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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화 Jun 05. 2024

우주만큼의 재미

협동놀이(1)

"지난 주랑 이번주까지 우리 엄청 많은 놀이를 해봤어요! 어떤 기분이었나요?"


"선생님! 우주만큼 지구만큼 바닷속만큼 재미있었어요!"


내가 속해 있는 교육연구소에는 다양한 수업이 존재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강사들은 자신들이 좀 더 익숙하거나

잘할 수 있는 수업을 편향적으로 신청하곤 한다.


그중 암암리에 강사들이 기피하는 수업 중의 하나가 바로 아이들과 몸으로 놀아줘야 하는

협동놀이 수업이다.

경쟁하지 않고 함께 이뤄낸다는 이 수업의 의미를 생각하면

정말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수업이지만

체력이 약한 나는 그 이유의 결이 조금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 수업이 벅찬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신청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교육팀에서 섭외요청이 왔다.

못 이긴 척 수업을 수락하고는 놀이수업이 끝날 때마다 파트너 선생님(지인언니)에게

제가 내년에 수업을 신청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엄살을 부리고는 했다.

사실 마음 한편에는 허리 굽혀 땀 흘리며 돈 벌지 않고

꼿꼿하게 마이크 들고 서서 수업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가장 내 마음을 흔들고 울컥하게 만드는

아이들은 바로 협동놀이를 함께 하는 저학년들이다.


이제 더는 아이들을 만나러 오지 않는다는 나에게 선생님은 우리를 즐겁게 해 주니까 분명 유명하고

유명하니까 TV에 나올 거고 TV에 나오니까 바빠서 오는 아니냐는 아이들이 

한 달이 지난 지금도 계속 생각나는  보면 아이들을 더 만나고 싶은 건.. 사실 나였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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