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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화 Nov 14. 2016

아이와 여행 시 준비되면 좋은 것

엄마 나는 이렇게나 컸어요


아이와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아야 하는데 아이가 클 때까지 여행을 마냥 보류하는 것은 굉장히 큰 아쉬움을 남기는 일이다. 하지만 미처 준비되지 못한  여행을 떠나는 것도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즐거운 여행이 될 가능성을 매우 낮게 한다는 점에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번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며 아이와 좀 더 편안하고 자유로운 여행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아이의 성장과 변화를 통해 찬찬히 들여야 보았다.


1. 배변 훈련이 완료되었다면 떠나자

배변 훈련이 '완료' 되었다는 것은 단순히 기저귀를 떼고 화장실 이용을 할 수 있게 된 정도가 아니라 엄마가 미리 알아둔 화장실까지 달려갈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줄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시간을 가늠해 미리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연습되어야 한다. 쉬-쉬-하며 발을 동동 거리는 아이를 위해 쉬통을 준비할 수도 있지만 아이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오픈된 공간에서 쉬를 하는 것이 더 이상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아이는 또래보다 조금 늦게 배변훈련을 마쳤다. 그래서인지 길게 끌거나 갑작스러운 실수가 없었다. 배변 훈련을 마치고 한껏 드높아진 아이의 자신감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덧칠하고 싶진 않다. 그러니 아이가 혼자 화장실 변기에 앉아 엄마는 나가 있으라고 할 때까지는 기다려주자.  


2. 대중교통을 이용해 본 경험이 있다면 떠나자

차 안에서 목적지까지의 지루한 시간을 견딜 수 있는 인내심과 함께 갖추고 있으면 좋은 것이 '전철'과 '버스'를 이용해 본 경험이다. 처음엔 렌트를 하지 않는 대신 택시를 이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가고 싶은 목적지가 생각보다 멀고 시간에 쫓기며 관광지만 찍고 다니는 여행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기에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이동해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제주도 시내, 시외버스를 두루 이용했다. 매주 목요일 사모님과 대중교통을 이용해 본 아이는 자기가 교통카드를 찍겠다고 떼를 쓰거나 돌발행동을 하지 않았고 움직이는 차 안에서 일어나지 않고 얌전히 앉아 바깥 풍경을 감상했다. 아이가 직접 고른 간식을 먹여주고 창 밖에 보이는 것들에 대해 호기심을 유도하며 차 안에서의 시간이 지루하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도착지에서 보게 될 아이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해주며 기대심을 한 껏 드높다면 여행은 조금 더 풍성해질 것이다.


3. 협상이 가능하다면 떠나자

43개월, 이 정도 시기의 아이는 반복된 일상과 단체생활을 통해 어느 정도 규율과 규칙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룰을 어기고 마음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이가 그러면 그걸 함께 겪어야 하는 엄마도 힘들지만 아이 스스로도 제어가 안되어 낯선 감정에 사로 잡히게 된다. 무조건 안된다고 말하거나 엄마 말을 들으라는 식의 강압적인 태도 대신 엄마는 너와 함께 여행을 하고 있어서 즐겁다고 계속해서 말해준다면 좋을 것 같다. 게스트하우스의 공용 거실에 장난감을 펼치지 않는 대신 우리 방에서 동영상을 한 번 보여준다고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협상이다. 지금 밥을 더 먹지 않으면 걸을 힘이 없으니 공룡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을 포기해야겠다고 말해 지금 이 행동이 다음에 미칠 영향, 그리고 하지 않으면 네가 원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알려주어 여행이 아이와 함께 완성되도록 한다.


4. 기호음식이 정해지고 식사량이 일정하다면 떠나자

이유식을 하지 않고 더 이상 먹을 수 있는 음식 종류에 제한받지 않아 편하긴 하지만 주문한 음식을 입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갑자기 먹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관광지에서의 비싼 음식값에 본전 생각도 날  뿐 아니라 배가 부르지 않고 든든하지 않은 상태로는 다음 일정을 소화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아이는 어떤 날은 잘 먹던 간식을 느닷없이 전혀 입에 대지 않기도 하고 최근까지 식사량이 들쭉날쭉했다. 그러다 점심, 저녁 두 끼를 연이어 왕성하게 먹어 치우고 간식도 과일이며 젤리며 주는 대로 잘 먹는 모습을 보여 안심하고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또한, 생선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제주도의 고등어구이와 갈치구이를 맛보게 한 일은 그래서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었다.


5. 엄마의 부재를 견딜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떠나자

아무리 아이만 바라보고 모든 시간을 함께 해주고 싶어도 아이를 잠시 혼자 두어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숙소에서 여유분의 수건을 추가로 챙기기 위해 다른 층에 들려야 할 때가 그랬다. 맨발로 놀고 있는 아이에게 양말을 다시 신기고 운동화를 신겨 손을 붙잡고 이동하는 대신 현관문이 닫히는 무서움을 겪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너를 두고 잠시 다녀와도 되는지 물었다. 엄마가 씻을 동안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는지, 엄마가 물건을 구입하는 동안 캐리어를 붙잡고 서 있을 수 있는지, 버스 시간표를 확인하고 사람들에게 길을 묻는 동안 제자리를 지킬 수 있는지 물었다. 엄마는 잠시 뒤에 돌아온다는 안정감을 느끼고 약속에 익숙하다면 그때는 떠나도 좋다.


6. 여행 파트너로 인정해주고 떠나자

출발하기 전 둘이 떠나는 여행이니 아들이 엄마를 도와줄 수 있는지 묻고 대답을 확인했다. 기대거나 치대지 않고 두 발로 똑똑히 자기 앞길만 잘 걸어줘도 엄마는 덜 지친다. 아이는 있는 힘껏 캐리어를 함께 끌어주고 엄마가 기다리라는 곳에서 기다려 주었다. 허용범위가 가능한 A와 B 선택지 중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밝히면 아이가 하자는 대로 했다. 다만 성인 파트너는 아니기에 일정은 미리 공유하기보다는 바로 다음 일정만 알려주어 관심과 집중을 높일 수 있는 정도만 신경 써준다면 좋을 것 같다.


7. 다양한 소품과 액세서리에 거부감이 없을 때 떠나자

짐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엄마는 여행지 패션을 포기했다. 그렇지만 덥고 추운 기온차에 아이의 물건 중 혹시나 싶은 것은 다 챙겼다. 아이는 올 초 겨울까지만 해도 마스크 쓰는 것을 굉장히 불편해하고 못 견뎌했다. 하지만 낮은 기온은 아니더라도 바람이 불거나 그늘이 지고 아니고에 따라 온도차가 나는 곳에서 바람과 찬기운에 대비하는 것은 필수다. 모자와 마스크는 반드시 착용하고 실내복은 긴팔을 입혔다가도 방 온도가 올라가면 반팔티로 갈아입혀 벌게진 얼굴을 식혀주고 잠이 든 후 다시 긴팔을 입혀 온도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 숙소의 공용공간은 난방이 잘 되지 않아 수면조끼를 덧입히고 바깥 추위에도 불구하고 내리쬐는 햇살에 버스 안이 덥다면 겉옷을 벗겨 항상 체온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했다. 계절과 관계없이 일교차에 대비해 다양한 옷과 소품을  준비한다면 여행 후 아이가 아플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아이만 쳐다보고 아이 말에 귀 기울이다 와서 참 좋았다. 아이와 둘이 다니니 호기심과 우려 섞인 눈빛으로 도움을 주신 분들도 많았다. 체험이라는 무수한 역할놀이가 아이들에게만 허용된 것이 아니라 워킹맘에게 허락된 '엄마체험'의 시간 었던 것 같다.


즉흥적이고 조금 소비적으로 보일지라도 이렇게라도 무언가 해주고 싶은 건 부족한 엄마의 발버둥이다. 그러니 아들, 엄마 다시 돈 벌러 간다. 너라는 작은 우주를 사람 만들기 위해 엄마는 차라리 돈 버는 게 낫다. 너를 다른 사람 손에 맡기는 일이 너한테는 크게 미안하지 않은데 돌봐주시는 분에게 무한 감사임을 여행하며 또 한 번 깨닫는다. 찬찬히 들여다보니 우리 아들 많이도 컸구나. 더 크기 전에 우리 또 여행 가자. 대신 나중 학원비 대신인 건 잊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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