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랑 이번주까지 우리 엄청 많은 놀이를 해봤어요! 어떤 기분이었나요?"
"선생님! 우주만큼 지구만큼 바닷속만큼 재미있었어요!"
내가 속해 있는 교육연구소에는 다양한 수업이 존재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강사들은 자신들이 좀 더 익숙하거나
잘할 수 있는 수업을 편향적으로 신청하곤 한다.
그중 암암리에 강사들이 기피하는 수업 중의 하나가 바로 아이들과 몸으로 놀아줘야 하는
협동놀이 수업이다.
경쟁하지 않고 함께 이뤄낸다는 이 수업의 의미를 생각하면
정말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수업이지만
체력이 약한 나는 그 이유의 결이 조금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 수업이 벅찬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신청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교육팀에서 섭외요청이 왔다.
못 이긴 척 수업을 수락하고는 이 놀이수업이 끝날 때마다 파트너 선생님(지인언니)에게
제가 내년에 수업을 신청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엄살을 부리고는 했다.
사실 마음 한편에는 허리 굽혀 땀 흘리며 돈 벌지 않고
꼿꼿하게 마이크 들고 서서 수업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가장 내 마음을 흔들고 울컥하게 만드는
아이들은 바로 협동놀이를 함께 하는 저학년들이다.
이제 더는 아이들을 만나러 오지 않는다는 나에게 선생님은 우리를 즐겁게 해 주니까 분명 유명하고
유명하니까 TV에 나올 거고 TV에 나오니까 바빠서 못 오는 거 아니냐는 그 아이들이
한 달이 지난 지금도 계속 생각나는 걸 보면 아이들을 더 만나고 싶은 건.. 사실 나였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