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구례를 세 번째 내려가던 날이었다. 목이 아파 침을 삼킬 수가 없었다. 환절기라 몸은 계절 변화에 부침을 겪고 있었고, 머릿속은 가득 들어찬 계획과 수정으로 늘 복잡했다. 정신력에 끌려 다니던 몸이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고 아우성을 치다 두 손 두 발 다 들고 무너졌다. 저녁밥 몇 숟가락을 겨우 뜬 채 바로 자리를 펴고 몸져누웠다. 이기적인 엄마라는 생각에, 힘든 길을 선택했다는 말에 우려스럽지 않도록 너무도 애를 썼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갰다. 운동이며 글쓰기, 또 영어공부와 독서모임까지 내가 만들어놓은 '해야할 일'이 산더미 같았고 업무적으로 보완하고 싶은 부분까지 생겨 자청해서 출근 전․후로 금융기관 교육 출장까지 다녔다. 아이는 잘 적응하고 있는데 유난스레 엄마만 병이 난다. 축 처져버린 상태가 이어지던 어느 날 문득 어쩌면 몸이 힘든 것보다 심리적 부담과 심리적 거리에 대한 ‘마음의 병’이 시작된 건 아닌지 가슴이 먹먹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