경험이다.


나지막한 톤으로 풀어놓은 삶 이야기 구석구석에 자연스러운 풍경처럼 책 이야기가 자리하고 있다. -<중앙일보> 이은주 기자


나도 내 인생과 삶, 전체에 발자국을 남기듯 하나하나 책의 길을 열어놓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진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

   

p247 소시오패스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이유도 관계에 대한 애착, 삶에 대한 사랑이 없기 때문이다.


p253 누군가에게 어떤 삶의 의미를 물려줄 수 있을까를  더 일찍, 더 자주 고민한다면, 우리 삶은 훨씬 환하고 따스하고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을 풍요롭게 하는 배경지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