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봄이라고 시기적으로 들뜨고 4월을 넘어서는데도 여전히 춥다. 아이가 있는 구례도 벚꽃이 한창이고, 남편이 있는 제주뿐 아니라 심지어 가까운 서울도 완연한 봄인데 내가 있는 인천만 을씨년스러운 날씨가 이어진다. 기차를 타러 가던 날 우연히도 두 번 연속 비가 왔다. 비가 내렸지만 개인 후라도 산뜻하게 맑아지는 느낌이 전혀 없다. 목이 칼칼하고 나쁜 먼지를 뒤집어쓴 여운에 기분마저 좋지가 않다. 먼지로 인한 신체적인 어려움도 문제지만 뿌옇고 노란 하늘이 그렇게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 수가 없었다. 툭하면 미세먼지 경보에 숨 막히는 하루하루가 이어지다보니 꽃구경은 둘째치고 상쾌한 하늘이라도 좀 봤으면 싶다. 피부가 안 좋아지고 급작스럽게 노화를 겪고 있다고 얼마간 슬퍼했었는데 이제 보니 꼭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듯하다. 아프고 힘이 든 게 체력이 부족한 탓도 있었지만 분명 미세먼지로 인한 탓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이 드니 어쩐지 억울하기까지 하다. 태어나길 원체 기관지가 약하게 생겨 먹기도 했다. 수시로 가글을 하고 뜨거운 차를 마시며 몸을 정화시키고 회복시키기 위해 신경이 곤두섰다. 문득 아이를 대피시켜 놓은 듯한 느낌에 안도감이 들다가도 나 또한 당장이라도 아이가 있는 곳으로 숨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녹음이 푸르고 숨통을 트여줄 시골이 벌써 이토록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