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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화 Sep 27. 2016

(서평)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

2015년 2월 기록


여행 책이라고 해야 할까? 육아라고 해야 할까? 이 책은 36개월을 갓 넘긴 4살짜리 아이와 이동하는 사이 마주하게 되는 상황을 통해 자연스럽게 '터키'라는 나라를 소개한다. 그게 관광지를 통한 역사의 한 페이지든, 동네 아낙과의 대화를 통한 사회현상이든, 무엇 하나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 흘러 결국 터키를 알게 한다. 그래서 당연히 여행 책으로서도 손색이 없지만 아이를 통해 느끼는 것을 표현하고 보고 배운 것과 연결시키는 엄마 마음에서 육아를 발견하기에 나에게 이 책은 육아서이다.

     

아이를 데리고도 큰 제약 없이 참 다양한 경험을 한다싶다. 그리고 꿰뚫어본다. 그 중에서도 여행을 통해 만난 한국 여행객들의 무질서하고 소란스러움에서 폭력성을 발견하고, 지나가는 행인을 위해 창가의 화분을 오랜 시간 공들여 정리하는 손길에서 우리나라의 개발지상주의의 슬픔을 이야기하는 내공은 한수 배우고 싶을 정도다.      


소설보다 재밌는 이야기를 거짓말처럼 꺼내어놓다가 어느 순간 사색에 잠기게 하는데 그럴 때면 책의 어느 한 문단을 뚝 떼어 따로 놓고 봐도 감탄이 나온다. 여러 명 각자가 공들여 훌륭하게 써 내려간 한 편 한 편의 에세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여러 분야에 감각적으로 깨어 있는 것이다.


말하고자 하는 바에 집중하여 그것을 정확히 인지한 채 분명한 어투로 구체적으로 써내려가는 그녀의 글은 답답한 곳에 바람이 통하듯 마음이 시원하다. 어느 한 부분도 허투루 쓴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순간 최선을 다했다는 진심이 전해지고 그 최선이라는 노력에 부합하는 능력까지 갖추었으니 이 책은 나에게 공감이자 감동이고 배움이자 감탄이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자세 이외에 여행을 어떻게 누리고 즐겨야하는지를 나는 또한  배웠다. 여행은 떠나 있을 때보다 돌아와서 순간순간 예상치 못한  기억남이 더 값진 것 같다.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 조용한 읊조림으로 들렸던 책 제목은 생각해보니 아이에게 건넨 대화였고, 종국엔 세상에 표하는 자신감이었음을, 책을 다 읽은 후엔 그럴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두 모자의 여정에 이렇게까지 가슴이 뜨겁고 뭉클해지는 것을 보면 진짜로 내가 엄마가 되어 가긴하나 보다. 아이와 단둘만의 여행이 떠나고 싶어 벌써부터 마음이 근질근질하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


p32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뒤돌아보니 ‘이 세상에는 아이를 키워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는 황당한 이분법적 사고를 하게 될 만큼 아이가 내 시간과 공간, 사고와 판단의 모든 준거를 장악해 들어와 있었다.   

   

p241

그러나 지금 30대인 내게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위대한’ 일이며, 자신의 삶을 성실히 살아가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자신의 삶을 성실히 꾸려나가는 것에도 부단한 노력과 결심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한 노력과 결심이 조용히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까닭이다.    

  


p286

로라는 모르고 있었다. 관계의 많은 부분이 희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자신이 희생하는 것들과만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데 그것을 얻을 수 없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그 ‘무언가’를 위해 자신이 희생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P314

좋은 것을 알아볼 수 있고, 알고 싶어 하고, 표현해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매우 중요한 재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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