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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화 Sep 08. 2016

비운의 여인, 엄마로 마주하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2014) 2015년 4월 기록


마리 앙투아네트, 그 이름이 주는 묘한 매력은 화려함에서 기인한 동경인지 아님 기구한 운명에 대한 연민인지, 뭔지 모를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데 있을 것이다. 화려한 의상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비운의 삶을 살았던 극적인 요소만으로도 기대가 되어 큰 고민 없이 예매를 했다.     

  

2006년 초연 당시 25만 명 관객 동원!

18세기 프랑스의 화려한 로코코 문화와 역동적인 프랑스혁명을 재현

일본과 독일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명작을 한국에 최초로 선보인다.   

   

공연 메인 홈페이지에 있는 문구이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초연'이란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뮤지컬에 뒤늦게 입문한 탓에 이미 입소문을 타서 유명할 대로 유명한 공연을 보다 보면 사람들이 열광하는 만큼의 감동을 느낄 수가 없어 공연에 대한 실망감 이상으로 허탈감을 맛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숙제 치르듯 몇 편을 연달아 보아도 아주 가끔 시간을 내어 마치 아껴둔 옷을 꺼내 입는 심정으로 보아도 뮤지컬은 지루하고 큰 재미가 없는 장르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공연으로 그동안의 맘고생을 조금은 보상받은 기분이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혁명을 배경으로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형 집행과정이 그려진다. 화려했던 왕실의 삶과 대비되는 시민들의 비참한 삶이 그려지고 시민혁명으로 인해 당연하게 누리고 있던 모든 것을 빼앗기는 마리의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역사적인 배경으로 탄생한 뮤지컬답게 지식욕을 동반한 궁금증과 함께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이 뮤지컬을 이야기하면서 '옥주현'이란 배우를 빼놓을 수가 없다.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는 배우의 목소리. 그녀는 가수 출신이기에 뮤지컬 전문 배우보다 성량이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물론 그동안 그녀가 보여준 노력과 결과물들을 보면 큰 걱정은 하지 않았으나 성량 부분은 기우였다. 다만 아쉬운 점은 유난히 어울리는 넘버가 존재했고, 그 의미는 반대로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는 파트가 있음을 매우 여실히 드러냈다.


하지만 초반 부분 얼마나 잘하는가, 너무 잣대를 들이대고 들은 탓에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들어 극의 전개와 맞물려 점점 하모니를 이루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특히나 여리고 순진했던 소녀 같은 왕비에서 강인한 엄마로, 추락한 보통의 인간으로 변해가는 과정은 충분히 볼 가치가 있었고 공감을 자아냈다.      


누구보다 인상적인 배우는 마그리드 역의 '윤공주'였다. 청량함과 파워가 겸비된 목소리는 뮤지컬 배우로서 자질이 뛰어나다고 느껴졌고, 연기도 정말 좋았다. 공연이 끝난 후 돌아와 한동안 검색한 핫 키워드는 '프랑스혁명'과 더불어 단연코 '윤공주'란 이름이었다.


영화를 제외한 공연이나 전시회 등은 미리 사전 정보를 숙지하고 가는 편이나 마리 앙뚜와네트는 그 자체의 몰입을 즐기기 위해 편한 마음으로 관람을 했는데 실제 공연을 보면서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과 다른 부분이 있어 오해와 편견 속에 사로 잡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누구보다 기구했던 한 여인의 삶을 통해 역사를 제대로 알고 평상시 놓치고 갈 수 있는 부분들에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계기를 얻었다. 기대만큼 화려했고, 새로운 사실에 마음이 무거웠고, 또한 엇갈린 운명과 인간의 나약함에 슬픔이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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