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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화 Jun 05. 2024

지렁이

마을 이해하기(1)

"자 이제 수업을 정리할게요! 마지막으로 한 마디씩 하며 마쳐요!

오늘 수업 뭐가 제일 기억날까요?"


"지렁이요~"


학교 주변을 두 발로 직접 걸어보며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을 알아가는 수업은

현재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업 중의 하나이다.


2학년 한 여자아이가 마을을 돌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도 지렁이,

마지막으로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말도 지렁이를 보여줘서 좋다는 것. 이란다.


다른 학교와 달리 우체통에 편지 넣기 체험도 해보고

파출소를 섭외해서 시원한 요구르트 마시며 경찰관이 수갑 채우는 모습도 보게 해 줬는데

고작 지렁이라니..


그래도 아무 말도 안 하거나 아무것도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고 하지 않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 건 그 아이의 말이 나에게도 꽤나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언젠가 옛 추억으로 나는 지렁이가 더울까 봐 그늘막을 만들어줬어~ 하는 기억하나면

내 할 일로는 충분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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