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사랑

사는 이야기

by 유화

평상시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이 아닌 친정엄마는 손자가 시골로 내려간 이후 부쩍 연락이 잦아졌다. 그런 엄마에게 궁금함과 불안함을 해소시켜드려야겠다는 생각보다 솔직히 귀찮은 마음이 커 미운 소리만 잔뜩 늘어놓았다. 그러다 아이를 보러 가는 날 엄마도 함께 가겠다는 말을 듣고 괜스레 짜증이 일었다. 나는 내 계획과 일정 소화만으로 정신이 없어서 엄마까지 챙길 겨를이 없으니 올 거면 알아서 오시라 하고는 혼자 내려가 버렸다. 꽃놀이가 한창인 구례에 당장 타고 갈 기차표가 없자 엄마는 김치를 해 들고 (아, 나는 못한다) 새벽기차를(와! 대체 왜) 그것도 입석을 타고 (나는 엄마도 아니다) 매우 발랄한 모습으로 나타나 나를 헛웃음 치게 만들었다. 그렇게 밉살맞게 굴던 딸은 결국 몸져누워 아이 보는 일을 고스란히 할머니 몫으로 넘기고서야 면목없음에 그 까칠함이 조금 누그러들었다. 오늘도 아이를 품고 '할머니는 엄마를 낳고 엄마는 유호를 낳았다'라는 아이가 좋아하는 레퍼토리를 읊조리며 아이 마음에 내리사랑을 쌓는 엄마에게 전하지 못할 미안함을 속으로만 대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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